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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선TV토론, 승자는 누구?…“의외·역시·왠일·무난”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높은 기대치 李에겐 “아쉽다” 낮은 기대치 尹에겐 “선방했다”
■ 과거 비해 안정감·인성 돋보인 安, 가치 선명성·일관성 빛난 沈


▎심상정 정의당·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월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개최된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후보 4인의 첫 TV토론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의외로 선방했다’는 인상을 준 후보가 있는가 하면 ‘역시나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후보도 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닌 만큼 절대평가는 어렵지만 후보 개개인의 역량, 질의응답, 답변 자세 등으로 상대평가는 가능하다. 전문가들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대선후보는 누구일까.

그동안 토론에 자신감을 보여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진 것’에 비해 아쉬운 전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2월 4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이 후보의 정치·행정 경력과 국정 준비 등 기본적으로 후보가 가진 자산과 능력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배 위원은 “토론을 잘하는 걸 넘어 상대를 압도할 줄 알았는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며 “경기에서 5 대 0으로 이길 줄 알았는데 결과는 2 대 0인 느낌으로, 이기긴 했으나 뭔가 아쉬움이 남는 토론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에게서 다소 경직되고 방어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외로 이 후보에게 득이 되는 토론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를 둘러싸고 세 후보가 집요하게 공격할 줄 알았는데 ‘1 vs 3’ 구도가 잘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네거티브 토론이 아니었다”며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토론으로 흘렀다면 집권당 후보이자 이 후보의 각종 의혹 제기에 많은 시간을 썼을 텐데, 이번 TV토론은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 토론회 성격으로 흐르다 보니 중도층의 유권자가 이 후보를 ‘능력 있다’고 평가할 만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의외의 선방’, ‘예상외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 위원은 “윤 후보는 선방했다. 준비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TV토론은 공격보다 방어가 더 중요한데 기대치가 낮은 데서 오는 효과일 수도 있지만 무난하게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예상외로 잘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반대로 박 교수는 “전반적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다행’이라는 느낌으로 잘했다는 평가가 나올지 모르지만 행정가적 능력, 국정 운영 능력 등에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尹, 정책 방향 준비 덜 됐다는 느낌” 평가도

윤 후보가 ‘RE100(Renewable Energy 100%·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 등 단어의 의미나 청약점수 만점을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신 교수는 “전문용어를 모르는 것은 흠이 되지 않는다. 일반인 대다수가 모르는 단어나 용어를 쓰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려고 하거나 상대를 공격할 때 선택하는 전략”이라면서도 “청약점수 등은 대다수 국민에게 ‘윤 후보는 우리와 동떨어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단어는 모를 수 있지만 몰가치적인 답변, 일반론에 준하는 답변이 대다수이다 보니 구체적 정책 방향이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을 줬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많았다. 신 교수는 “안 후보의 인성을 볼 수 있는 토론으로 ‘잘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공격적으로 질문할 때 상대 후보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안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그런 모습이 잘 부각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윤 후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경쟁 구도를 연출한 모습 등이 상당히 세련돼 보였다”며 “안 후보의 안정감이 돋보이는 토론회였다”고 분석했다. 배 위원은 “과거처럼 지나치게 감정적인 답변을 한다든가, 답변할 때 쭈뼛하거나 뭉개는 듯한 발음을 하지 않았다”며 “무난하게 평균치 이상을 보여줬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역시 잘한다’는 평가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차지였다. 배 위원은 “대통령 후보의 식견과 가치 전달 능력에서 가장 탁월했다”며 “진보 정당의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 발표와 후보의 언행일치 모습 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역시 심상정’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평화·환경·성평등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진보 정당의 일관성이 돋보였고 자신감 있는 자세로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 다른 후보와 비교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상대적으로 “원래 전달력이 탁월한 후보인데 몇 가지 부분에서 팩트(사실)가 잘못된 게 있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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