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대선 블랙홀’ 단일화, 불발? 성사?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安 측 “문 닫혔다”… 尹 측 “선거 전날도 모르는 일”
■ 김민전 교수 “윤 지지자들 2012년 우(愚) 범하지 않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월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3·9 대선 블랙홀’ 단일화는 불발일까. 아니면 성사될까.

2월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 철회와 함께 완주 의지를 천명한 뒤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함께하자”며 협상 결렬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우리와 함께하자”며 안 후보 측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월 21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2월 13일 최초로 단일화를 제안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에서는 성의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안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당 사람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한 건 사실이다. 단일화 문이 닫힌 것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다르다. 임태희 선대본부 상임고문은 월간중앙에 “원래 협상이라는 건 중단·결렬·재협상 같은 과정을 거치는 법”이라며 “주도하는 쪽이 더 많이 양보하고 더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도 2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단일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사전투표 전, 혹은 본투표 전까지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당은 완주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결렬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후보 사퇴설, 경기지사 대가설(說)까지 퍼뜨리는 악의적 일들을 해 단일화 의지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 측에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들과 접촉해왔고, 두 후보가 직접 만나자는 제안도 오갔었다”며 “윤 후보가 ‘이제 만날 때가 되지 않았나요’라고 제안하자, 안 후보가 ‘실무적으로 확정되면 만나자’고 했는데 갑자기 단일화 결렬을 선언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월 16일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고(故) 손평오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성사 여부, 지지율 격차에 달린 듯

정치권에서는 야권 단일화 여부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에 달린 것으로 본다. 윤 후보가 여론조사 다자 구도에서도 오차범위 밖에서 승리하는 국면이 계속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단일화 필요성이 덜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단일화가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업체 칸타코리아가 [서울경제] 의뢰로 2월 18~19일 전국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1.3%의 윤 후보는 이 후보(32.2%)를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3.1%p) 밖에서 앞섰다. 이어 안철수 후보(6.9%), 심상정 정의당 후보(3.3%) 순.

리서치앤리서치가 2월 18~19일 [동아일보]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 43.3%, 이 후보 36.4%로 두 후보의 격차는 6.9%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밖이었다. 이어 안 후보(9.9%), 심 후보(2.7%) 순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2월 18~19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 43.7%, 윤 후보 42.2%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p). KSOI 조사에서 이 후보는 4주 연속 상승세다.

한편 ‘안철수 후보의 멘토’로 알려졌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안 후보가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다음 날인 2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2년 단일화 과정을 구구절절 쓸 필요는 없겠지만, 안철수 지지자들은 홍해가 갈라지는 듯한 기적과 아픔을 겪은 해였다”며 “안 후보에게 단일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 소위 재야의 원로들은 물론이고 문재인 지지자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막상 단일화 테이블이 열리자 압박의 강도는 더 심해졌다”고 회고했다.


▎2012년 11월 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진영이 ‘새 정치 공동선언’을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했다. 왼쪽부터 문재인 후보 실무팀의 윤호중·김현미 의원, 정해구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 안철수 후보 실무팀의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 김민전 경희대 교수, 심지연 경남대 교수. 중앙포토
“단일화는 결혼과 마찬가지, 맞지 않으면 안 하면 돼”

이어 “시간이 가는 동안 안 후보를 향한 비난의 SNS는 봇물을 이뤘다. 빈집 앞에서 기다리는 제스처가 문 후보 측에서 나왔을 때는 비난이 절정을 이뤘다”면서 “결국 막판에 안 후보는 지원 유세에 나섰고, 다시 SNS에서 안 후보를 비난하던 글들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어쨌든 나도 그랬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안 후보 지지자들은 박근혜 후보를 찍은 것으로 안다”며 “문 후보 측이 힘의 우세에 있었고, SNS에서 그들은 안 후보를 바보로 만들 수는 있었지만, 그럴수록 지지자들의 마음은 문 후보 측에서 더 멀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교수는 “단일화는 결혼과 마찬가지여서 서로 맞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면서도 “단일화 불성사의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면 그만큼 상대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더 울분에 차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윤 후보 지지자들이 2012년의 문 후보 지지자들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마지막 충정의 발로”라며 “단일화를 바탕으로 한 확실한 정권 교체를 꿈꾼 나의 미숙함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당분간은 절필하고자 한다”고 글을 매조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