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뉴스

Home>월간중앙>HOT 뉴스

‘2215억원 횡령’ 오스템 직원은 왜 680억원어치 금괴를 사들였을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2022.01.11 기사작성)
■ 부의 상징이자 자산가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 관세청 등 단속 피하려 밀수입·밀수출도 매년 급증


▎금괴는 글자 그대로 금덩어리다. 연초 국내 모 금거래소 판매 시세에 따르면 순도 99.99%의 골드바 기준 10㎏짜리는 7억7500만원, 1㎏짜리는 7790만원이다.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이모(45·구속)씨. 경찰 수사 결과 이씨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금괴(金塊) 680억여 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월 9일 오후 8시 10분부터 10일 0시 30분까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이씨의 아버지·아내·여동생 주거지 3곳을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아버지의 주거지에서 1㎏짜리 금괴 254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이씨가 사들인 1kg 금괴 851개(시가 기준 680억여원) 가운데 현장에서 압수된 497개와 이씨가 한국금거래소에서 미처 찾지 않은 4개를 제외한 350개는 소재가 불분명하다. 350개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28억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회삿돈을 횡령한 이씨는 왜 수백억 원어치의 금괴를 사들였을까.

1월 7일 기준 모 금 거래소 판매 시세에 따르면 순도 999.9의 골드바 기준 10㎏짜리는 7억7500만원, 1㎏짜리는 7790만원이다. 이 거래소 기준대로라면 이씨가 사들인 금괴 851개의 시가는 약 660억2929만원(7790만원×851개)로, 경찰 추산 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괴는 전통적으로 부의 상징이자 자산가치 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대접을 받는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도 47억9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어치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보유한 47억9000만 달러어치의 금 전량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19년째 보관 중이다. 이를 금괴로 환산하면 약 1만 개다.

한국은행은 2004년 영란은행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한국은행 대구지점에 금을 보관해 왔다. 한국은행이 영국으로 ‘보관소’를 옮긴 이유는 런던이 전 세계에서 금 거래가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2020년 전 세계 일평균 금 거래량은 1830억 달러(약 213조8000억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런던에서 거래됐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에 금을 보관할 경우 외화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에 금을 보관하면 해외 기관들은 자유롭게 금을 사거나 팔 수 없다. 또 해외에서 거래되면 달러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원화로 거래되는 만큼 외화 확보가 어렵다.


▎천문학적인 회삿돈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 1월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관세청 피해 항문에 삽입해 반입하기도

이처럼 ‘귀하신 몸’이다 보니 금괴는 대표적인 밀수입·밀수출품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일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7월까지 2조6990억원상당의 금괴 5만6458㎏이 밀수입·밀수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95억원(201㎏)였던 금괴 밀수는 2016년 445억원(959㎏), 2017년 1500억원(5098㎏), 2018년 2조3830억원(4만7851㎏)으로 폭증했다. 2019년 7월까지 금괴 1120억원(2349㎏)이 밀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밀수국은 금괴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홍콩이 1위였고, 중국·일본이 뒤를 이었다.

밀수업자들은 관세청의 단속을 피해 금괴를 들여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밀수업자 A씨는 중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사각 형태의 200g짜리 금괴를 자신의 항문에 삽입한 뒤 국내로 몰래 반입하는 수법으로 시가 14억원 상당의 금괴 총 29.2㎏을 밀수입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이씨 가족들의 주거지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가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금괴 행방 등을 추적할 방침이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2201호 (2021.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