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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전문기자의 레전드를 찾아서(36)] 40세 오승환, 여전히 빛나는 ‘끝판대장’ 

“꾸준한 성적 비결은 꾸준함 작심삼일 운동은 없다” 

김경빈 선임기자
지난해 KBO리그 6번째 구원왕, 한·미·일 통산 461세이브
“운동은 기분 내킬 때 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반복하는 것”


▎‘꾸준한 연습만이 꾸준한 성적을 낳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오승환 선수가 서울 잠실에 있는 선수촌병원 재활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소방대장’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은 쉴 틈이 없다.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461개의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2021년 KBO리그에서도 개인 통산 6번째 구원왕에 등극했다. 그는 64경기에 출전해 44세이브, 평균자 책점 2.03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프로야구 데뷔 2년 차이던 2006년 47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최연소 40세이브를 달성했던 그는 15년이 지난 2021년에 또다시 40세이브를 넘기며 한국 프로야구의 ‘대체불가 소방수’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오승환은 2014년과 2015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 1위에 올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세이브 기록을 쌓았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하고 묵직한 돌직구에 칼날 제구력, 여기에다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가 없는 포커페이스로 인해 그에게는 ‘돌부처’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승환은 1월 2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김지혜 씨를 신부로 맞는다. 만 40세가 되어서 ‘품절남’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을 텐데 그는 매일 오전에 하는 개인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다. 서울 잠실에 있는 선수촌 병원에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오승환 선수를 월간중앙이 만났다.

‘일반인’ 신부, 공개되는 걸 부담스러워 해


▎2021년 4월 25일 광주 KIA전에서 KBO리그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이 동료의 케이크 세례를 받았다.
병원에서 운동하시네요?

“여기는 병원인데 지하 재활센터에는 운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제가 미국 생활 정리하고 팔꿈치 수술(뼛조각 제거)을 하고 재활도 했던 곳입니다. 대학(단국대) 때 첫 수술을 했던 곳이고, 당시부터 제 몸 상태를 체크해 주신 선생님들이 계신 곳이라 20년 넘게 제 몸을 여기에 맡기고 있습니다.”

요즘 어떤 운동을 주로 하고 있는지요? ‘오승환은 운동 중독’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작년까지 너무 웨이트에 중점을 둔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유연성 운동, 몸 자체의 가동범위를 넓혀서 퍼포먼스를 좋게 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웨이트 무게는 조금 덜 하려고 합니다. 그게 정신적으로 좀 힘들긴 한데 주위 권유도 있고 해서 바꿔보려고 하죠. 운동 중독은 아니고요. 남들 할 때 똑같이 하고, 쉴 때는 잘 쉽니다.”

만 40세가 되어서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걸 축하드립니다. 신부를 꽁꽁 숨겨놓으셨던데요.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한 건 아닌데요. (신부가) 일반인이라 알려지는 걸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도 벌써 사진이 공개되면서 팬들이 이런저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사진을 합성해) 2세 얘기도 하고 신부의 피지컬도 따지고요. 하하. 진작 사진이 공개되고 더 많은 얘기가 나갔으면 불편했을 것 같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신부 자랑 좀 해주세요.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시나요?

“자랑이요? 그런 거 잘 못하는데, 결혼도 하기 전에…. 그냥 항상 잘 챙겨주고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줍니다. 저는 운동이 힘들 때 속에 담아두지 않고 오픈을 하는 편인데, 만난 기간은 짧지만 제가 의지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지인이 소개해 줬고요. 신혼여행은 시간이 촉박하고 코로나 때문에 생략하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그러다가 평생 욕먹는다고 해서 제주도 잠깐 갔다 오려고 합니다.”

2016년에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결혼은 나이가 들었다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 사람 아니면 못 살겠다면 할 거다. ‘이런 스타일이 좋다’는 건 없다. 남녀 관계는 만나서 필(feel)이 딱 통해야 된다”고 했는데, 신부가 그런 분인가요?

