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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관열전]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의 안민론(安民論) 

“춤의 도시 안양, 얼마나 멋진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GTX-C 인덕원 정차·광역화장장 등 ‘협치’로 현안 해결
“시민 누구나 즐기는 ‘춤의 도시’ 만들어 문화 꽃피울 것”


▎최대호 안양시장은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한 뒤에 비로소 말을 하는 게 정치인과 행정가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권토중래(捲土重來). 일에 실패했다가 실력을 키워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이르는 말이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실패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로 단련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당선과 낙선, 재당선을 경험한 최대호 경기도 안양시장의 모습이 꼭 그렇다. 12월 9일에 만난 최 시장은 첫 임기 때 만났던 모습보다 더 여유롭고 진지해 보였다.

GTX-C 노선 인덕원역 유치에 성공해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

“2018년 정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는 인덕원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우리 시는 자체적으로 사전타당성 검토를 실시해 그 결과를 갖고 국토부와 경기도를 쫓아다니며 설득했다. 이걸 보고 뒤늦게 뛰어든 다른 지자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기본계획 반영은 안 됐지만, 민간투자사업 제안서에 인덕원역 정차를 반영해 결국 뜻을 이뤘다. 남들보다 발 빠르고 적극적으로 나선 게 주효했다. GTX-C노선이 생기면 기존 4호선과 경강선(시흥-성남), 동탄인덕원선 등 4개 철도노선을 인덕원에서 환승할 수 있게 된다. 철도 관문 도시로 위상이 커지는 거다.”

민선 7기 들어 해법이 난망했던 여러 과제들이 하나씩 풀려가는 모양새다. 화성시 매송면의 함백산추모공원(광역화장장)도 약 10년 만에 빛을 봤는데. 여러 지자체가 공동 투자해 기피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2010년에 처음 당선되고서 당시 채인석 화성시장에게 광역화장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대번에 ‘형님, 미쳤어요?’ 그러더라. 그래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해보자고 방법을 제시했다. 화성시가 곧 100만 인구를 내다보는데 자체 화장장 없이 언제까지 수원시(연화장)에 의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여기에 화장장이 없는 주변 지자체 6곳이 참여하겠다고 해서 2013년에 8개 시가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내가 낙선하고 후임 시장이 와서 발을 빼버렸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우리 시는 여유 부지가 없어서 화장장이나 장례식장조차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에 다시 내가 시장이 되자마자 당시 협약했던 시장들을 쫓아다녀서 우리 시가 다시 참여하게 됐다.”

자칫 주민 반발을 부를 수도 있는, 굉장히 모험적인 실험이었다.

“언젠간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이었다. 그동안 우리 시민들이 장례를 치르려면 수원, 성남, 멀리 충청까지 가야 했다. 다른 지역 화장장 이용하려면 100만원씩 드는데 함백산 화장장을 열면서 16만원으로 부담도 크게 낮아졌다. 참여했던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혼자 하려면 주민 반발과 비용 부담이 컸겠지만, 여러 지자체가 십시일반 하니 부담은 적어지고 편익은 향상됐다.”

여성안심귀가·청년기본주택 정책 주도


▎최대호 안양시장이 2021년 6월 10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참석한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보고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통합플랫폼이 구축됨에 따라 범죄, 재난 발생시 관련 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 사진:안양시
인터뷰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도 제일 먼저 시작했던데.

“2013년이었을 거다. 여성 상대 스토킹 범죄가 잦아 밤길에 늘 불안하지 않나. 그래서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우리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위급한 상황에 전화기를 흔들기만 하면 시 통합관제센터와 112, 119로 자동 연결돼 즉시 위치추적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법무부 전자감독시스템과 연동해 전자발찌 착용자 동선 파악도 가능해졌다.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아서 지금은 서비스 가능지역이 경기도 16개 지자체로 늘어났다.”

대선 후보들 공약에도 안양시가 제안한 사업들이 포함돼 있더라.

