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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말말말'… 되레 지지율 결집했지만 원팀엔 걸림돌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윤석열 지지율에는 부정적 영향 적어, 팬덤 정치 기폭제 작용
■ “1라운드 끝났을 뿐, 김건희 리스크 아직 ‘꺼진 불’ 아냐” 전망도


▎‘건희 사랑’ 페이스북 팬클럽에 2022년 1월 23일 공개된 김건희씨 사진. /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른바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취’가 대선 정국을 휩쓸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씨의 통화 내용 공개로 윤 후보를 포함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까지 ‘무속’ 논란에 빠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향한 “불쌍하다”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다만 녹취록 공개 이후 오히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김씨 발언의 여파가 후보 지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남은 숙제는 국민의힘 ‘원팀’ 여부다.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 [서울의소리] 등이 1월 23일 공개한 녹취 내용에 따르면 이모 영상기사가 ‘내가 아는 도사 중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으로(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고’라고 말하자 김씨는 “응 옮길거야”라고 답했다.

또한 “우리 남편(윤 후보)도 약간 그런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랑 그게 연결이 된 거야”라는 발언도 공개됐다. 1월 22일 MBC [뉴스데스크]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굿을 했다”는 김씨의 발언을 공개했다.

앞서 김씨는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선고받은 안 전 충남지사에 대해서는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여기는”,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등의 발언을 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연이은 김씨 통화 내용 공개에도 상승세다.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지난 1월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조사해 23일 발표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4%, 윤 후보는 32.5%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14∼15일)에 비해 이 후보는 0.4%p 하락했고 윤 후보는 1%p 올랐다.

같은 기간 실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소폭 상승이 눈에 띈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 의뢰로 1월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47.1%, 이 후보는 35.5%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지난 조사(14~15일) 대비 2.3%p 상승했고 이 후보는 1.7%p 올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1월 24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김씨의 녹취록이 공개되면) 최소한 (윤 후보의) 치명상 내지 골절상을 예상했는데 결과는 찰과상도 아니고 오히려 결집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고 보수층 일각에서의 하락은 ‘김건희 이슈’보다는 홍준표 의원과의 갈등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왼쪽 둘째)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경선후보들과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경선후보, 윤 후보, 유승민·원희룡 경선후보. / 사진:연합뉴스
“최소한 치명상 내지 골절상 예상…오히려 결집 불러일으켜”

특히 녹취록 공개 이후 김씨의 팬카페가 생기고 지지층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김씨 팬클럽 ‘건희 사랑(희사모)’는 1월 23일 김씨가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배 위원은 “정치인 팬덤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가치에 동의하기보다는 재미 혹은 ‘자기편 지키기’ 측면에서 맹목적으로 ‘묻지마’ 성격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며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김씨의 팬덤이 증가하는 것을 긍정적 지표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선대위 대변인은 1월 23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선대본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의미 있는 (김씨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지율에 영향이 적고 오히려 김씨의 팬덤이 생기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국민의힘 ‘원팀’ 여부다. 김씨의 발언으로 무속 논란에 휩싸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1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씨가 녹취록에서 저에 대해 말한 부분은 모두 허위 날조임을 밝힌다”며 “저는 굿을 한 적이 없다. 고발 사주를 공작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사실관계를 분명히 알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의원은 앞서 홍 의원은 자신의 커뮤니티 플랫폼인 [#청년의꿈]에서 “거짓말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참 무섭다”며 “내 평생 굿 한 적 없고 나는 무속을 믿지 않습니다”라고 해당 주장을 부인한 바 있다. 특히 게시글에 답글을 달면서 여러 차례 출당을 언급했다. 홍 의원은 “내 발로는 못 나가겠고, 윤핵관(윤석열핵심관계자)들이 준동해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마음이 더 편할 것”, “권영세 말대로 출당이나 시켜주면 맘이라도 편하겠네요”라고 했다.

배 위원은 “원팀 과정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말 폭탄도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터지느냐에 따라 폭발력이 달라지는데 김씨의 발언은 국민의힘이 원팀으로 가는 과정에서 터졌다”며 “정치인이 말 때문에 올 자리에 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씨의 발언 공개 시점이 윤 후보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배 위원은 ‘김건희 녹취록’의 위험이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공개된 김씨의 녹취록이 성폭력 발언 등 상식 수준에서 보편적 감수성을 건드린 부분도 있었지만, 지지율에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꺼진 불’이 아니다. 1라운드가 끝났을 뿐 2, 3라운드가 진행되면 어떤 식으로 파급력을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cho.kyuhee@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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