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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세 ‘BTS-아미 현상’을 이해하는 5가지 키워드(1) 

아미는 어떻게 세계 최강 팬덤이 되었나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아미, 스타 팬덤보다 글로벌 문화 활동에 가까워… 자발적 연대로 차별에 저항
집단지성 구현되는 아주 드문 사례… 기획사 하이브와 노선 갈등은 새 불씨로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만들어가는 컬래버는 이제 우리 시대의 ‘현상’이 됐다. 2021년 11월 28일 (미국 현지시간)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2년 만에 콘서트를 재개한 방탄소년단은 아미와의 연대를 재확인했다. /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하 BTS)과 팬덤 A.R.M.Y(이하 아미)가 LA 소파이 스타디움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50억 달러(약 6조원)짜리 최신식 풋볼 경기장은 BTS의 4회(2021년 11월 27~28일, 12월 1~2일) 공연 동안 21만 40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유튜브 시어터(약 1만8000명)와 온라인 스트리밍(약 58만1000명) 관람 인원을 합치면, 1만3000명 이상이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콘서트에 동참했다. 리더 RM은 아미를 향한 진심을 이렇게 전했다. “여러분이 저희 존재의 증명입니다. 여러분이 저희의 가치, 저희의 슬픔, 저희의 사랑, 저희의 평화, 저희 모든 것의 증명입니다. 저희가 총알(bullet)이고 여러분이 저희의 증명(proof)이니까, 저희는 진정으로 방탄(bulletproof)이 될 수 있습니다.”

2013년 6월 13일 결성 이래 방탄소년단의 궤적은 어제의 고점이 오늘의 저점이 되는 멈춤 없는 ‘우상향’이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빌보드 200) 1위(2018년 5월 27일 3집 ‘LOVE YOURSELF 轉 Tear’),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핫 100) 10주 연속 1위(2021년 버터), 영국 웸블리(2019년 6월)와 미국 소파이 단독 투어,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2017~2021년)·톱 듀오/그룹(2019년, 2021년)·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톱 셀링 송(2021년) 수상,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2018~2021년)·페이버릿 팝 듀오/그룹(2019~2021년)·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페이버릿 팝송(2021년) 수상,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션, UN 총회 연설(2021년 9월 20일), [타임] 글로벌판 표지(2018년 10월), 화관문화훈장(2018년 10월) 수상….

1. 총공 | 전 세계 아미들이 왜 그래미를 공격할까

2021년 11월 21일 AMA 3관왕에 오른 직후 BTS는 “모든 것이 기적 같다. 전 세계 아미의 사랑과 지지 덕분”(RM), “아미가 우리의 우주”(진)라고 말했다. 이들이 성취한 기적 같은 여정에 대해 [BTS와 아미컬처]를 쓴 미디어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는 “방탄·아미 현상”이라고 압축했다. BTS의 성공 서사는 아미를 빼놓곤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미의 일원인 민경원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는 ‘아미의 조건’에 관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가입해야만 아미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방탄소년단 팬이라고 지칭하면 아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미에 속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체성 규정이다. [BTS 예술혁명]의 저자인 이지영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인종, 언어 등과 얽힌 편견과 억압에 대한 저항이 아미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 소속사 출신의 한국어로 노래하는 동양인 보이그룹’은 태생부터 비주류였다. 기득권의 차별과 무시 속에서 아미는 BTS를 엄호했고, 지금 이 자리까지 함께 장벽을 넘어왔다. 아미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 호의를 못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BTS는 그 우회로로 유튜브 플랫폼을 개척해 본의 아니게(?) 세계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없었으면 [오징어 게임]이 저렇게 유명해질 수 없었듯,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SNS라는 스마트폰 기반의 기술적 조건을 굉장히 잘 구현해냈다”고 평했다.

언더독이 세상의 문법을 바꾸는 서사에 아미는 ‘총공’으로 동참했다. 총공은 총공격의 줄임말로, 팬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BTS의 커리어패스를 완성해가는 것은 아미에게 일종의 ‘도장깨기’ 같은 의미다. 공략 대상이 난공불락일수록 아미의 총공 의지도 올라간다. 예상을 깨고 BTS가 2022년 그래미 시상식 메이저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하자 아미는 ‘영어권 백인 남성 집단이 가하는 차별’로 규정했다. 민 기자는 “바뀌고 있지만, 그래미 심사위원에 백인 남성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며 “미국 3대 음악상 중 빌보드나 AMA에 비해 그래미는 작품성 평가가 더 들어간다. 이 말은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미에서 “백남이 또 백남했다”는 냉소가 나온다.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한남’을 패러디해 백인 중년 남성 위주인 주류 팝계에 야유를 보내는 것이다.

아미들 사이에서는 “그깟 그래미”라고 공정성을 공격하면서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윤기(슈가의 본명)가 말한 것처럼 그래미상을 받도록 계속 총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이에 대해 아미를 연구하다 아미가된 이지행 박사는 “1위라는 성과를 주고 (세상이) 입을 벌렸을 때, 메시지를 넣어줘야 한다”고 풀이했다. 아미가 BTS에 열광하고 열중하는 이유는 그들의 메시지에 감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전파하려면 BTS라는 메신저가 더 빛나야 한다는 관점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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