“이재명 후보가 낸 ‘청년기본주택’ 공약은 우리가 제안한 ‘범계역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범계역에 소방서와 경찰지구대, 행정복지센터가 있는 공공청사가 있는데 그 좋은 땅을 그냥 두기에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여기에 고층 건물을 지어 공공기관이 1~3층을 쓰고 나머지는 청년주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작년에 이재명 지사와 복합개발을 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범계동에 지상 12층짜리 공공청사를 지어 저층은 공공이 사용하고 상층에 청년기본주택 등 공공주택 360호를 짓기로 했다. 2025년 쯤 오픈할 예정이다. 광역과 기초단체가 함께 공공청사를 복합 개발하는 건 전국에서 첫 사례다.”

자료를 찾아보니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1년 지방재정 분석 결과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2018년 취임 당시만 해도 약간의 지방채무가 있었는데 2019년에 모두 상환해 지금까지 ‘지방채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비율로는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 평균(-3.99%)보다 뚜렷하게 높은 2.04%다. 건전성·효율성·계획성 3개 분야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 시장이 대표 성과로 꼽는 정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수직이 아닌 수평적 의사 결정과 협력을 끌어내는 일처리 방식, 바로 ‘거버넌스’다. 함백산 화장장이나 공공청사 복합개발, 여성 안심귀가 등의 사례는 최 시장의 일 처리 방식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를 추진하고 확산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최 시장의 이런 독특한 리더십은 안양시가 ESG 행정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행정, 수직구조 깨고 수평적 협력체제로


▎최대호 안양시장은 ‘춤’을 매개로 세대와 지역을 하나로 묶는 ‘춤의 도시 안양’을 문화 비전으로 택했다. 2020년 10월 안양시민축제의 ‘우선멈춤 프로젝트’에서 안무가 리아킴과 시민들의 댄스 장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2020년과 2021년 시민축제는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펼쳐졌다. / 사진:안양시 유튜브 캡처
안양시가 최근 ESG행복경제연구소의 기초자치단체 종합평가에서 경기도 31개 시·군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ESG는 기업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는데 각별한 관심을 가진 이유가 뭔가.

“기업의 경우 이윤을 추구하면서 환경을 고려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게 시대의 당위(當爲)가 됐다. 공공에서도 이런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 중요한 건 거버넌스다. 그동안에는 시장이나 관이 주도해 정책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이 필수가 됐다.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 시민과 함께 자발적으로 실천행동 과제를 만들어 실천한 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게 바로 공존과 협치다. 형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견청고언’의 자세가 필요하다.”

견청고언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상담심리학(최 시장은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 석·박사를 전공했다)에서 로저스라는 심리학자가 개발한 ‘인간 중심 상담’ 기법이란 게 있다. 내담자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방식이다. 인생도 정치도 마찬가지다. 많이 보고(見), 많이 듣고(聽), 많이 생각하고(考), 그 뒤에 비로소 말을 하는 것(言)이 문제 해결에 이르는 올바른 과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은 이걸 거꾸로 하는 경향이 있다. 우선 말부터 내뱉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하려 하고, 마지못해 듣고 상황이 악화하면 그제야 생각을 하려고 한다. 견청고언만 잘 지키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고, 국민과 시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견청고언의 자세로 보고 듣고 생각한 안양의 현안과 미래에 대하 말한다면?

“안양은 예로부터 공업도시이면서 문화예술의 도시였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와 산업 재편으로 지역 산업은 쇠락하고 베드타운화했다. 활용할 땅이 적다 보니 스마트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중심으로 편제해야 우리 도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안양시는 AI, 자율주행 등에 꼭 필요한 센서 관련 기업이 많이 있다. 이 기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만 하면 큰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우리 시의 미래 비전을 스마트 시티로 삼았다.”

안양을 대표할 만한 주요 기업이나 산업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이 있나?

