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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한민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한국무역협회 “자동차·자동차부품·화장품·합성수지 중심으로 교역 차질 예상”
■ 해외건설협회 “이란 수준 제재 가해지면 해외건설 신규 사업 수주 중단 우려”


▎박진규(왼쪽 셋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월 23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민관합동 제20차 산업자원안보 TF회의’ 일환으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실물경제 긴급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위험이 고조하면서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해당 사건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월 18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발생한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수출 감소 현상이 다시금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4년 101억 달러(12조472억원)였던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 규모는 2015년 47억 달러(5조6061억원)로 1년 만에 53.7% 급감한 바 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62.1%) ▷텔레비전(-55.0%) ▷타이어(-55.7%)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

현재 러시아는 우리나라 교역대상국 가운데 10위다. 보고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다수 포진해 있는 자동차·자동차부품·화장품·합성수지 등을 중심으로 교역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화장품(444개사)·기타 플라스틱(239개사)·자동차부품(201개사)·합성수지(137개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제조기업 수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 내다봤다. 러시아는 세계 주요 천연가스·원유 수출국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월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95.39달러(11만3800원)로 거래됐다. 이는 전년 대비 49.8% 오른 수치다.

일부 희귀품목의 수급차질 역시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희귀가스(네온·크립톤·크세논 등) 가운데 많은 양을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네온·크립톤·크세논의 우크라이나 수입의존도는 각각 23.0%·30.7%·17.8%다. 크세논의 경우 러시아 수입의존도는 31.3%다.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심화해 러시아 제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우리 기업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전쟁발발, 제재 강화에 맞춘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마련과 함께 피해업체 지원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해외건설협회는 2월 7일 ‘우크라이나 사태 동향과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양국의 군사 충돌 시 수행 중이거나 수주 활동 중인 사업의 중단·철수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부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1991년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러시아 건설 누적수주액은 159억5000만 달러(19조283억원)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1.8%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건설 누적수주액은 1993년 4월 첫 진출 이후 올해 2월 7일까지 3억1200만 달러(3722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 우리나라 대(對)러시아 주요 수출입 품목 리스트. 사진 한국무역협회
산업부·국토부 등 유관 부처 긴급대책 마련 나서

다만 러시아는 해외수주 신흥 개척지로 국내 건설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건설 수주액은 17억8450만 달러(2조1333억원)로, 전년 대비 14배 이상 상승했다.

건설업계는 미국·유럽이 러시아에 송금 제한 등 이란 수준의 제재를 시작하면 국내 건설사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러시아에서 시공 중인 공사는 기자재 수급 및 공사대금(중도금 등) 수령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러시아는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발주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러시아 신규 수주는 총 9건(2조1288억원)이며, 시공 중인 공사는 18건(12조3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외경제전략안보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22일 실제 무력 분쟁이 발생하는 즉시 무역안보반을 가동하겠다고 밝혔으며,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일하던 한국인 건설근로자 4명을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우크라이나는 미국령이 아니다’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에너지가 필요한 EU와 직접적인 국가적 손해가 없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남쪽 흑해로 돌출해 있는 반도로, 원래 러시아 영토였으나 1954년 우크라이나에 편입됐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23년 만에 러시아 영토가 됐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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