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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22 한국 대전환, 선도국가로 가는 길-통일·안보]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사이버 공작, 저강도 도발 등 북한의 대선 개입 대비해야”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김정은 체제 10년, 권력 공고화 됐으나 체제 내구력은 약해져
돌파구 마련 위해 ‘제2의 천안함·연평도’ 일으킬 가능성 높아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체제 10년을 “김정은의 권력은 공고화됐으나 체제의 내구력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체제가 10년이 됐다. 그동안 형제 암살부터 친족 숙청, 눈 밖에 난 인물의 공개 처형이 줄을 이었고 모든 권력은 김정은에게 집중됐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넘어 인명을 빼앗는 만행도 저질렀다. 그사이 북한은 핵 무력마저 완성했다. 아주 잠시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찬 기대로 넘쳐나던 때도 있었다. 정상간 ‘통 큰’ 합의가 이뤄져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것으로 보였지만 북한은 보란 듯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며 ‘헛된’ 희망이었음을 각인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제35대 통일부 장관으로 일한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체제 10년을 평가하면서 향후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 전 장관은 북한의 대선 개입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북한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제2의 천안함 폭침’, ‘제3의 연평도 포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 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재임 시절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직접 경험하고 진두지휘했던 경험자의 발언이라 무게가 느껴졌다. 12월 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현 전 장관을 만났다.

‘김정은 체제’ 10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인 체제가 공고화됐다. 아울러 핵 개발에 성공했다. 김정은의 최대 치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김정은 체제의 내구력은 오히려 악화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체제의 앞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핵무력 완성의 허상에 빠져 북한 주민의 희생을 강요했으며 소위 ‘핵강국’이 됐지만 전 세계에서 그런 대접도 받지 못하고 국제 제재를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 북한 정권에서 눈여겨볼 만한 인물은 누구인가.

“장성택 처형 이후로 김정일 장례식에서 관을 들었던 사람까지 모두 처형됐다. 당시 군부 최고 실세라는 리용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축 등이다. 아울러 국방위원회 위원들도 대거 숙청됐다. 2013년 이후 2인자로 불린 황병서도 죽었다. 인민무력부장이던 현영철도 졸았다는 이유로 처형됐다. 한때 북한 권력 2, 3인자로 평가받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도 지금 위태위태하다. 숙청됐다가 다시 직을 부여받기를 반복하고 있다. 김정은 1인 권력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2인자, 3인자는 별 의미가 없다.”

친동생 김여정도 있는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관계, 대외관계를 총괄하는데 아마도 김정은의 가장 중요한 의논 상대일 것이다. 김여정은 권력관계로 보면 지도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김정은의 권력 경쟁 상대가 아니며 남매지간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 사람 더 떠올린다면 ‘조용원’이 있다. 직책이 당조직비서인데 조용원은 김정은이 거의 수족같이 부리는 사람이다. 2인자, 3인자를 논할 수 없는 김정은 체제에서 그나마 눈여겨볼 인물이다.”

“경제 붕괴가 체제 붕괴로 이어지진 않아”

김정은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만만찮다.

“사방이 꽉 막힌 상황이다. 북한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 주민들이 배를 곯고 있다. 미국은 돌아섰고 지난 2~3년 동안 문재인 정부와 뭔가 시도해봤는데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북한은 현 정권에 기댈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혈맹이니 뭐니 해도 지금 중국도 북한에 냉담하다. 김정은으로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북한의 의지만 갖고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돌파구가 있을까?

“완전한 비핵화 수준이 아닌 조건을 내건 부분적 비핵화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남북 협상도 고려해볼 것이다. 중국의 획기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산소 호흡기 달아주는 정도의 지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북한의 카드는 미사일 발사 시험 등 군사적 도발을 통한 압박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한 이후 초음속 미사일, 개량형 미사일 발사 시험 등은 이전보다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줄었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얘기인데…

“그 어느 것도 이제는 확실한 대안이 되지 않는 상태다. 그래서 당분간 아무것도 못하는 이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상황에 끌려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공통의 시각이 있는데 경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북한은 우리와 경제 체제가 완전히 다른 나라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였으면 이미 파탄이 났을 것이다. 실례로 1990년 대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거쳤다.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게 물어보니 150만 명 정도가 아사했고 이대로 가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보고를 당시 북한 농업상으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150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람이 죽어도 북한 체제는 붕괴하지 않았다. 경제가 붕괴했다고 해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현재 북한 경제 상황은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국제적 고립과 잇따른 자연재해로 국가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내놓은 당적 구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소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역 거래 등 새로운 교역국을 찾을 가능성은 없는가.

