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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억원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3대 미스터리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단독 범행? 경찰, 공모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진행
■ 횡령한 돈으로 투자하며 자신의 실명‧생년월일 노출
■ 경찰 감시망 내 있는 부인 소유 건물에 은신하다 덜미


▎경찰은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를 1월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1999년에 시작해 국내 1위, 세계 4위 임플란트 기업으로 성장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에 휘말렸다. 자사 재무팀장인 이모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그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오스템임플란트가 이씨를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는 1월 3일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시킨 상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즉각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엄태관 대표는 1월 5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당사 재무팀장의 개인 일탈에 의한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며 “횡령 직원 신병 확보와 횡령 금액 회수 활동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퇴사해 잠적 상태였던 이씨는 입장문 발표 후인 1월 5일 오후 9시 10분쯤 자신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던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씨가 은신하고 있던 경기도 파주시의 다세대주택 건물은 이씨가 지난 2016년부터 소유하다가 지난해 12월 10일 부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횡령한 1880억원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기자본 대비 91.81%(자본금 2047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메가톤급 사건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전모가 드러나 봐야 알겠지만,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몇 가지 석연찮은 점이 눈에 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만 2만 명, 대규모 소송전으로 갈까

첫 번째 의문점은 과연 이씨의 단독 범행이냐는 점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자금 담당자로의 특수성을 악용해 이씨가 단독으로 벌인 범행”이라고 발표했지만, 이씨의 가족은 그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 주변에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횡령 규모로 봤을 때 공모 가능성을 열어두고 횡령한 돈이 흘러간 것으로 보이는 복수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번째 의문점은 이씨가 자신의 실명을 노출한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0월 이 씨는 1430억원을 들여 반도체 관련주 동진쎄미켐 지분 7.62%(391만 7431주)를 획득했다. 금감원의 지분신고(5% 이상) 기준을 넘어 이씨의 실명과 생년월일이 공시됐다. 이후 그는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6차례에 걸쳐 1110억원(336만7431주) 정도를 매도해 ‘파주 수퍼 개미’로 불리는 등 유명세를 치렀다.

세 번째 의문점은 이씨가 자신의 주거지 내에 은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씨는 횡령한 돈으로 지난해 12월 한국금거래소에서 1㎏짜리 금괴 851개(681억원어치)를 구입했다. 경찰은 이씨가 빼돌린 금품을 가족 소유의 건물에 숨겨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씨 부인 명의의 파주시 다세대주택 건물을 압수수색했고, 그 건물에서 은신하고 있던 이씨를 체포했다.

중범죄자의 경우 국외나 연고지가 없는 국내 지방으로 도피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 같은 은신 방법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씨가 체포된 건물에서 금괴 851개 중 430개(300억원어치) 이상을 확보한 경찰은 이 씨가 금괴를 제3의 장소에 숨겨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금괴의 행방을 찾고 있다.

사태는 확산 일로에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소액주주들과 법무법인이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한누리 법무법인은 1월 6일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구제에 동참할 소액주주 모집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2만여 명에 달한다. 경우에 따라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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