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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취재] 불황 속 이유 있는 저가 커피숍 흥행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의 황소개구리 될까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코로나19 특수’ 타고 무섭게 몸 불려… ‘공룡’ 스타벅스도 긴장
가성비 소비문화와 맞아떨어져… 시장 포화에 출혈 경쟁 우려도


▎서울 종로구 청진동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상가 1층에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이디야커피가 나란히 붙어 영업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매일 점심시간 광화문 일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사진:이화랑 인턴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유독 상승세를 보인 시장이 있다. 바로 커피 시장이다. 코로나 여파로 폐업하게 됐다는 자영업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가운데, 커피전문점은 오히려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국세청이 2021년 12월 30일 발표한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커피음료점 등록업체는 2020년 동기 대비 16.6%(약 1만1000점) 증가한 7만7543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네 골목마다 있다는 전국 편의점 등록업체(약 4만6937점) 수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최근 커피 시장이 성장하는 동력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다. 저가 커피는 무서운 기세로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저가 커피전문점의 대표 격인 메가MGC커피(이하 메가커피)는 이디야커피에 이어 지난해 9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두 번째로 1500호점을 돌파했다. 무려 1643개 매장을 운영(1월 10일 홈페이지 기준)하게 되면서 매장 수 기준 국내 커피 2인자 자리를 꿰찼다. 기존 2위이던 투썸플레이스가 지난해 300여 개 점포를 새로 열었지만, 메가커피가 근 2년간 800여 개 가까이 점포를 내면서 자리를 내주게 됐다. 2022년 1월 현재 이디야커피는 3000여 개, 투썸플레이스는 1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가커피의 점포 확장 속도는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인 스타벅스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한 스타벅스는 2020년 12월 국내 진출 21년 만에 1500호점을 돌파했고, 현재 163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2021년 12월 기준). 메가커피는 2016년 1월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에 스타벅스가 22년간 확장해온 점포 수를 따라잡았다. 2014년 문을 연 뒤 메가커피와 저가 커피 1·2위를 다투고 있는 컴포즈커피도 전국 매장 수 1314개(1월 10일 홈페이지 기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맹점 면적당 매출에서도 저가 커피의 강세가 돋보인다. 1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20년 가맹점 면적(3.3㎡)당 평균 매출액은 메가커피 1894만원, 컴포즈커피 1815만원, 투썸플레이스 911만원을 기록했고, 빽다방이 223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와 비교했을 때 메가커피와 컴포즈 커피는 약 2배, 빽다방은 약 2.4배 정도 높은 수치다. 저가 커피전문점이 매장 수와 면적당 매출 등 모든 면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를 뛰어넘고 있는 양상이다.

브랜드 평판 또한 저가 커피가 업계 1·2위 대형 브랜드 커피를 바짝 뒤쫓았다. 1월 7일 한국 브랜드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브랜드 평판 지수에 따르면, 1위 스타벅스, 2위 투썸플레이스에 이어 빽다방과 메가커피가 각각 3·4위에 올랐다. 5위부터는 이디야, 커피빈, 폴바셋, 파스쿠찌, 할리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중저가 및 고가 커피 브랜드 다수가 저가 커피의 무서운 성장세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가성비 갑’ 저가 커피숍, 골목마다 우후죽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여파로 포장 및 배달 수요가 많이 늘어나자 저가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저가 커피 열풍은 부산에서 시작됐다. 2014년 부산대 앞에서 더벤티가 ‘1500원짜리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린 것이 한국 저가 커피 붐의 시초였다. 더벤티의 성공 직후 부산 내 대형 원두 공급 업체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나와 저가 매장을 세우면서 부산에 저가 커피가 대중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은 저가 커피의 메카답게 토종 컴포즈커피가 선두를 지키고 더리터, 배러먼데이, 하삼동, 텐퍼센트 등 향토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커피가 기호 식품을 넘어 음료 개념으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저가 커피 시장이 업계 용어로 ‘터졌다’고 본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성인 1인 당 커피를 매년 353잔 마시는데(2018년 기준), 이는 전 세계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한국인에게 한 끼 밥값과 맞먹는 커피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가 커피전문점은 이런 소비자 심리를 겨냥한 ‘가성비’ 전략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최근 성장세가 큰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전문점은 ‘대용량’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스타벅스에서 가장 큰 사이즈인 ‘벤티(591㎖)’와 유사한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해당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5100원에 판매 중인데(1월 10일 기준), 이는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가격대다. 주 3~4회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를 방문한다는 20대 직장인 김해영(가명)씨는 “다른 비싼 브랜드와 품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종종 이용한다”며 “맛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모든 단점을 감싸준다. 양도 많고 나오는 속도도 빠른 편이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중에선 저가 커피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저렇게 싸게 팔아서 남는 게 있긴 할까?”라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익은 어느 정도 남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본래 과도하게 끼어 있던 거품 가격을 줄이고, 조금 덜 남더라도 많이 팔자’는 식이다. 저가 커피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이익을 적게 보면서 많이 판매하는 것)’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중·고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팔 때, 저가 커피전문점은 석 잔을 팔아야 같은 수익이 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저가 매장이라고 해서 우유나 연유 등 품질이 낮은 재료를 쓰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즉 제품의 질은 기존 브랜드 커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전략적으로 저가 마케팅을 통해 승부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총매출액 대비 순이익은 보통 30% 정도라고 한다.