“새로운 동맹은 불가하고 새로운 교역국도 찾기 어렵다. 교역이라는 게 서로 주고받을 게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 무엇이 있나? 북한 수출품이라는 게 광산물, 수산물, 경공업 기반 제품이다. 한국하고 중국이 그나마 겨우 받을 만한 나라인데 국제적 제재가 가동되고 있는 현재 틀에서는 하기 어렵다. 새로운 교역국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정은이 삼지연 등 여러 곳에 관광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걸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국제제재에 막혀서 벌크 캐시(대량 현금)를 북한 당국에 송금하거나 줄 수 없다. 관광자원을 개발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면 북한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국제 제재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022년 신년, 북한의 군사적 스탠스는 어떨 것이라 예상하는가.

“북한이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군사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예상하지 못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한다.”

예상 못할 도발이라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인가? 2010년 11월 25일은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기로 한 날이다. 이미 한 달 전,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합의까지 다 한 상황인데 북한은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했다. 저는 올해 북한의 저강도 도발 가능성이 상당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나 안보기관이 예의주시해야 한다. 기상천외한 것일 수도 있고 사이버 공격일 가능성도 있다.”

“대선 개입 가능성 높아… 사이버 공작 대비해야”


▎북한의 대외선전용 화보집 [조선]은 2021년 12월 호 기념편집 ‘국방력 발전의 최전성기를 펼치시여’에서 핵무기 개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 사진:연합뉴스
대선 정국이다. 북한의 대선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반드시 (대선 개입을) 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대비해야 한다. 그 형태로 위에서 언급했지만, 저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와 같은 도발을 통해 남한 사회의 불만을 야기하고 대선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가능성은 사이버 도발이다.”

사이버 도발은 여론 조작 등을 뜻하는 것인가.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사이버공격 부대원이 6800명 있다. 이들을 통해서 댓글 공작을 시도할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은 전산망 마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버 공작 침투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미 북한의 사이버 도발은 경고등이 들어와 있다고 판단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단계인가.

“어떤 상태가 돼야 종전선언을 하는가를 생각하면 해답이 나온다. 통상 양측이 전쟁이 끝났음을 선언하고 그 바탕 아래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그 평화협정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평화협정은 불가능하니 갑자기 종전선언을 분리해서 추진한다고 하는 꼴이다. 매우 뜬금없는 일이다.”

정치적 선언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적 선언이라도 그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은 핵 개발을 해왔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핵무력으로 남한을 초토화하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2021년에 온갖 종류의 미사일을 다 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까지 끌어들여 종전선언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당국자들이 우리 정부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겠나. 변화된 상황이 없는데 느닷없이 종전선언을 하자는 꼴이다.”

실제 미국 의회에서는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미 공화당 의원 35명이 백악관에 종전선언 반대 서한을 보냈다. “종전선언이 평화를 가져오는 대신, 한반도 안보를 훼손할 수 있다. 주한미군과 역내 안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문제, 미국 정부 최우선과제서 제외됐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해상 근처에서 해군 초계함인 PCC 772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에 격침됐다. 같은 해 11월 23일 북한군은 대연평도를 향해 기습적으로 방사포 170여 발을 발사했다. /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평가한다면.

“북한 문제는 미 정부의 ‘Top priority(최우선 과제)’에서 제외됐다. 미·중 패권전쟁, 러시아와의 격돌 등 다른 우선순위가 산재해 있다. 북한 이슈는 현상을 유지하며 관리하는 차원이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전임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너무 많은 ‘쇼’를 보여줬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읽었다.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어려운 북한 문제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

‘빅딜, 스몰딜, 톱다운, 스냅백’ 등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 다양하다.

“비핵화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고 지금까지 여러 정부에서 모든 방법을 다 해봤다. 더는 새로운 방법은 없다. 문재인 정부 일부 인사가 ‘스냅백(snap back, 합의 불이행시 제재 복원)’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제 제재의 합의, 이행이 그렇게 간단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행동이 합의 이행인지 아닌지 평가하는 데도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국제적 합의를 끌어내 제재를 가하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스냅백은 턱도 없는 이야기다. 전문용어를 쓰면서 현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길로 가게 하는 것이다. ‘말의 성찬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고 싶다.”

탈북민 단체 등 민간활동에 정부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모든 행동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안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일부 탈북민 단체가 의사 표시로 대북 전단 살포 등을 하는데 정부는 그 행동이 ‘안보에 위협을 끼친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를 들며 못하게 했다. 이런 논리로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가지 않는 지역이 어디 있나? 단 한 곳도 없다. 자칫하면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태도로 비치고 남북관계에도 방해가 된다.”

통일부는 12월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중단한 등록법인 사무검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표적 감사가 아니며, 재차 사무감사를 진행하는 일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게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인지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논란이 된 뒤 등록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게 활동하는지 평가하겠다며 지난해 8월부터 총 433개 법인 중 109개를 선정해 사무검사를 해왔다.

일부 지자체는 북한과 직접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인도적 교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국내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며 절차와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해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지자체가 진행하게 되면 선을 넘기 쉽다. 특히 일부 지자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추진한다면 국내법 저촉은 물론 국제 제재 대상이 될 위험성이 있다.”

- 글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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