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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한국 경제 4두 마차의 2022 임인년 승부수 | 삼성그룹 

‘제3창업’ 시동 거는 이재용 가보지 않은 길 개척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고뇌에 찬 일성 “처절한 현장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에 마음 무거워”
신바람 인재 수혈, 과감한 조직개편, 신성장동력 발굴해 ‘뉴삼성’ 만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1년 11월 2일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찾았다. / 사진: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제2창업’에 이어 이재용식 ‘제3창업’에 준하는 혁신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인사·조직 개편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 대한 재계의 평가다. 삼성 내부에서는 3040세대의 새로운 ‘별’들이 떠오르고 재편된 조직은 사람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 출장도 약화된 네트워크 회복을 위해 교류가 있었던 사람을 만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부회장이 생각하는 미래 먹거리를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공격적이다.

이 부회장은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하자”며 ‘뉴삼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안으로는 사람을 혁신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밖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를 고심하는 모습이다. 혼란과 기대가 합쳐져 있는 지금, 이 부회장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2021년 11월 29일 삼성전자는 직급별 승진 연한을 없애고 인사고과에 동료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7년 승진단계를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호칭을 ‘프로’ 또는 ‘님’으로 바꾼 지 5년 만의 변화다. 삼성은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발표하며 승진(승격)부터 양성, 평가 등 모든 인사제도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 현재 CL(커리어레벨)1에서 CL4에 오르기까지 8~10년인 직급별 승진 연한과 승급 포인트를 폐지한다.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검증하는 ‘승격세션’을 도입한다. 새로운 기준안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CL2)은 8~9년 만에 임원 승진이 가능하다. 현재는 23년이 걸린다. 30대(代)에 ‘별’(임원)을 달 수 있고 40대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전사적 차원의 인사제도 개편안 발표에 이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 이래로 ‘조직 안정’에 방점이 찍혔던 인사 기조와 가석방으로 풀려난 본인의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올해도 유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 부회장의 선택은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혁신·파격’이었다. 2021년 12월 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이 다수 배출됐다. 연공서열을 파괴한 ‘인사 혁신안’ 청사진에 따른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등 ‘삼성’ 깃발이 휘날리는 모든 사업장에서 3040세대가 약진했다.

안에선 ‘파격’ 인사·조직 개편, 밖에선 미래 먹거리 찾아

이 부회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사업 재편을 통한 성장 동력 유지와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에 사활을 건 행보다. 대표적으로 2021년 12월 7일 삼성전자는 기존 대표인사 3명을 모두 바꾸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10년간 유지했던 반도체(DS), 소비자가전(CE), 모바일(IM) 사업부별 ‘삼각편대’ 체제를 반도체, 세트(CE·IM 통합) 2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삼성은 부문 통폐합에 이어 2021년 12월 12일 가전과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한 세트 부문의 명칭을 ‘DX(Device eXperience, 디바이스 경험) 부문’으로 변경했다. ‘CX·MDE 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CX(Customer eXperience)는 고객 경험을, MDE(Multi Device eXperience)는 다양한 기기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연결해 창출하는 차별화한 경험을 뜻한다. 앞서 10일에는 무선사업부의 명칭을 ‘MX(Mobile eXperience, 모바일 경험)사업부’로 바꿨다. 26년 만에 부서명 변경으로 예상할 수 있는 방향성은 사람(사용자)의 ‘경험’이다. 공통적으로 명칭 변경에 ‘경험’을 뜻하는 Experience가 포함됐다. 사람이 접하고 생활하고 느끼는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 부회장은 조직 개편뿐만 아니라 본인의 사법 리스크로 약해진 인적 네트워크를 회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1월 북미지역 출장에 이어 12월 중동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에서는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중동 방문과 관련해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여는 비공개 포럼에 다녀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UAE 아부다비에서 셰빈 자예드 왕세제를 만나 5G 등 IT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도 이 부회장 행보의 주요 목표다.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진기지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 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모더나, 세계최대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 경영진을 잇달아 만난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찾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를 이렇게 바라봤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1987년 ‘가전의 초일류’, ‘반도체의 초일류’를 내걸고 ‘제2창업’을 선언했다. 당시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그러한 도전이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최근 이 부회장이 내건 ‘새로운 삼성’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제3창업’이라고 볼 수 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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