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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세 ‘BTS-아미 현상’을 이해하는 5가지 키워드(3) 

아미는 어떻게 세계 최강 팬덤이 되었나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아미, 스타 팬덤보다 글로벌 문화 활동에 가까워… 자발적 연대로 차별에 저항
집단지성 구현되는 아주 드문 사례… 기획사 하이브와 노선 갈등은 새 불씨로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구원과 위로, 성장의 서사를 같이 써내려가고 있다. 그 동행에 하이브의 비즈니스 플랜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4. 비정치 | 아미가 BTS 병역 이슈에 침묵하는 이유는

‘BTS에게 정치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아미의 암묵적 합의다. “안 갔으면 좋겠지만, 아미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보편적 정서에 가깝다. 다만 BTS 병역 이슈를 꺼냈던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적 항의를 불사한다. 일례로 “아미들 사이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은 단단히 찍혀 있다”고 한다. 두 의원의 의도가 아무리 순수하더라도, BTS로 이슈 프레이밍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

정덕현 평론가는 “불공정한 현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중의 의식이 굉장히 강해졌다”며 “면제 개념이 아니라(꼭 현역 복무가 아니더라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고, 방탄소년단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대체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BTS를 독도수비대에 갖다놔야 한다”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 부류의 주장은 실리와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맥락이다. 아미 중에서는 “다른 체육·예술 분야에 비해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느끼지만, 길게 보면 차라리 군대를 다녀오는 편이 깔끔하다”, “하이브는 이미 방탄소년단과 7년 재계약을 해놨다.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플랜이 세워져 있을 것”이라며 현역 입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아미가 직면한 또 하나의 곤혹스러움은 중국 아미들의 고립이다. 2021년 9월 6일 중국 정부는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지민 등 BTS 멤버를 포함한 한류 연예인의 웨이버(중국판 트위터) 팬클럽 계정을 정지시켰다. 트위터를 접점으로 교류하는 아미의 특성상, 웨이보를 쓰는 중국 아미는 갈라파고스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나마 웨이보마저 정지되자 중국 아미와 사실상 단절됐다.

BTS의 팬 베이스가 중국에 쏠려 있지 않아서 하이브 주가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차별과 핍박에 무심할 수 없는 아미의 문제의식은 남아 있다. “중국 정부가 저러면 어떡하나? 중국 아미들이 불쌍하다”는 동정론과 “(중국 체제의 특성과 결부된 사안인지라)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이 동거하고 있다.

5. 하이브 | 아미와 하이브의 최적 균형은 어디일까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공개된 ‘아미를 위한 한국어 배우기 프로그램’. / 사진:위버스 화면 캡처
방탄소년단과 아미, 하이브의 상호보완적 삼각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고리가 아미와 하이브의 관계다. 이지행 박사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시절만 해도 보기 드물게 사이가 좋은 팬덤과 회사였다”며 “(이후) 하이브는 음반 기획사라기보다 플랫폼 회사가 됐다. (사업적) 컨버전스는 필수적이겠지만, 회사의 비즈니스가 확장하게 된 계기가 방탄소년단인데, 그들의 IP(지적재산권)를 함부로 쓴다는 우려가 아미들 사이에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민경원 기자도 “빅히트가 인수를 많이 하며 하이브가 된 것도 ‘방탄소년단이 번 돈을 다른 아티스트에게 쓴다’는 인식이 생겨 아미에게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K팝 팬은 레이블 팬도 있지만, 빅히트는 예외적이다. (하이브 산하) 빅히트나 플래디스 소속 아티스트가 방탄소년단의 가치관과 섞이는 데 아미는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2021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음악 콘텐트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Label) 영역과 레이블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음악에 기반한 공연, 영상 콘텐트, IP, 한국어 교육,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솔루션(Solution) 영역 그리고 위버스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모든 콘텐트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플랫폼(Platform) 영역으로 사업을 구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로 NFT(대체불가토큰)를 활용한 메타버스까지 시야에 넣고 있다. 이 모든 비즈니스의 엔진은 BTS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의 소속사 이타카 홀딩스 인수 계약(2021년 4월)이나 네이버(V-Live 사업부 지분인수·2021년 1월), YG(YG플러스 지분 인수·2021년 1월)와 혈맹을 구축한 것 역시 BTS의 인기와 아미의 구매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BTS가 나이 들어도 아미의 열정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하이브의 비즈니스와도 직결된 화두다. 이에 대해 이지영 교수는 낙관적인 예상을 건넸다. “바깥에서는 보이밴드에 열광하는 ‘빠순이들’의 집합체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미 안에는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아미가 ‘방탄이 최애(最愛)고, 아미가 차애(次愛)’라고 이야기한다. 서로 친구가 되고, 돕고 그러면서 이 커뮤니티를 전 세계적으로 형성해나가고 있다. 방탄소년단도 늙고, 아미 커뮤니티도 늙겠지만, 공동체로서의 경험은 사람들을 아주 중요한 방식으로 변화시켜나갈 것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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