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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지만 맛 없고 천적 동물도 없어자 그럼, 가시박은 어떤 식물인지 더 알아보도록 하자. 가시박(Sicyos angulatus )은 북미 원산인 박과의 한해살이풀로, 1980년대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식물(귀화식물, 歸化植物)이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아 오이, 호박 등 채소의 접붙이용으로 수입되었던 식물로 접붙이기에 실패해 버려진 것이 전국에 퍼지고 말았다.가시박은 끈질긴 것이 생장, 번식력이 좋아 넓은 면적을 뒤덮으며 자란다. 주변의 푸나무(풀과 나무)는 물론이고 호숫가 주변의 들판이나 비탈진 강변에서 수십 미터 높이의 큰 나무까지 뒤덮으며 퍼져서 다른 식물이 햇빛을 받을 수 없어 말라 죽게 한다. 또한 가시박 자체에서 다른 식물을 고사(枯死)시키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를 타감물질(allelopathic mterial, 他感物質)이라 하며, 주변의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식물치고 타감 물질을 분비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식물들이 풍기는 풀냄새도 하나의 그 물질이다.가시박(starcucumber)은 암수한그루(자웅동주)로 충매화이다. 수꽃은 연녹색으로 꽃잎은 5장이며, 여름인 6월에서 9월에 꽃이 핀다.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피는 총상화서(總狀花序)로 달린다. 암꽃은 수꽃과 달리 꽃이 머리 모양을 하는 두상화서(頭狀花序, 두상꽃차례)로 달리며 1개의 암술이 있다.줄기는 길게 4~8m로 뻗는데, 줄기 마디마디에서 나오는 덩굴손(tendril)으로 주변의 다른 물체를 감고 뻗는다. 줄기에서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얕게 갈라진 손바닥 모양(오각형)으로 5~7갈래로 갈라지는데, 호박이나 박잎과 흡사하다. 8월에 핀 꽃이 지고 나서 달리는 열매는 덩어리로 뭉쳐서 자라는데 흰색의 뻣뻣한 가시털로 덮여 있다. 다시 말해서 가을이 되면 흰 가시로 뒤덮인 별사탕 모양의 길이 1㎝ 정도쯤 되는 열매가 열리는데, 이 모양을 두고 가시박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그리고 가시박은 동물이 식물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 동물산포(動物散布)를 한다. 또한 번식력이 뛰어나 한 그루에 씨가 무려 2만 5000 개 이상 달리기도 한다.가시박은 뿌리만 남으면 계속 올라오는 등 번식력이 좋은데, 아직 가시박의 번식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방안이 없다. 잎을 쪄서 호박잎처럼 쌈을 싸 먹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맛이나 식감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서 일부러 캐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아직 천적 동물이 없어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겨우 야금야금 갉아먹는 정도라 한다.꽃과 꿀이 많은 밀원(蜜源)식물이므로 양봉 농가는 고마운 식물이다. 한국에선 몹쓸 생물로 여기고, 실제로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지만, 원산지인 북미에서는 과거 원주민 이러쿼이(Iroquois) 인디언들은 가시박 줄기를 달여서 성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용했고, 암소의 새끼 출산을 돕도록 식물체를 사료에 섞어 먹였다고 한다.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물이 있을까.한때는 돼지풀과 미국자리공도 그랬지만, 자연(自然)이 살아도 좋다고 받아들였으니 별수 없지 않았던가. 귀화식물(naturalized plant)이란 이미 이 땅에서 토착화된 것이며, 더욱이 이미 생활사를 완성한 귀화식물이라면 완전히 제거하고자 함은 사람의 욕심일 뿐, 쉽게 그리되지 않는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