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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 뜨겁게 달구는 이명박·박근혜 왜?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연초 이낙연 사면 ‘방아쇠’ 당겼으나 반발 부딪혀 좌초
■ 연말 안철수 형 집행정지 이어 일각에서는 사면 촉구도


▎잠잠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각 1941년생인 이 전 대통령과 1952년생인 박 전 대통령은 각종 지병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연합뉴스
영어(囹圄)의 몸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면론이 제기된 건 연초. 1월 1일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신년 국정과제로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언급 이후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이 대표가 대선후보 지지율 하락 극복을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를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과 “여당 대표로서 할 말을 했다”는 환영으로 반응이 갈렸다.

반면 여당 내에서는 강성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은 죄를 인정하지 않는데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복권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복권은 국민이 결정해야지 정치인들이 흥정할 일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라며 “가해자들이 진정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다. 용서하자’라고 국민적 합의가 됐을 때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당내 강성들의 강한 반발에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그 잘못을 사과드립니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이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성탄절’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며 “그 이유는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완전히 소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적어도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사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꺼져가던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안 후보는 사면이 아닌 형 집행정지를 촉구했지만, 두 전직 대통령에게 옥살이는 면하게 해주자는 점에서는 사면과 맥을 같이한다.

형사소송법 제471조에 보면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에 한해 검사의 지휘에 의해 형의 집행을 중지할 수 있다.

안 후보는 12월 20일 대구에서 연 국민통합촉구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정지를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며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에 의해 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이 사면된 날은 1997년 12월 22일이었다. 국민통합과 정치적 화해를 위한 결단을 내리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보다 더 좋은 때도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면 찬성 44% vs 반대 48%… 연초보다 찬성 늘어


▎지난 11월 25일 ‘2021 코라시아 포럼’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여론도 연초와 달리 사면 찬성 쪽이 점차 늘고 있다.

12월 1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각각 39.2%와 43.7%였다. 반대가 약간 높지만, 차이는 오차 범위(±3.1%p) 이내로 통계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지난 11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대해 찬성 44%, 반대 48%로 그 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올 1월 같은 회사 여론조사 때만 해도 찬성 34%, 반대 54%로 반대가 과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급을 지낸 한 인사는 “대선 직전 사면이라면, 여당 후보가 건의하고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태가 돼야 할 텐데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얼마 전 공식적으로 사면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런 상황인 만큼 현 정부 임기 내에 사면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음 정부 초기에 새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간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12월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현 정부 임기 내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전격 이뤄질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급을 지낸 정치인은 “친문 내부적으로 사면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선 전에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할 경우 그 파장이 어디로, 얼마큼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만일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조사에서 뒤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통합’ 승부수로 사면 카드를 꺼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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