“맞습니다. 제가 먼저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결혼을 해도 되겠구나’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죠. 제가 6년 전에 말씀드렸던 딱 그 사람을 만난 겁니다.”

강아지 쿤(포메라니안 종)과 놀기, 화초 물주기 등 싱글 때 즐기던 생활은 그대로 이어지나요? 아니면 좀 양보해야 할 일이 있나요?

“그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것도 다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고, 반대로 저도 신부 취미나 개인적 일상 등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얘기도 많이 나눴고, 서로 통했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거죠.”

야구 이야기로 돌아가자. 오승환은 ‘포커페이스’로 유명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그의 모습을 보고 타자들이 지레 질려버릴 정도였다.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한 표정’에는 그의 야구 철학이 담겨 있다. 일부러 표정 관리를 하는 건지 물었더니 그는 “마운드에서 웃을 일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인상 쓰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집중할 뿐이죠”라고 했다.

9회 무사 1·2루에서 올라와 병살타를 유도했다면 팔 한 번 크게 휘두르고 소리 한번 질러도 될 것 같은데 오승환은 이렇게 말한다. “무사 1·2루에서 병살을 잡으면 투아웃에 주자 3루가 됩니다. 경기가 끝난 게 아니죠. 한 방 맞거나 폭투를 하면 실점 아닙니까. 더 집중해야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도 오승환은 표정이 없다. “그렇다고 마운드에서 환호할 필요 있나요.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쓸데없이 감정을 건드릴 이유가 없다는 뜻이죠. 그 타자는 다음에 또 만나니까요.”

2021 시즌은 도쿄 올림픽 전후로 성적이 확연히 달랐는데요(전반기 2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2.52. 후반기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7). 이유가 있나요?

“이유를 딱히 찾을 수 없어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 바뀌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힘들다면 더 힘들었겠지요. 성적이 좋게 나와서 다행이죠. 올림픽 이후 성적이 안 좋았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괴로웠을 겁니다.”

도쿄 올림픽도 삼성 가을야구 실패도 ‘쓴 약’


▎2021년 KBO리그에서 44세이브, 평균자책점 2.03으로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참패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참사의 주인공’입니다. 하하. 하지만 실패라고 감히 말씀드릴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항상 잘할 순 없잖아요. 이번에 도쿄에 가서 많은 경험을 한 선수들이 다들 어려요. 팬들이나 선수들이나 안타깝고 아쉽겠지만 이를 계기로 분명하게 한 번 더 예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신화 같은 일이 한국야구에 올 거라고 믿습니다. 도쿄에 갔던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많이 배웠을 거니까요. 팬들이 대표팀에 대해 질책도 많이 해 주시고 위기라고 걱정도 하셨는데요. 위기를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이 그걸 잘 알고 있고 준비를 많이 할 겁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야구 실패(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0승2패로 탈락)에 대해 가슴이 쓰릴 텐데요.


▎오승환이 자신의 독특한 투구 그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강한 악력을 이용해 찍어 누르듯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것도 팀으로 보면 똑같아요. 삼성 선수들이 5년 동안 가을에 야구를 못했는데 작년에 정말 한 시즌 잘 싸워서 마지막 경기 타이브레이크(정규시즌 1위 결정전)까지 갔잖아요. 비록 한국시리즈에는 못 올라갔지만…. 작년엔 가을야구가 짧았지만 분명 팀이 강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잘해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를 계기로 분명히 선수들 개개인이 강해지고 그러면 팀도 자연스럽게 강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KBO리그 최연소 40세이브(2006년·24세)와 최고령 40세이브(2021년·39세)를 달성했습니다. 16년 전 40세이브와 지난해 40세이브는 뭐가 다릅니까?

“이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는데,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고령 40세이브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당장 올해 40세이브 하면 기록은 또 깨지는 거잖아요. 타이틀은 붙이기 나름이지만 저는 나이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야구팬이나 미디어는 스토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겠지만요.”