또 저가 커피는 다른 제품군을 통해 매출 공백을 메우는 방법도 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커피류가 가장 인기 메뉴인 건 맞지만,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는 브랜드 홍보를 위한 ‘미끼상품’이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별 메뉴판을 살펴보면, 에이드나 스무디 등 다른 음료의 가격은 기본 3000~4000원이어서 커피만큼 할인율이 크진 않다. 여기에 각종 디저트와 스낵류에서 추가 마진을 보기도 한다. 본사 측의 대량구매에 따른 재료 원가 절감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가 커피 사업자들 “코로나19 특수 봤다”


▎픽업을 기다리고 있는 ‘배달 주문’ 음료가 캐리어에 담겨 있다. 김만기씨가 운영하는 감성커피는 최근 1호점 매출만 월 7000만원을 달성했다. / 사진:김만기 제공
저가 커피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 와중에 몸집을 키워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업계 종사자들은 저가 커피 산업이 ‘코로나19 특수’를 봤다고 해석한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성비 소비문화가 자리 잡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테이크아웃 수요가 늘면서 저가 매장이 각광받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저가 커피 창업 흥행 이유로 ‘쉬운 접근성’을 꼽는다.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 없고, 적은 돈과 작은 규모 점포로도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 중 하나가 코로나19와 맞물려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감성커피’ 대전관평점과 대전유성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김만기(37)씨는 “상권 파악을 잘하고, 수익을 잘 낸다는 가정하에 중·고가 브랜드보다 투자 대비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넘길 수 있는 게 저가 커피 체인점 창업의 이점”이라고 짚었다. 김씨는 본인만의 노하우로 소비자를 끌어모아 ‘감성커피’ 전국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으로 업계에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우리 매장은 배달에 특화돼 있어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이 늘었다”며 “배달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저가 커피 산업이 더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가 커피는 “월세보다 인건비가 더 나가는” 사업이다. 사람이 가장 몰리는 점심 시간대 저가 커피전문점을 방문해보면 최소 2~3인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무인화 기기는 이런 저가 커피전문점에 딱 어울리는 시스템이다. 메가커피의 경우, 매장 입구 쪽에 작은 창이 있고 외부 방향으로 키오스크가 돌출돼 있다. 점주들에 따르면, 이 키오스크한 대가 사람 한 명과 맞먹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고 한다. 한 사람 주문받을 시간을 아끼면 음료 한 잔을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키오스크가 없었다면 저가 커피가 이렇게까지 붐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저가 커피전문점의 매장 규모는 보통 10~20평 안팎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보다 작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도 매장 크기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메가든컴포즈든 빽이든, 최근 생긴 매장을 보면 10평짜리는 거의 없다. 최소 15평 이상”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날 것을 대비해 홀도 크게 가는 추세”라고 판단했다. 6~8평 소규모 점포가 일반적이던 때에는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위험 부담이 덜 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20평’이 일반화된 지금은 서울에 유명 저가 커피숍을 오픈하려면 2억 이상은 든다고 한다.

저가 매장 급증으로 레드오션… ‘치킨게임’ 우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레드오션이던커피 업계의 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 커피 시장은 ‘한 집 걸러 한 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화 상태다. 이 때문에 2016년 반짝 인기를 누린 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대왕 카스테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2년째 운영 중이라는 한 점주는 “요즘 코로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된 이후 매출이 줄고 있다”며 “주위에 카페가 한두 달에도 몇 개씩 생겨나고 몇 개월 되지 않아 문을 닫고, 다른 카페로 바뀌는 걸 수십 번씩 본다. 그럴 때마다 우리 가게도 언제 문 닫을지 모르겠다는 압박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요즘 잘나간다는 메가커피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메가의 적은 메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공격적인 점포 확장으로 가맹점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결국 본인들끼리의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김씨도 업계의 하소연 목소리에 동의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늘 손님이 가득할 걸로 착각하고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결국 ‘나눠 먹기’가 돼버린다”며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시장이 불안정한 것이 제일 힘들다. 언제 카페 운영이 제한될지 늘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커피 가격이 고가와 저가로 재편되면서 저가 커피가 흥행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시장 양극화 현상’이라고 바라본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언론에서는 명품과 프리미엄 시장 등 화려한 럭셔리 소비 측면만 조명하곤 하는데, 그 이면에는 엄연히 저가 시장도 있다”며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에 타격이 있으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시장이 양극화됐다고 보면 된다. 저가 커피의 흥행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저가 커피들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커피 시장이 계속적으로 양극화될 것이다. 현재 ‘중저가’라고 표현되는 가격대가 애매한 브랜드들은 포지셔닝을 다시금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중간 지대가 점점 없어지고 (시장이) 저가와 프리미엄으로 양분되고 있다”며 “커피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는 ‘가성비’, ‘가심비’를 찾게 됐다. 저가 커피는 가격과 품질 등 소비자가 지각하는 여러 요소를 만족시키고 있어 앞으로도 약진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가 진입할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추가로 진입하는 사업자는 어떠한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를 들고 나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종사자들은 “저가 커피는 지역 특성이 강하다. 신규 창업자들은 반드시 그 지역에서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소구력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hwarang_lee@naver.com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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