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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 국적 아이돌들은 ‘절’을 거부했나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팬사인회서 큰절 대신 ‘공수(拱手)’ 택한 아이돌 멤버
■ 전문가들 “중국에서는 사람에게 절하는 문화 사라져”


▎2022년 1월 2일 다국적 아이돌 그룹 ‘에버글로우’의 신년 기념 팬사인회에서 중국 국적 멤버인 왕이런이 큰절 대신 중국식 인사인 공수를 하며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논란이 된 왕이런의 인사 모습. / 사진:웨이보 캡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이 편파판정으로 수혜를 입었다는 논란이 커지며 중국 국적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큰절 거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내 팬들의 비판은 물론, 큰절을 거부한 것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인은 무릎 꿇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자 우리나라와 중국의 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증으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은 1월 2일 진행된 다국적 6인조 아이돌 그룹 ‘에버글로우’의 팬 사인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인회 도중 멤버 전원이 현장에 방문한 팬에게 큰절을 올리는 순서가 마련됐다. 그러나 중국 국적 멤버인 왕이런(王怡人)만 큰절 대신 한 손으로 주먹 쥔 손을 맞잡는 중국식 인사인 공수(拱手)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코로나19 시국임에도 사인회를 찾은 팬에게 결례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속사인 위에화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왕이런은 논란이 불거진 후 1월 9일 학업 상의 이유로 출국한 상태다.

왕이런의 큰절 거부는 다른 문화권의 배우들과 비교되며 더욱 크게 비판받고 있다. 유명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는 2018년 내한 당시 행사 일정에 지각했다. 그런데도 자신을 열렬히 반겨주는 팬들에게 사과하는 의미를 담아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린 바 있다. 같은 중국 문화권 출신 멤버들이 포함됐던 다국적 아이돌 그룹 ‘엑소’도 2013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보낸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멤버 전원이 큰절을 올렸다.


▎중국 국적 멤버들이 포함된 다국적 아이돌 그룹 엑소는 2013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멤버 전원이 큰절을 올린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존중받으려면 다른 나라 문화 먼저 존중하라” 지적도

전문가들은 절에 대한 양국 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오랜 시간 중국을 연구해 온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월 17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중국 문화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바닥까지 내리는 절은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존경을 의미한다”며 “머리와 손까지 숙이는 절은 굴욕을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정계를 살펴보면 시진핑 주석에게도 15도 정도만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라며 “문화의 차이가 아이돌 그룹과 팬 사이의 소통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언론 [관찰자망(觀察者網)]에선 “중국 전통문화에서 무릎을 꿇는 행위는 충성과 존경의 표현이며 종종 절을 강요하는 것은 그 사람을 치욕스럽게 만든다”고 서술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이라면 한국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팬들의 비판에 대해 전문가들도 유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중국 국적 멤버들은 나름 최고의 예의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인의 정체성으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소속사 차원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실시하고, 중국을 비롯한 다국적 멤버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중국은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받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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