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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거목’ 김정주 떠난 넥슨, 어떻게 될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시총 24조원… 창업자인 고인 재산은 12조원
■ 당분간 이사회·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듯


▎ ‘게임 거목’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NXC는 3월 1일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게임 거목’ 김정주(54) 창업자가 홀연히 떠난 넥슨은 어떻게 될까. 김 창업자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갑작스럽게 별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넥슨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

고인은 2005년 회사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인 NXC의 한 축에 게임 사업을 둠과 동시에 국내외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고인은 넥슨㈜ 경영을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와 이사회에 맡기고, 자신은 굵직한 투자 활동에 전념해 왔다. 지난 1월 넥슨이 마블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AGBO에 5억 달러(약 6000억원)을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고인의 NXC 지분은 67.49%, 배우자인 유정현 감사의 지분은 29.43%, 두 딸의 지분은 각각 0.68%이다. 여기에 유 감사 소유 개인회사(와이즈키즈)의 지분을 더하면 고인과 유족이 NX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포브스]는 고인의 재산을 12조원으로 추정했다.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시가총액은 3월 1일 기준 약 24조원이다.

고인은 지난해 7월 NXC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넥슨㈜과 넥슨코리아는 당분간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만일 매각을 추진할 경우 세계적 펀드나 국내 대기업이 아니면 접근 자체가 불가할 전망이다. 고인은 2019년 1월 넥슨 매각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16년 만에 NXC 대표이사직을 다시 사임해 사내이사로 내려오는 한편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게임 거목’인 고인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벤처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오웬 마호니 대표는 홈페이지에 “항상 주변의 회의론자들을 무시할 수 있게 ‘창조적 본능을 믿으라’며 우리를 격려해줬던 그는 잃은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는 말로 슬픔을 표현했다.


▎넥슨컴퍼니 그룹 구조도. 중앙포토
“닌텐도 이기겠다”… 넥슨 해외 매출 비중 50%에 육박 기업으로

1968년 2월 22일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광성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86학번으로 입학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그의 동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대학 1년 선배다.

학부에 재학 중이던 1988년 일본으로 연수를 갔을 당시 고인은 일본 게임 산업에 크게 관심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석사 과정을 밟던 1994년,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넥슨을 창업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은 넥슨은 세계 최장수 게임으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2001) ▷메이플스토리(2003) ▷카트라이더(2004) ▷서든어택(2005) ▷던전앤파이터(2005) 등 히트작을 잇달아 출시했다. “사람들이 내 게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게 만들겠다. 반드시 닌텐도를 이기겠다”고 다짐한 고인은 실제로 넥슨을 해외 매출 비중 50%에 육박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3월 8일 이광형(가운데) KAIST 총장 취임식에서 자리를 함께한 김정주(왼쪽) 당시 NXC 대표. 사진 KAIST
승승장구하다 ‘진경준 게이트’로 브레이크

승승장구하던 고인은 2016년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2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은 고인은 2018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고인은 같은 해 향후 1000억원대 기부 계획 발표와 함께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년여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주위에 “이제 쉬고 싶다”는 말을 자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XC는 3월 1일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는 못한다.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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