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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두고 미·러 패권 충돌, 말싸움에서 무력시위로 이어질까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단호 대응” vs “관계 단절”… 미·러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간 대립 양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양국 정상 간 단호한 대응과 관계 붕괴라는 격한 발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의 ‘말싸움’이 무력시위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가입 움직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약 10만여 병력을 집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해군 항공모함 기동타격대를 중동지방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지중해에 머물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증원되고 있는 긴장 상태에 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50분간 전화로 담판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 만이다.

젠 샤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 간 통화 이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크렘림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서방의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 담당 고문인 유리 우샤코프는 로이터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전례 없는 제재를 하기로 결정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붕괴되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문가인 윤익중 한림국제대학원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날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미·러의 이같은 갈등은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결집하며 유럽의 패권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의 압력에 절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교수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갈등을 단순히 공간적 측면에서 지정학적 갈등으로 이해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그는 “러시아의 외교에 있어서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측면에 따른 안보 위협 차원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추구하는 유라시아주의에 있어서 정체성 측면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주의는 러시아의 문명이 유럽이나 아시아 범주에 속하지 않고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개념에 속한다고 가정하는 유라시아 중심의 범국민주의·지역주의 사상이다.

윤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무력시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고조된 긴장 상태를 극적으로 완화하면서 미·러·간 전략적 제휴를 맺어 중국 이슈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0일에는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이 각각 참석한 가운데 실무협상을 벌인다. 12일에는 나토와 러시아,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의 연쇄 협상이 계획돼 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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