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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안철수? 윤석열·안철수?…제2의 DJP 공동 정부 탄생할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본인의 거듭된 손사래 불구, 여야 모두 安과 연대 필요성 공감
■ “지분 절반 내주더라도 安 품는 쪽이 이길 가능성 커” 주장도


▎후보 단일화 이슈가 신년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후보 단일화가 신년 대선 정국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2위로 밀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은 물론이고, 1위로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역시 단일화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단일화의 열쇠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쥐고 있다.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의 지지율’로 불리는 5%를 돌파한 데 이어 연말을 기점으로 마침내 10%대로 올라섰다. 단순히 계산하면 안 후보가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2월 16∼18일 조사(19일 공표)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는 7%를 얻었다.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2%와 31%. 한국갤럽의 20대 대선 관련 조사에서 안 후보가 7%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2월 24∼25일(27일 공표) 이틀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7.3%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2.7%p 상승. 이 조사에서는 이 후보 37.6%, 윤 후보 35.8%로 나타났다.

리서치앤리서치는 [세계일보]의 의뢰로 12월 27~29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 ±3.1%p)를 했다. 그 결과 안 후보는 10.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이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 모두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정작 안 후보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단일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1월 말부터 2월 초순, 구정(설) 주변으로 제가 ‘3강 트로이카 체제’로 만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1일 JTBC 인터뷰). 이어 안 후보는 3일 새해 첫 선대위 회의에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 보며, 더 나은 정권 교체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저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아시아투데이] 창간16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여러 가지 국민 통합의 미래 제안할 것”

현재로서는 두 달여 남은 3∙9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크게 세 갈래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재명∙안철수 진보∙중도 단일화, 둘째, 윤석열∙안철수 보수∙중도 단일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안철수의 독자 행보다. 어느 경우에도 지지율이 관건이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여당인 민주당이 먼저 불씨를 지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연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에서 가장 의미 있는 후보”라고 안 후보를 추켜세웠다. 이어 송 대표는 12월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연초에 이재명 후보가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갔다. “통합 정부를 제안할 것이라는 구상이 맞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송 대표는 “여러 가지 국민 통합의 미래를 아마 제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 대선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5%p 이상 앞서야 안정권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연말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제친 경우도 있었지만, 안심할 상황은 전혀 아니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 후보의 확연한 상승세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안정적인 40%대 지지율을 확보함과 동시에 윤 후보와의 격차를 5%p 이상 벌리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강성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시점에 ‘이재명∙안철수 연대설’을 띄운 배경을 주목한다. “내부 정비를 마친 뒤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 측이 ‘가족 리스크’와 내분으로 휘청거리는 만큼, 차제에 승기를 굳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당에서는 “이재명·안철수 연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엇갈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대선 때는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나오게 마련인데 안 후보와의 연대는 꿈 같은 얘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민의당 내부적으로도 회의론이 우세하다. 안 후보와 민주당 간의 정서적 간극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2014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던 안 후보는 제20대 총선 전 전격 탈당한 뒤 반문(반 문재인) 행보를 걸어왔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그리고 지난해 4∙7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 때도 안 후보는 친문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안 후보는 여당발(發) 제3지대 연대론이 부상한 직후 송 대표의 제안을 ‘정략적인 판 흔들기’로 규정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함께 심판하겠다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3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유롭게 잡아서 설 전에, 1월 중으로 안철수와 또 다른 후보(이재명)의 양자 대결 구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자신했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6월 16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 회의실에서에서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정권 교체 위해 함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1월 한 달 동안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대선 한 달 전인 2월 초 무렵 윤 후보와의 단일화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럴 경우 일반 국민 여론조사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에는 대선 불과 2주 전에 단일화가 성사됐다.

단일화 이슈가 부상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윤 후보 진영. ‘가족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와중에 느닷없는 ‘이재명∙안철수 연대설’이 부상하자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단일화 필요성은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단일화 인정은 패배의 길”이라며 “성찰과 변화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함께할 수 있다”며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안 후보의 멘토 중 한 명인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윤석열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한 것을 놓고 ‘윤·안 단일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몸을 담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차기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후보 단일화이고, 그 중심에 안철수 후보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지분의 절반을 내주더라도 안철수 후보를 품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재명∙안철수 또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차기 정부는 어떤 형태가 될까.

가장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 모델은 1997년 대선 때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다. DJP 연합의 핵심은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대선후보가 되는 대신, 김종필(JP) 자민련 총재가 국무총리를 맡고 경제부처 등 내각 지분의 절반을 갖는 것이었다.

특히 제2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집권 초기 어쩌면 1998년 DJ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거야(巨野)의 위세에 눌려 국무총리 인준도, 법안과 예산안 통과도 안 되는 ‘정치 절벽’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월간중앙 2021년 12월 호 인터뷰에서 “윤 후보로서는 대선 과정에서 중도 확장은 물론이고, 대선 이후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안 후보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1월 한 달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설 연휴 직후 메가톤급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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