오승환의 직구는 최고 시속 156㎞가 나올 정도로 빠르고 힘이 있다. 볼 회전이 많아 맞아도 멀리 나가지 않는다. 이런 ‘돌직구’는 남다른 손의 악력(쥐는 힘) 덕분이다. 오승환은 “손 악력이 볼 회전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도움이 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중학교 때 코치님이 엄지·검지·중지만으로 정구공이나 테니스공을 누르는 훈련, 악력기로 손힘을 기르는 훈련을 강조하셨어요. 시키신 대로 틈날 때마다 그 운동을 했더니 악력이 좋아졌습니다”고 말했다.

사과를 가로로 쪼개는 괴력인데, 지금도 악력 키우는 훈련을 하는지요?

“계속 하고 있습니다. 투수의 운동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손목 강화, 어깨 강화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해답이 바로 ‘꾸준함’입니다. 야구장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까지 이런 비시즌부터 꾸준히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꾸준함은 루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반복해야 하거든요. 사실 그게 너무 힘듭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사실 말로 설명드리기는 좀 어렵습니다.”(기자가 “저도 매일 아침 수영을 하니까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고 하니까 그는 “어쩐지 얼굴이 좋으시다 했네요”라며 맞장구를 쳐 줬다.)

강한 손가락 악력으로 찍어 누르는 투구


▎2021년 8월 7일 도미니카와의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오승환(가운데)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프로야구 신인 시절부터 당시 삼성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던데요. 슬라이더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받았나요?

“선 감독님은 슬라이더 그립이 독특합니다. 엄지가 검지 쪽으로 많이 올라와서 다른 투수들이 따라 하기 어렵죠. 저는 다른 선수들과 변화구는 비슷한데 직구 그립은 좀 다릅니다. 공과 손바닥이 좀 떨어지게 해서 찍어 누르는 느낌으로 던지죠. 제 강점인 악력을 이용하는 느낌인데 저한테는 이 그립이 맞는 것 같습니다.”

투구 시 왼발을 땅에 놓기 전에 약간 비비는 듯한 동작을 하는데 그게 타자의 흐름을 깨는 효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본인이 창안한 건가요?


▎2014년 5월 23일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와 한신의 오승환이 경기 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제 폼이 그렇게 됐는지 인지를 못하고 있었고 영상을 보고서야 알았죠. 저는 제 왼발이 자연스럽게 가는 것처럼 느꼈어요. 대학 때는 이 폼을 고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잘 안 됐어요.”

강속구 투수, 그것도 극한 상황에서 올라오는 마무리로서 제구력이 매우 좋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그게 가장 설명하기 힘든 부분인데요. 제가 만약 그 방법을 알고 있다면 대단한 지도자가 됐을 겁니다(웃음). 마무리 투수는 공 하나에 승패가 갈리죠. 그래서 마운드 위에서 공 하나를 던지더라도 타자와의 기싸움, 머리싸움이 필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집중력입니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네요.”

오승환은 대학 시절 큰 팔꿈치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의 위기가 찾아온 적이 있다.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수술) 후 재활에 어느 정도 전념했는가 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당시에도 경기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서 뭔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포르투갈전 승리의 함성이었다고 한다.

유니폼을 벗으면 오승환은 준수한 청년이 된다. 갑옷 같은 상체에 통나무 같은 하체를 지닌 터라 옷을 입어도 훈남 스타일이 물씬 풍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장난도 잘 친다. 씀씀이도 시원시원하다. 한신 시절에는 시즌이 끝난 뒤 투수들을 전부 한국으로 초청해 폼 나는 파티를 열기도 했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다 경험하셨는데요. 나라마다 포수들이 마무리 투수에게 요구하는 공 배합의 특징이 있나요?

