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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선도기업 (14)삼성전자]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미래를 위한 동행 

기술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일상’을 탐색하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탄소 배출 저감과 재활용에 초점 맞춘 제품 개발, 갤럭시 S22시리즈에도 적용
스타트업 육성에 중점 둔 사회공헌 활동 국제적 인정받아… 준법경영도 강조


▎2020년 10월 이재용(우측 3번째 쪼그려 앉은 이) 삼성전자 부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했다. “기술로 지속가능한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 ESG 경영의 핵심 철학이다.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2021년 매출액은 279조6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은 51조6300억원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분기 모두 해당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매출에 해당한다.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글로벌 시가총액 1~3위 회사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비교하면 바로 체감된다. 애플은 2021년 매출액 454조원(이하 환율 1200원으로 적용), 영업이익 140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액 222조원, 영업이익 95조원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구글은 매출액 310조원, 영업이익 95조원이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중심의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에 필적할 만큼의 성과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위상은 GDP(국내총생산)나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는 일개 기업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주시하는 이벤트에 가깝다. 코로나19 직격탄에도 삼성전자의 서프라이즈 실적이 거듭되면 ‘그래도 국가 경제의 큰 틀은 성장 중’이라고 국민이 안도감을 갖는 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1년 4분기 매출 76조5700억원, 영업이익 13조87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내놨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각인된 삼성전자의 위상을 고려할 때, 그들의 방향성은 재계 전체가 주목하는 이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테마로 설정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지속가능한 미래”라고 규정한 친환경 비전을 발표했다.

한 부회장은 “고도화된 연결성과 맞춤화 경험을 기반으로 삼는 기술 혁신”과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을 통해 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지속가능한 일상(Everyday Sustainability)’이라고 이름 붙였다. 개발에서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제품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관통하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TV,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에 대해 영국의 친환경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의 탄소 배출 저감 인증을 받았다. 메모리 반도체 5종은 각각의 칩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70만t 가량 줄였다. 또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QLED, 갤럭시 버즈2, 패밀리 허브 등 인기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했다.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도 전년 대비 30배 이상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조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 가전제품 제조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기술로 지구 환경을 지키다


▎2022년 1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기조연설에 나서 친환경 경영 활동을 소개했다. / 사진:삼성전자
제품 포장 단계에서도 친환경 요소를 강화한다. 그동안 전체 TV 박스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지만, 2022년부터 박스 안에 삽입되는 스티로폼과 홀더 등 부속품에도 일괄 적용한다. 포장 박스를 생활 소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에코 패키지’는 TV뿐 아니라 청소기, 비스포크 쿠커, 공기청정기 등의 제품군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에너지’ 플랫폼을 활용한 전력 모니터링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2025년까지 TV와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과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 전력을 제로에 수렴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2021년 QLED 제품에 처음 적용했던 친환경 솔라셀 리모컨은 올해부터 TV 신제품과 생활가전 제품군에 확대 적용된다. 2022년 친환경 리모컨을 활용하는 제품 판매량과 사용 기간을 고려할 때, 2억개가 넘는 배터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까지 배터리를 일렬로 세워놓을 수 있는 수량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솔라셀 리모컨은 기존 태양광 충전뿐 아니라 와이파이 공유기 등의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충전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불빛이 없는 밤에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폐기 단계에서도 친환경 노력을 기울여 2009년 세계 각국에서 500만t에 달하는 전자 폐기를 안전하게 수거해 처리했다. 모바일 제품의 경우, ‘지구를 위한 갤럭시(Galaxy for the Planet)’로 네이밍한 친환경 플랫폼을 통해 제품 개발부터 폐기까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가 2022년 2월 9일 공개한 스마트폰 야심작 갤럭시 시리즈에서도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가 적용됐다. 일명 ‘유령 그물’이라고 불리는 폐어망을 스마트기기에 사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선 업종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솔라셀 리모컨 등 친환경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CES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과 협력도 선언했다.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교육 기회 제공


