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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광폭 행보에 불편해진 국민의힘, 송영길 586 용퇴론에 분란 커진 민주당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安 인명진·김동길·홍준표·김종인·반기문 등 보수 거물 잇단 접촉
■ 宋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우상호 제외한 586들은 침묵 일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방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광복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의 지지 선언을 끌어낸 데 이어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자신의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안 후보 측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대척점에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안 후보는 야무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덕담을 전했다. 안 후보는 1월 26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찾았고 그로부터 “국민의 눈물을 씻어주는,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이에 앞선 1월 25일 최 위원장은 광화문에 위치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의 개인 사무실을 지인과 함께 방문해 새해 인사를 나눴다. 최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 사이에는 서강대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최 위원장이 학생(78학번)이던 시절, 김 전 위원장은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사실상 윤석열 캠프에서 해촉된 뒤 국민의힘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윤석열 캠프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 측의 광폭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향후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1월 10일 안 후보의 최측근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났을 때 “안 후보에게 꼭 전해달라. 2017년 대선 상황을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왼쪽 사진)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홍준표 의원.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최진석, 이재명·윤석열 싸잡아 비판

안 후보 측에서 적극적으로 보수 거물들과 접촉하는 걸 바라보는 국민의힘은 내심 불편하기만 하다. 특히 홍 의원이나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껄끄러운 사이인 터라 더 그렇다. 만일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본격적으로 단일화 테이블을 차릴 경우 홍 의원이나 김 전 위원장이 안 후보를 거들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그는 1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보다 정치권력에만 관심 있는 정치 지도자와 생각 없는 유권자들이 함께 그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라며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장 사퇴하라”고 발끈했지만, 윤 후보 측은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 독자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안 후보 측이 연일 보수 진영을 향해 보폭을 넓히는 걸 지켜보는 게 그리 편치만은 않다”고 귀띔했다.

그런가 하면 30%대 박스권에 갇힌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제고(提高)를 위해 송영길 대표가 꺼내든 ‘586 용퇴론’은 시작부터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 “용두사미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586의 맏형 격인 송 대표는 1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인적 쇄신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송 대표의 ‘불출마 열차’에 동승한 사람은 송 대표와 같은 연세대 81학번인 우상호 의원 한 명뿐이다. 당내 나머지 586의원들은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워낙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라 자유롭게 말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며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도 혹시나 단톡방에 어떤 글이 올라왔을까 하고 확인했는데, 없더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6일 광주광역시 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종민 “용퇴가 핵심 아냐”… 李 선대위 “이런 게 요설”

민주당 일각에서는 586 용퇴론은 송 대표가 사전 조율 없이 성급하게 꺼내든 카드라 애초에 실현성 없는 얘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586의원 중 상당수는 동일 지역구 4연임 금지나 586 용퇴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586 용퇴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도 586인데 용퇴(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용퇴 문제가 핵심이 아니고, 우리가 힘을 합치고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김우영 이재명 선대위 대변인은 “이런 걸 요설이라 하는 것”이라며 “차라리 말을 말든지, 행동하지 않는 구두선의 정치는 배반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당직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당에 비상이 걸린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인 용퇴 문제를 사전 조율 없이 당대표가 너무 성급하게 치고 나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586 용퇴론이 당 내부 분란만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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