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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한국 경제 4두 마차의 2022 임인년 승부수 | SK그룹 

탄소중립 경영과 메타버스 투자에 역량 집중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향후 SK의 모든 투자, 솔루션, 책임분담, 파트너십은 온실가스 감축에 방점
SK텔레콤에서 분할된 SK스퀘어, 박정호 대표 체제로 미래 성장사업 베팅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친환경과 미래 트렌드를 동시에 잡는 투자의 해로 2022년을 기획하고 있다. / 사진:SK그룹
기업은 꿈을 먹고 산다. 주식시장에서도 PER(주가수익 비율)이라는 정량적 지표보다 PDR(주가 대비 꿈 비율)이라는 정성적 수치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넘긴 현실은 고전적 PER 개념으로 설명이 어렵다.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테슬라가 지배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선반영된 작용이다.

2021년 12월 5일 SK 최태원(62) 회장은 미국을 방문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그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자본 지출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가끔은 이 같은 숫자들이 두려울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SK는 시대의 변화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주력 사업을 변경하며 성장했다. 섬유 사업으로 시작해서 정유업에 진입했고, 통신업으로 대기업 지위를 굳혔다. 이어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퀀텀 점프를 해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반도체와 더불어 바이오와 2차전지 업종이 그룹의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SK의 독특한 컬러는 최적 포트폴리오나 글로벌 경쟁력에만 방점을 찍지 않는 데 있다. ‘어떻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회적 가치’의 내재화가 다른 트랙에서의 존재 이유다. 최 회장이 12월 3일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콘니 욘슨 EQT파트너스 회장을 만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그린에너지, 헬스 케어 등 미래사업에 관한 협력 논의였지만, 그 근저에는 친환경,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시 추구, 지배구조 혁신을 둘러싼 함의가 담겨 있다. EQT파트너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지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투자전문기업이다.

최 회장은 12월 6일 공개된 [BBC코리아] 인터뷰에서 “SK는 2030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1%에 해당하는 약 2억t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며 “SK의 모든 투자와 솔루션, 책임분담, 파트너십은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추상적 어휘로 SK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그다음에 그룹 전체가 관념을 구체화하는 방식(파이낸셜 스토리)으로 세상을 납득시키는 패턴이 따라온다.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대표적이다. 2016년 최 회장이 이 화두를 꺼낸 뒤 SK는 사회적 가치로 함축되는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2021년 10월 2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 폐막 스피치에서 최 회장은 “빅립(Big Reap)”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내놨다. 해석하자면 ‘큰 수확’이라는 의미다. 그는 “딥 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의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2022년 SK가 추구할 ‘빅 립’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생각보다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탄소 가격이 톤당 100달러를 초과할 뿐 아니라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향후의 사업계획은 지금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수립해야 한다. 탄소발자국 제로에 도달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의 진화와 첨단기술 개발에 모든 관계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빅 립’이 가리키는 것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ifland. 메타버스는 SK스퀘어의 주력 투자 테마이기도 하다. / 사진:SK그룹
SK그룹에서 2022년을 가장 먼저 시야에 넣은 관계사는 SK에너지와 SK텔레콤이다. SK에너지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100일 동안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Drive To Zero’(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을 실시한다. SK에너지는 2021년 8월 국내 최초로 제품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소비 과정에 걸쳐 온실가스 감축 대상 범위를 확대한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출시했다. 이어 2021년 9월에는 대한항공에 탄소중립 항공유를 판매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을 통해 일반 소비자도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유도했다. 탄소중립 석유제품은 가격에 탄소배출권이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 제품보다 리터당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캠페인 기간 SK에너지는 그 차액을 100% 보상해주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착한소비’를 권장할 수 있다. 3만 명이 캠페인에 참여한다고 추산하면, 이산화탄소 3000t이 감축된다. 이는 2만1000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2021년 4월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발표했다. 존속법인인 SK텔레콤과 신설법인이자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로 회사를 분리하는 계획이다. 6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10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났다. 11월 1일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나뉘어 출범했고, 11월 29일 코스피에 각각 상장했다.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온 SK스퀘어는 향후 반도체, 플랫폼, 미래 ICT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SK텔레콤 부회장이 SK스퀘어 대표를 맡았다. 박 대표는 최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에 기여했고, SK텔레콤을 통신회사(SK텔레콤)와 투자회사(SK스퀘어)로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완료했다.

박 대표는 “기존에 없던 투자전문회사 아이덴티티로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써나가며 국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고, 원스토어·SK쉴더스(전 ADT캡스)·웨이브·11번가·티맵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SK스퀘어는 11월 29일 첫 투자처로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900억원, 카카오게임즈 계열 넵튠의 자회사인 온마인드에 8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 역시 주력인 유·무선 통신사업 외에도 AI(인공지능) 기반 구독사업과 메타버스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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