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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돌발행동'은 정치력 키워가는 과정?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선대위 사퇴하며 윤석열과 ‘선 긋기’ 확연
■ 2030 기반으로 당내 세력 구축 모색할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갑작스런 이 대표의 결정으로 당 안팎으로 혼란에 빠지긴 했으나 이준석 대표 개인으로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며 정치력을 키워가는 ‘결단’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23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리더십을 키워가는, 정치적 근육을 키우는 성장 과정으로 보인다. 선대위원장 사퇴는 정치인으로서 전략이 없다면 감행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대표는 6070세대 남성과 2030세대의 남성 위주의 ‘세대결합론’을 주장했는데, 이와 달리 윤석열 후보는 젠더 이슈와 연관 있는 이수정, 신지예라는 인물을 받아들였다”면서 “선대위 사퇴는 이에 대한 반대 노선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공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되었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고 그에 따라서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며 “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해도, 그냥 복어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상황이 되었다”고 적었다. 앞서 이 대표는 젠더 이슈를 복어 요리에 비유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내 소외 세력을 흡수하면서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퇴 이후 선거 과정의 역할을 묻자 “당대표로서의 역할은 수행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한 마음은 있으나 실제 참여할 길이 없는 많은 다른 의원님들이나 당원들의 마음도 비슷한 분들이 많을 거다. 일부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가려서 빛을 못 보는 분들이 당내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내 인사는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데는 당내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은 당내 소외세력을 향해 한마디로 ‘나는 노선이 달라서 윤석열 후보에게 중용되거나 발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따르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기자회견에서 “저는 당대표로서 만약에 대선에서 우리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겠지만, 선거에 대한 무한책임은 후보자가 갖게 된다”며 “그것 때문에 저는 후보자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 후보 노선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대선 결과에 대한 책임도 후보자의 몫임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향후 책임 소재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대선 정국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인데, 이 대표는 서슴지 않고 했다”며 “향후 자기 정치에 대한 착지 지점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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