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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중인데 미·EU 강경 대응 못하는 까닭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경제·안보 이유로 러시아 침공 대책 두고 미묘한 긴장
■ 중·러, ‘우크라·대만’으로 결집할 경우 한반도 파장 우려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2월 28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및 평화적 해결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포토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같은 듯 다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는 규탄과 비난의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강력한 경제 제재와 군사 행보에는 미묘하게 다른 기류가 포착된다.

대러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EU는 동맹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진격을 두고 경제 제재를 선포함과 동시에 더욱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동유럽에 미군을 추가 파병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다.

반면 EU를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경계하고 비난하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으나 독일은 러시아 제재 결정의 신중함을 강조하며 자국 무기의 우크라이나 공급에 반대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미·러 간 대화보다 EU와 러시아의 외교적 대화를 강조한다.

이같은 입장차는 안보와 경제적 요인에 따른 탓이다. 미·소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미국은 러시아를 주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잠정국가안보전략지침’을 보면 러시아를 중국과 함께 최대 안보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021년 상원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주요 적국(key adversary)”로 언급했다.

EU의 경우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한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국가들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자 함을 뜻한다. 올해 초 프랑스와 독일·폴란드 등이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협상하기 시작한 것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도 EU가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EU 회원국의 천연가스 수입의 평균 38.1%가 러시아산이다. 체코공화국과 라트비아는 100% 의존도를 보이며 독일은 65.2%, 프랑스는 16.8%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셰일 오일 덕분에 가스 의존도가 낮다.

심성은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러시아는 이번 위기를 통해 유럽에 대한 에너지 패권의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유럽의 높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활용해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심 조사관은 “특히 미국과 NATO에 대한 EU의 불신이 확대되면서 유럽 자체 안보 역량 강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갈등이 악화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이번 위기를 통해 양국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대만과 관련해 서방과 대립하게 될 경우 권위주의 체제 간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향후 우크라이나 위기 추이를 주시하고 선제적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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