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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본 정용진이 SNS 삼매경에 빠진 이유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관심∙주목∙익살∙조롱 등 즐기는 듯한 유형
■ ‘멸공’에는 최고에 대한 도전 모습 엿보여


▎정용진(오른쪽 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빠꾸’라는 글자 장식을 한 케이크 사진을 올렸다. 그는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이라며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 좋게 싸우지 말고 멸공을 외치자”라고 했다. /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앞으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

정용진(54)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5년 이마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한 말이다. 그는 “식품∙의류∙가전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주말에 우리의 잠재적인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이나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자”라고 힘줘 말했다.

그 발언 1년 후인 2016년 신세계그룹은 경기도 하남시에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을 열어 주목받았다. 이 사업에는 1조원이 투입됐다.

또 그로부터 5년 뒤인 2021년 정 부회장은 SK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4700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재계에서 ‘색깔’이 강한 오너로 통한다. 정 부회장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노빠꾸(No Back·결정을 바꾸지 않겠다)’라고 부른다. 혹자는 이 같은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취향’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평소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에 적극적인 정 부회장이 최근 ‘멸공’(滅共·공산주의를 멸망시킨다)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입만 살았다”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한다”고 정 부회장을 일제히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멸치와 콩을 인증하는 이른바 ‘멸공 챌린지’로 정 부회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발단은 정 부회장이 1월 5일 SNS에 숙취해소제 사진을 게시하면서 붙인 ‘멸공’이라는 해시태그(검색 주제어)였다. 정 부회장은 이전에도 이따금 ‘멸공’ 단어를 SNS에서 사용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현 정부의 친북·친중 행보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했다.

그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 부회장을 겨냥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잭슨피자’ 박스를 든 사진을 올렸다. /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조국 전 장관 비판에 “리스펙(트)[존경한다]” 화답

같은 날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중국을 자극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 부회장은 조 전 장관의 글을 자신의 SNS에 소개하면서 “리스펙(트)[존경한다]”이라고 화답했다. 반어적 표현으로 비아냥거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에 질세라 국민의힘도 멸공 논란에 참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1월 8일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멸치∙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멸치+콩=멸공’이라는 해석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어 윤 후보와 가까운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은 멸치∙콩을 사거나 멸치∙콩 반찬으로 식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김진태 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다 같이 멸공 캠페인 어떨까요”라고 SNS에 적기도 했다.

돌아보면 정 부회장처럼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대기업 오너는 극히 드물다. 한 재계 인사는 “오너뿐 아니라 CEO(최고경영자)들도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평은 가급적 자제할 뿐 아니라 논란을 일으킬 만한 주제는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은 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는 걸 마다치 않는 걸까. 그 이전에 정 부회장이 SNS 삼매경에 빠진 이유는 뭘까.

익명을 원한 심리학과 교수는 “정 부회장의 SNS 이용 행태를 분석해보면 익살∙조롱∙관심∙주목을 모두 즐기는 유형인 것 같다”며 “특히 멸공이란 단어에서는 최고에 대한 도전과 그 최고의 반응까지 즐기려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는 “신세계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노브랜드’ 역시 최고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뚝심’의 정 부회장이지만, 삐에로쇼핑·제주소주·PK마켓 등 실패한 사업과 쓰라린 경험도 적지 않다. 최근 정 부회장의 SNS 발언을 정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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