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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한국 경제 4두마차의 2022 임인년 승부수 | LG그룹 

구광모, 미래사업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 극대화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사업별 안정적 성장 유지하며 신산업 발굴, 투자기능 강화
전장·배터리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력 포트폴리오 육성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2년에 취임 4년 차에 접어든다. 구 회장은 그동안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했다. 11월 25일에 단행된 LG그룹의 주요 경영진 인사가 그 방증이다. 이번 인사는 구 회장이 이끌어가는 LG의 방향성을 뚜렷이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주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됐다. 권 부회장은 1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LG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LG전자, S&I코퍼레이션, LG스포츠는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나머지 계열사의 CEO는 모두 유임됐다. 승진했거나 신규 보임된 임원 규모는 구 회장 취임 후 가장 크다. 임원 승진자는 모두 179명으로, 그중 132명이 신규 선임됐다.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리더를 대거 발탁했다는 게 LG그룹 측 설명이다.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장진혁 온라인 영업담당 상무를 1년 만에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원진에 합류한 신정은 책임연구원은 1980년생이며 이번에 승진한 임원 중 가장 나이가 젊다. 신 상무는 고객 생활방식과 시장 흐름을 연구하며 차별화한 제품·서비스 개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번 인사는 또 지주회사와 계열사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LG는 권 부회장 산하에 경영전략부문과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해 미래산업 발굴과 투자에 무게중심을 뒀다. 대신 각 계열사는 지금의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캐시카우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대부분의 계열사 CEO가 유임된 것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 녹아 있다는 평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고객가치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했다. LG전자는 고객경험 고도화를 위해 CS(고객서비스)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했다. 또 고객경험 기반의 신사업과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생활가전(H&A)사업본부와 TV 등을 맡은 홈엔터네인먼트(HE)사업본부 산하 고객경험혁신실을 고객 경험혁신담당으로 격상했다. 데이터 기반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올해 7월 신설한 AI빅데이터실도 AI빅데이터담당으로 승격했다.

H&A사업본부 산하 냉장고사업담당을 신설하고, HE사업본부 산하 TV사업운영센터, 컨텐츠서비스담당 등을 신설한 점도 제품별 사업 경쟁력을 높여 고객가치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가치 경영을 강화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사업본부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운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1월 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관심 몰려

구광모 회장은 사업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미래사업 육성,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강화, 인프라 투자 등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2013년 자동차 부품사업에 뛰어든 이래 지지부진했던 VS사업본부를 강화하며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세운 데 이어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했다. 2018년에는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오스트리아의 ZKW를 인수했다.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자동차 사업은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의 3개 축으로 재편된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을 위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지속 성장하는 OLED T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파주와 중국 광저우에서 대형 OLED를 생산하는 투트랙 생산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파주와 광저우에서 생산되는 OLED 패널은 월 14만 장 규모다. 지난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전년(2020년) 대비 약 68% 상승했다. 4분기 LG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도 2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해 ‘글로벌 톱5 화학기업’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31조7060억원을 달성했다. 석유화학사업은 LG화학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그동안 석유화학사업에 투자를 확대해온 바 있다. 지난해 시작한 여수 제2 NCC(나프타 분해 설비), CNT(탄소나노튜브) 증설에 이어 올해 중국 NBL(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 여수 PVC(폴리염화비닐) 등 신규 증설라인이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을 2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협업도 기대된다. 양사는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 라이사이클(Li-Cycle)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2023년부터 10년간 중형 전기차 30만 대 생산 물량인 니켈 2만t을 공급받기로 했다. 구 회장은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말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 최소 60조~70조원으로, 상장과 동시에 LG화학(52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대형OLED, 석유화학 고부가 제품, 5G 등 전자·화학·통신과 같은 주력 사업 분야의 고객 기반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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