“포수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포수의 사인을 많이 따라가는 편인데요. 일본과 미국에 갔을 때 거기 포수들이 더 경력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자주 호흡을 맞추는 포수는 그날그날 제 컨디션이나 타자의 성향에 따라 사인을 바꿔주는 편입니다. 저는 그런 포수를 믿고 따르는 거죠.”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승환과 포수 몰리나가 경기를 마무리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몰리나 포수는 어땠나요?

“몰리나 선수는 야구를 좋아하는 팬은 다 알 정도로 메이저리그 레전드급이죠.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중요한 건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편하게 해 준다는 겁니다. 투수가 나이가 많든 적든 모든 기량을 펼칠 수 있게끔 보듬어주고, 보호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해 줍니다. 지금도 SNS나 당시 통역을 통해 자주 연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NFT(대체불가토큰) 플랫폼인 ‘베리옥션’에서는 오승환 선수의 소장품을 경매에 내놨다. 통산 400세이브를 기념하는 친필 사인 티셔츠, KBO리그 통산 300세이브 달성 경기에서 착용한 글러브 등이다.


▎2017년 8월 28일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이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한글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다.
해외에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NBA 구단 같은 프로스포츠 단체에서 전설적인 선수들의 소장품을 NFT를 통해서 상품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프로야구 선수의 소장품이 NFT로 공개되는 것은 오승환이 최초다.

300세이브 글러브와 변화구 그립 영상 등을 NFT로 만들어 경매 중인데요. 어떤 과정으로 만들게 됐습니까?

“소속사(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김동욱 대표님하고 뜻이 잘 맞아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경매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NFT는 디테일하게 이해는 못 하지만 그 세계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기록은 남기고 싶어


▎2011년 8월 12일 대구 KIA전에서 KBO리그 최연소 및 최소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이 환호하고 있다.
송승준(42·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은퇴하면서 어느덧 KBO리그 최고령 투수가 됐는데요. 책임감과 무게를 느끼는지요?

“솔직히 특별한 느낌은 없습니다. 나이가 많다, 최고령이다 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요. 했던 대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은퇴라는 걸 머리에 떠올리고 그 해가 되면 조금 더 신경을 쓰겠지만 아직은 그걸 신경 쓰기보다는 운동장에서 같이 뛰는 선수들과의 승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할 것 같은지요? 더 도전해보고 싶은 기록이 있나요?

“몸 상태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아니까 끝까지 노력하다가 이제 힘이 부친다, 팀에 도움이 안 되겠구나 싶으면 공을 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눈앞에 와 있는 게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잖아요(현재 461개. 한국 339개, 일본 80개, 미국 42개).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 2명이 갖고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긴 하죠.”

그림에 조예가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집에 걸어놓고 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찾아보기도 합니다. 직접 그리는 재주는 없습니다.”

은퇴 후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있습니까?

“그건 제가 더 궁금합니다(웃음). 다른 걸 생각할 여유도 없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으니까요. 아직 은퇴 후 뭘 해야겠다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중학교 시절 오승환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많이 쪼들렸다.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빵과 우유 등 간식을 샀는데 오승환의 차례가 오면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3만원 정도 하는 간식비 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1년에 수십억 원을 버는 지금 그는 “돈을 써도 바보같이 쓰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새기고 있다. 은퇴 후에는 다른 선수들처럼 재단을 세워 활동할 계획도 갖고 있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는 “자선·재능기부·장학 활동이 대부분인 기존 스포츠 스타 재단과는 좀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 펀드 운용과 투자 등 재무 분야 쪽에 관심이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야구팬들과 월간중앙 독자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했다. 가정을 꾸미는 새신랑의 수줍음을 담아 소방대장이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염원과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결혼하게 됐습니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야구장에서도 좀 더 안정적이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2022년 프로야구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중앙SUNDAY에 ‘스포츠 오디세이’ ‘스포츠다큐-죽은 철인의 사회’를 연재하고 있다. 중앙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했고, 2013년 이길용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연세대 국문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산업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튜브 방송국인 중앙UCN의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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