“스마트도시에서 답을 찾고 있다. 박달동 일원에 군 탄약시설을 옮기거나 지하화하고 이곳에 친환경 첨단산업단지인 스마트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년·벤처기업을 육성할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다. 11월까지 청년창업펀드가 목표 금액인 300억원을 훌쩍 넘어 921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2040년까지 청년층이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 ‘청년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안양은 K팝과 대중문화의 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 있는 예고를 비롯해 문화예술적 인프라가 굉장히 풍부한 곳 중 하나다. 그런데 이를 도시 브랜드화하지 않는 게 의아하다.

“과거에 안양은 ‘영화 도시’였다. 1960~70년대 한국의 영화제작 본산인 안양촬영소가 있었는데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산, 부천, 전주에 다 뺏겼다. 지금 따라 하는 건 이미 늦었다. 그래도 우리 시는 예술의 저력이 있다. 요즘 가장 핫한 안무가 리아킴이 안양 출신이다. 고교생 시절 안양시 청소년 홍보대사도 했다. 리아킴과 협력해 안양을 ‘춤의 도시’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매년 하는 안양시민축제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는 판을 깔아보려고 리아킴, 작곡가 김형석의 도움을 받기로 약속도 받아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안 보여서 아직 제대로 판을 못 깔고 있다. 내년에 코로나가 진정되면 전국의 춤꾼들이 안양으로 모이도록 할 생각이다. ‘안양을 춤추게 하라’, 얼마나 멋진가.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누구나 춤을 즐기는, 에너지 넘치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동네별로 강사 초빙해 춤 배우는 강좌 진행

곳곳에서 흥겨운 춤사위 판이 벌어진다면 안양은 이름(安養) 그대로 지상 극락이 되겠다. (웃음)

“누구에게나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하고픈 친구가 있을 거다. 긍정의 에너지가 사람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도시도 훨씬 활력이 넘치게 될 거다. 도시에 흥이 넘치면 범죄도 줄고 시민의 환경도 얼마나 좋아지겠나. 시민들에게 그런 에너지를 북돋워 주는 시장이 되는 게 내 바람이다. 올해(2021년)에 내가 먼저 춤을 배워서 유튜브에 올린 게 있다. 시민들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웃음)”

(안양시는 지금도 공원과 운동장 등 개방적인 공간에서 동네별로 강사를 초빙해 주민들이 춤을 추는 열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 갔을 때 거리에서 단체로 춤을 추며 흥겨워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 깊어 안양의 시민 교양 프로그램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최 시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주 넘게 격리치료를 받은 적 있다. 최 시장은 당시 경험이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구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스마트폰에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를 보여줬다. 매일 운동량과 독서 후기, 명상의 내용을 틈틈이 기록했다.

“격리돼 보니 너무나 고독하더라. 돌아보니 ‘인생은 짧게 보면 비극인데 길게 보니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 그대로였다. 그 너비가 일곱 발자국에 불과한 좁은 방에서 하루에 3만보 넘게 걸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방안에서 끝없이 걸으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일상의 소소함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느꼈다. 16일 동안 무음과 성찰의 시간이 나를 더 성숙하게 해준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최 시장은 예상 못 한 자랑을 은근히 했다. 자신이 정식 음반을 냈다는 거다. 말하자면 ‘가수’가 됐다는 얘기다. 그가 직접 곡을 썼고, ‘네 박자’ 등으로 유명한 박현진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시장이 노래한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거 아니겠냐”며 “아직 발표는 못 했다”고 했다. 다만 박 작곡가가 음원 사이트에 노래를 올려 공개됐다고 한다. 제목은 ‘너만이’. 정말로 총 3곡을 수록한 정규 앨범이 발매돼 있었다. 최 시장은 앨범을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사람은 세상 번뇌 다 짊어지고 살기도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세상에 질려 있고 안쓰럽죠. 털어버릴 건 빨리 털어버려야 인생이 즐거워지는 것이죠. 우리 시민들께서도 힘든 시기지만 자신과 가족, 이웃 모두를 위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돼 예전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날을 준비해 갔으면 합니다.”

※ 최대호 안양시장
■ 고려대학교 교육학 박사
■ 연세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초대 회장
■ 제7대 안양시장
■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회장
■ 제9대 안양시장(현)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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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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