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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안철수가 ‘탈모약 전쟁’에 뛰어든 이유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탈모 인구 1000만 명 추정… 5명 중 1명꼴 흔한 ‘고민’
■ 최근 2030·여성 탈모 증가, 질병이냐 미용이냐 논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탈모약’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후보는 탈모약의 건보 적용 필요성을, 안 후보는 탈모약의 가격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3·9 대선이 두 달 남짓 남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탈모약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는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안 후보는 치료제의 가격 인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먼저 불씨를 지핀 쪽은 이 후보. 이 후보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은 1월 2일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거대책위원회가 2030세대의 제안을 받아 이 후보에게 건의한 공약 중 하나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毛(모)를 위해! 나를 위해!”라고 적은 데 이어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15초 분량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렸다. 탈모인들이 민감해 하는 ‘뽑는다’는 단어 대신 ‘심는다’는 표현을 활용해 표심을 파고든 것이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9월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했을 때는 “제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이 있다. 첫 번째는 온몸에 점이 없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머리가 안 빠진다는 거다. 머리 숱이 많다. 한 개 심는데 몇백 원 한다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5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비전위) 회의 후 탈모 건보 적용 질문을 받고 “진지하게 접근하면 좋겠다. 신체의 완전성이란 측면에서 건보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며 “탈모는 재정적 부담 때문에 건보료를 다 납부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지원해 주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답변했다.

탈모 공약은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민생 정책이라는 점에서 탈모인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민생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탈모 치료제의 건보 적용 시 건보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다이어트 치료나 피부 레이저 시술 등에도 건보 적용을 해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후보에 질세라 안철수 후보도 1월 5일 탈모 치료제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다만 안 후보는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이 아닌 가격 인하 필요성에 방범을 찍었다. 그는 SNS에서 “(이 후보가) 표를 찾아다니는 데는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국정을 책임지려는 입장에서는 해결 방법이 건보 적용밖에 없을까”라며 “곧 고갈될 건보 재정은 어디서 만들어 오겠느냐. 결국 건보료 대폭 인상밖에 더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환경이나 각종 스트레스 등 비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도 증가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제 탈모에 대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2030세대와 여성 가운데에서도 탈모 고민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李 “치료제 건보 대상 돼야” vs 安 “치료제 가격 낮춰야”

안 후보는 “대표적인 탈모약 프로페시아는 1정당 1800~2000원인데, 첫 번째 카피약(First Generic)인 모나드는 1정당 1500원”이라며 “카피약의 가격을 오리지널약의 30~40%까지 떨어뜨리면, 1정당 600~800원 수준이 되고,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탈모인들의 부담을 대폭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력 대선후보들이 ‘탈모약 전쟁’에 뛰어든 건 그만큼 요즘 들어 탈모인이 많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탈모증 환자는 57만5522명이었다. 이는 2014년 49만2219명과 비교하면 약 17%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에는 2030세대와 여성 탈모증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14년 2030세대 탈모증 환자는 13만4233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15만4892명으로 2만 명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탈모증 환자 역시 21만8088명에서 24만5939명으로 늘어났다.

탈모인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병원 치료 대신 기능성 샴푸 등으로 탈모를 막아보려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탈모치료학회 등 학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탈모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0만 명쯤으로 추산된다.

남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인한 기능성탈모는 원형탈모와 달리 건강보험 적용 항목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능성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해 건강보험으로 보장해 달라는 주장과 탈모는 미용 목적일 뿐 질환은 아니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 피부과 의사는 “통상 대머리라고 하는 기능성탈모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나이 들면 생기는 노화와 같다”며 “기능성탈모복용약에 대한 건보 적용 요구는 미용 목적인모발 이식에 건보를 적용해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건강보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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