▎2022년 2월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갤럭시 언팩’ 행사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친환경 소재를 탑재한 갤럭시 S22 울트라를 선보였다.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그리고 LED 제품은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제품 20종이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하고, 메모리 반도체 5종의 후속 제품은 ‘탄소 저감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카본 트러스트는 2001년 영국 정부가 설립한 비영리 기관으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혁신기술에 대해 지원과 정보 공유,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탄소 발자국’은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의 산정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에 대해 이 기관에서 부여하는 인증이다.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보다 크기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향상된 차세대 메모리 칩으로 인해 제품당 전력 사용량과 투입 원자재량 감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전장 LED 패키지 제품 4종이 업계 최초로 UL의 인증을 받았다. UL은 제품 안전 시험을 비롯해 환경, 헬스케어, 교육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안전과학 기업이다. 이번에 인증받은 제품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한편 전기차에서도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국내와 해외 사업장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와 재생전력 요금제를 활용 등이 구체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의 수원·기흥·평택 사업장이 이미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DS 부문(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서는 기흥·화성·평택·온양 4개 사업장 내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을 통해 연간 약 2847㎿h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678가구(4인 가족 기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에너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는 2021년 4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주관하는 에너지스타상에서 기업공로 대상을 수상했다. 기업의 에너지 정책과 운영, 제품을 모두 평가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1993년 제정 이후 외국기업이 선정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는 소비자시민모임이 주최하는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 대상에 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포함해 총 8개의 상을 휩쓸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무풍 시스템에어컨 4 Way는 3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사회공헌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동행 제안’ 프로그램도 실행 중이다. 12년째 전 세계 35개 이상 지역에서 2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Solve for Tomorrow’가 대표적이다.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 양성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프로그램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이후 2100만 명 이상의 글로벌 청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는 ‘삼성 주니어 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를 비롯한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 ‘삼성 드림클래스’, ‘삼성 스마트스쿨’ 등 교육 중심 활동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C랩 아웃사이드·스마트공장 지원·협력회사 상생 펀드 등 상생 경영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는 국내 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7월 부산에 개소한 ‘부·울·경 캠퍼스’를 포함해 서울, 대전, 구미, 광주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8년 12월 출범 이후 2021년 6월까지 2087명이 과정을 수료했다. 이 가운데 1480명이 IT·금융권 취업에 성공했다.

‘디지털 포용성 평가’ 아시아 기업 1위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과학기술 연구의 육성·지원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는 공익사업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21년 상반기까지 667개 과제에 8644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2018년 시작된 삼성전자의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의 운영 노하우를 회사 바깥으로 확대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C랩 아웃사이드로 선발된 스타트업은 1년간 1억원의 사업 지원금, 삼성전자 전문가 멘토링, 삼성전자 임직원 대상 판매 사이트 입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는 2021년 12월 삼성전자가 ‘디지털 포용성 평가’에서 글로벌 4위에 오르는 데 공헌했다. 디지털 포용성 평가는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연합체인 WBA(World Benchmarking Alliance)에서 발표된다. WBA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연합체로 전 세계 학계와 비정부기구(NGO), 투자자 등 200여 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해 인권, 환경, 디지털, 포용성 등 7개 분야에서 기업을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연구·지원하고 사회와 공유한 성과를 측정하는 순위에서 2020년(10위)보다 수직 상승(4위)했다. 이는 평가 대상 150개 ICT 기업 가운데 아시아 기업 1위에 해당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을 추구하는 AI 윤리원칙 공개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한 기술혁신 생태계 기여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밖에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시청자를 위해 TV 화면 색상을 보정해주는 ‘씨컬러스’ 앱의 개발 ▷초·중학생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인 ‘삼성주니어 SW 아카데미’와 청소년과 미취업 청년에게 IT 프로그래밍·AI 기술을 지원하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등의 교육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도 호평을 받았다.

지배구조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준법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반부패 및 뇌물방지 정책을 개정했으며, 외부에 별도 독립조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준법) 팀을 CEO 직속으로 두고, 이사회의 중요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에 뒀던 지속가능 경영사무국을 CEO 직속 지속가능 경영추진센터로 격상시켜 지속가능 경영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사업부 단위에서도 지속가능 경영사무국을 설립해 제품 기획에서부터 R&D·마케팅·AS 등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도록 했다. 2021년 7월 삼성전자는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가능 경영위원회로 개편했다. 이 위원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수행하며 ESG 관련 안건에 대한 논의를 확대·검증할 예정이다. 지속가능 경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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