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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홍준표 까는 게 더…”… ‘슈퍼챗’이 뭐길래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 실시간 방송 진행 유튜버에게 시청자가 보내는 후원금
■ 전문가들 “근거 없이 방송하는 채널 후원해주지 말아야”


▎1월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45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를 까는 게 더 ‘슈퍼챗’이 많이 나올 거야. 잘 해봐.”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45분 통화’ 녹취록 보도에 등장한 내용이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이모 [서울의 소리] 유튜브 촬영기사에게 윤 후보의 당내 경선 상대였던 홍준표 의원에 대해 비판해줄 것을 요청하며 ‘슈퍼챗’을 언급했다.

김씨가 말한 ‘슈퍼챗’이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에게 시청자가 직접 후원금을 보내는 기능이다. 영상 조회 수에 따른 광고 수익과는 별개로, 아프리카TV의 ‘별풍선’ 기능과 비슷하다. 슈퍼챗을 보낸 시청자에게는 댓글을 적으면 일정 시간 자신의 댓글이 강조되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인기 유튜버들은 이 슈퍼챗 기능으로 한 해에만 수억원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21일 유튜브 통계분석 기업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슈퍼챗 순위 1위(한국 기준)인 ‘김해꼬마tv’는 총 4만6000여 건의 슈퍼챗을 받아 약 7억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해꼬마tv’는 ‘술먹방(술 마시는 방송)’ 콘텐트가 주력인 채널이다. 구독자는 2만1900여 명으로 수익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활발한 소통으로 많은 후원을 받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위 통계에서 2위를 차지한 강용석 전 국회의원과 김세의 전 MBC 기자의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슈퍼챗에 수익을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3만2000여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노란딱지(폭력성∙선정성∙선동성 등을 띄어 대중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영상임을 알리는 표식)’가 자주 붙어 광고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가세연은 지난해에만 약 6억4700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기록했고, 누적으로는 약 18억8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로 유튜버에게 선뜻 후원금을 내놓는 걸까.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이사는 이를 ‘선물문화’라고 설명한다. 정 대표는 지난해 5월 이희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팬으로서 크리에이터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결국 감성적 가치”라며 “크리에이터에 대한 존중이자 지원일 수도 있고, 어떤 커뮤니티에서의 우월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일반 사회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 표현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선물’이 공동체 안에서 같은 유대감을 가진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안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슈퍼챗은 한 번에 최소 900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으며 횟수는 무제한이다. 금액별로 채팅창에 표시되는 색깔과 고정되는 시간이 다르다. / 사진:유튜브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채널 캡처
슈퍼챗 상위 채널 대부분은 정치평론

전문가들도 ‘소속감’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해석을 내놓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유튜브에서는 흔히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주류 신문이나 기타 온라인 매체와는 또 다른 이용자들의 특성이 보인다”며 “(유튜브 이용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이용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자신이 접속한 채널에 소속하거나 후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슈퍼챗과 같은) 참여도를 높이고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유튜브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의 슈퍼챗 상위 채널이 대부분 정치평론 분야라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슈퍼챗 순위를 보면 2위 가세연에 이어 3위 역시 정치평론 채널인 ‘유재일’(약 4억7200만원)이고, 4위 ‘수와진TV’(가수 형제 운영, 약 4억4700만원)를 제외하면 5위 ‘너알아tv’(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운영, 약 3억8000만원)까지 상위 5개 중 3개의 채널이 정치 이슈를 주제로 한 채널이다. 전 세계 슈퍼챗 순위(2021년 기준)를 보더라도 정치 분야로는 가세연과 유재일 채널이 유일하게 50위권에 든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에서 정치 관련 유튜버에게 후원금이 쏠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속감뿐만 아니라 효능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적대 정치’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려주는 채널을 통해 ‘확증편향’하면서 심리적 쾌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 채널에) 돈을 지불함으로써 참여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후원금을 냄으로써 ‘내가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 ‘내가 이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 운동을 하고 있다’라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사실 그건 ‘정치 참여(Political Participation)’라기보다 하나의 ‘취미 활동(Political Hobbyism)’”이라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정당에 후원금을 내거나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내듯이,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뉴스나 의견을 전해주는 유튜버들을 도와주고 싶은 거다. 돈을 내는 데서 굉장히 강한 소속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학계에서는 이런 후원에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 교수는 “일반 미디어들은 정정 보도나 반론 보도 청구 등 여러 규제 장치가 있지만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며 “혐오 발언을 하거나 폭력적이거나 근거 없이 정파적인 뉴스를 방송하는 채널은 사람들이 발을 끊고 후원을 해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미디어가 합리적인 공론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수용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hwara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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