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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이준석… “자제하라” 한목소리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국민의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잇달아 비판 제기돼
■ 이번 주말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극적 담판 가능성도 주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월 23일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태규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2월 초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
이준석(37) 국민의힘 대표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국민의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자제하라”며 이 대표의 언사(言辭)에 제동을 걸고 있다.

2월 20일 야권 단일화 협상 철회 선언 이후 국민의힘과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은 23일 이 대표를 직격했다. 홍경희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에 등장하는 성격발달 단계 중 ‘항문기(생후 9개월~4세)’가 있다. 배설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단계인데 이준석 대표가 여전히 그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박근혜 키즈’로 출발해 정치권에 입문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배설로 쾌감을 느끼고 있으니 언제쯤 ‘키즈’라는 꼬리표를 뗄지 참으로 딱하다”며 “더욱이 어쩌다 제1야당의 대표까지 됐으니 같은 당 윤석열 후보와 소속 구성원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충분히 공감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원색적인 비판이 제기된 이유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철수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단일화 물밑 접촉 과정에서 국민의당 내부에 안 후보를 배신하려는 인사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22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윤석열 향해 ‘단일화 겁나서 도망쳤다’… 尹이 포기하면 내가 정권 교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뒤 “댓글로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세요”라고 적었다. ‘ㄹㅇㅋㅋ(진짜ㅋㅋ)’는 진짜(real)라는 의미의 ‘ㄹㅇ’과 웃음을 뜻하는 ‘ㅋㅋ’를 합친 단어로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줄곧 윤-안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윤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에게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출 것을 요청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대선을 앞두고 당내 화합에 힘쓰면서 민주당과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보름도 안 남은 대선의 현 여론조사 추세를 볼 때 정권 교체의 대의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불투명하고 2%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상임고문을 맡은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통 채널 ‘청년의 꿈’ 문답 코너에서 한 지지자가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인격 비하, 조롱하는 사람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에 “조롱이 심하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당내에서 이 대표와 가장 가까운 중진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한 네티즌은 “매일매일 계속되는 그의 상대방 조롱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MZ세대라고 불리는 대다수의 20·30세대는 이준석의 ‘조롱’, ‘악랄한 언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작년 초여름 ‘이준석 신드롬’은 한낱 광풍이었다”고 했다. 또 “연륜이 있고, 경륜이 넘치며, 인성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좀 심한 것 같지요?”라고 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단일화 상대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당 십자포화, 단일화 논의 재개 정지작업 해석도

정치평론·유튜브 운영 등의 활동을 하는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이 가정교육 제대로 못 받은 것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인간의 최소한 선을 넘는 ‘보더패스(border-pass)’ 셀프 인증”이라고 나무랐다. 전 전 의원은 얼마 전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는 “중2병에 걸렸는지 언행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며 “대선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만이 이 대표의 가벼운 입을 통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 아니겠냐”면서 “일반 유권자 한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마당에, 연대 대상을 조롱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 투표용지 인쇄일을 앞둔 이번 주말(26~27일)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극적 담판 가능성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는 23일 포항 유세 도중 ‘주말에 윤 후보를 만나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국민의당이 이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은 걸 두고 단일화 논의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이번 주말 윤-안 후보 간 단일화 담판이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주말에 담판이 불발된다면 사전투표(3월 4~5일) 직전까지 양측이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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