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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구원(舊怨)’ 털고 극적 화해할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연말 특별사면 朴, 변호인 통해 MB에게 안타까움 전해
■ MB 측 인사 “국민 화합 위해 두 전직 대통령 화해 필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이계(친이명박)와 친박계(친박근혜)로 나뉘었다. 대선후보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였던 만큼 양측은 야당보다 더 매섭게 상대를 공격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경선은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고, 박 후보는 패배를 시인했다. 당은 빠르게 MB(이명박 전 대통령) 중심으로 재편됐고, 친박계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후 양측은 주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번번이 충돌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친박계가 대거 공천 탈락하는, ‘공천 학살’이 자행됐고,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친이계가 전멸하다시피 했다.

2016년 총선 전에는 해괴한 소문이 들렸다. “다 떨어져도 좋으니 박 대통령에 충성하는 80~90명 정도의 의원만 있으면 된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진박 감별사’라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결국 과반 의석이 유력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당을 내주고 2당으로 내려앉았다. 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의 의석 차이는 1석에 불과했지만,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국민의당 38석을 감안하면 사실상 새누리당의 대패였다.

정치권에서는 20대 총선 패배를 보수 진영 몰락의 전주곡으로 본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해묵은 갈등을 원인이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각기 다른 이유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박 두 전직 대통령. 정치권에서는 연말 내지 연초 두 사람이 함께 특별사면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은 1월 31일 0시를 기해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2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저질환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안양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李 전 대통령 기저질환 당뇨 등 앓아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스피커’이자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1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특별사면 대상에서 이 전 대통령이 빠졌다는 소식을 접한 당시 “‘이 대통령이 연세가 많으시고 건강도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라며 매우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TV로 생중계되는 특별사면 발표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치료 중인 삼성서울병원 병실에서 함께 지켜봤으며, 12월 31일 0시를 기해 병실에서 ‘사면·복권장’을 직접 수령할 때도 병실에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복심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이 구원을 털고 화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오래전부터 국민 화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의 화해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MB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MB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오랜 기저질환인 당뇨병을 앓고 계신다. 고령인 데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힘들어하신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2월 초 퇴원한 뒤 새 거주지를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과 지방 몇 군데를 알아보고 있다.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는 곳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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