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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 이재명, ‘온순한’ 아웃복서로 변신 중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윤석열 공격 자제한 채 자신의 정책 역량 입증하는 데 주력
■ 표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단 모습으로 비칠 경우 손해볼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월 4일 광명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새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하도 말이 많으니, 우리 가족들 얘기 한 번 하겠다.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 제가 태어난 걸 어떻게 하겠나.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지 않느냐?”(지난해 12월 4일 2박 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군산 공설시장을 찾았을 때)

“윤(석열) 후보가 발표한 공약 내용을 관심 있게 봤는데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국민이 원하는, 필요한 의견들이 대체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공약 내용으로 차별성을 발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지, 약속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실천하는지 과거를 보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국민께서 그 점에 집중해 달라.”(1월 3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직격(直擊)을 자제한 채 자신의 상대적 유능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싸움닭’, ‘파이터’ 등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이재명 후보가 파이터에서 ‘온순한’ 아웃복서로 복싱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후보의 변신은 최근 그의 발언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지난달 4일 군산을 찾았을 때만 해도 ‘가족 논란’과 관련해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 제가 태어난 걸 어떻게 하겠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후보 특유의 직설화법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 모욕”이라며 발끈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난하게 크면 모두 이 후보처럼 사는 줄 아나. 두 번 다시 이런 궤변을 하지 말라”며 “비천했어도 바르고 올곧게 살며 존경받는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李 “윤 후보 공약,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돼”

그랬던 이 후보가 한 달 뒤인 1월 3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발표한 공약 내용을 관심 있게 봤는데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치켜세웠다. 집권당 후보로서 여유와 품위를 보여주려는 전략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의 ‘윤석열 칭찬’은 최근 윤 후보가 대구∙경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후보의 정책 토론 제안에 대해 “확정적 중범죄자와 토론을 해야 하나. 정말 같잖다”고 폄훼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확정적 중범죄자’ 발언과 관련,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지나쳤다”는 비판과 함께 “지지율 역전에 다소 조급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초 이 후보는 “토론에 응하라”며 윤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후보는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대의정치에서 정치인이 취할 태도로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지율 역전을 기점으로 윤 후보에 대한 공세는 자제한 채 정책 역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정책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역량과 상대적 유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1월 4일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능한 추진력과 실용적 자세로 4대 위기를 넘어 국민 대도약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소하리공장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진원지이자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2001년 IMF 구제금융 체제의 조기종식을 선언한 곳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 후보의 이미지 변신과 관련해 “이 후보 진영에서 지지층은 어느 정도 결집했다는 판단 하에 중도층 공략을 위해 ‘포장지’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되레 손해볼 수도 있다. 이 후보 변신 성패의 관건은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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