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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文 속에 감춰진 野球의 언어①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오승환·추신수·이대호는 40세, 프로야구도 40세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OB 주장 윤동균이 6개 구단 선수들을 대표해서 선서하고 있다. 윤동균은 같은 팀 김우열과 생년(1949년)은 같지만, 생일이 두 달가량 빠르다는 이유로 최고령 선수가 됐다. 중앙포토
1982년 태어난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40번째 생일을 맞습니다(일설에 의하면 일본의 문인 마사오카 시키가 자신의 필명[마사오카 노보루: 正岡升]에서 착안해서 만든 단어가 야구[野球]라고 한다. 노[野]와 보루[ball: 일본에서는 볼이 아닌, 보루로 발음한다]를 엮어서 야구라는 단어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6개 구단으로 시작한 프로야구는 7개 구단(1986년 빙그레), 8개 구단(1991년 쌍방울), 9개 구단(2012년 NC)으로 점차 몸집을 키우더니 2014년 마침내 10개 구단(KT) 체제를 완성했습니다(일본은 12개 구단, 미국은 30개 구단 체제).

1936년 문을 연 일본 프로야구(NPB)나, 1869년 시작한 미국 프로야구(MLB)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 프로야구도 이젠 불혹(不惑)의 나이입니다.

원년(元年)에는 6개 구단 선수들의 평균나이가 만 26세였고, 최고령 선수가 OB 윤동균과 김우열(이상 만 33세)이었습니다.

프로야구 출범 전, 그러니까 실업야구 시절에는 20대 후반에 은퇴하는 선수도 적지 않았습니다. 원년에 해태 투수코치였던 유남호(71)는 당시 만 31세로, 선수였던 윤동균·김우열보다 두 살 아래였고, ‘홈런왕’ 김봉연(70)과는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었죠.

하긴 그때만 해도 40세면 중년, 아니 초로(初老)에 가까웠을 시절이었습니다. 프로야구 원년 6개 구단 감독 중 박영길(81) 롯데 감독은 당시 만 41세였습니다. 41세를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곱하기 0.8 인생’에 대입하면 32~33세에 불과합니다.


▎이종범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던 2011년, 광주 무등경기장을 찾은 양준혁 SBS 해설위원. 둘은 1993년 데뷔 동기이지만, 학번으로는 영남대 88학번인 양준혁이 건국대 89학번인 이종범보다 1년 선배다. 두 사람은 입단 첫해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나눠 가졌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2000년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도입합니다. FA 도입 2년 전에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됐지요. 미국 등에서 선진 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은 토종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그들은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웨이트트레이닝을 비롯한 체력 훈련에서도 토종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몸 관리 잘해서 야구 오래 하면 ‘중소기업’ 안 부럽다.”

FA 제도 도입 20여 년이 지난 요즘, 프로야구에는 30대 중후반 선수가 많습니다. 삼성 포수 강민호(37)는 FA 권리를 세 번이나 행사하면서 191억원을 벌어들였고, LG 외야수 김현수(35)는 두 차례 FA를 통해 230억원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체력관리를 잘하고, 또 FA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고 해도 나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국내 야구선수에게 마흔은 사실상 황혼기입니다.

‘천하의’ 양준혁(53)·이종범(52)·이병규(48)·박용택(43) 등도 만 40세 전후로 내림세를 보이더니 결국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양준혁·이종범·박용택은 만 41세까지, 이병규는 만 42세까지 선수로 뛰었습니다. 이병규도 만 42세 시즌이던 2016년에는 단 1경기 1타석에만 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41세까지 선수로 뛰었던 셈입니다.


▎올해 만 40세 시즌을 앞둔 삼성 오승환, SSG 추신수, 롯데 이대호(왼쪽부터). 중앙포토
삼성 오승환과 SSG 추신수, 롯데 이대호는 1982년생, ‘프로야구 출범둥이’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셋은 MLB 무대에서 활약했던 스타로 오승환은 2020년, 이대호는 2017년 국내리그로 돌아왔습니다. 추신수는 지난해 MLB 경력을 마감하고 국내 리그에 데뷔했고요.

지난해 오승환은 64경기에서 2패 44세이브 방어율 2.03으로 세이브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65에 21홈런 69타점 25도루를 기록한 추신수는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대호는 타율 0.286에 19홈런 81타점으로 활약했습니다.

오승환·추신수·이대호는 올해 만 40세 시즌을 맞이합니다. 이들에게 야구를 할 날은 많이 남지 않았을 겁니다. 이대호는 지난해 FA 계약을 할 때 아예 올해까지만 뛰는 걸로 못을 박았고요.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은 올해 만 40세 시즌을 맞이한 오승환·추신수·이대호는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까요.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필자 소개: 10년 경력의 전직 야구 담당 기자로 현재 월간중앙(jmagazine.joins.com/monthly)에 재직 중. 2010년 SBS 스포츠 [베이스볼터치] 2012년 SBS 스포츠 [베이스볼크레이지] 2003~2011년 CBS 전남방송 [시사포커스 전남] 등에 출연. 2020년 2월, 2021년 3월 ‘네이버 이달의 블로그(blog.naver.com/hardstuff) 선정. 2021년 7월 네이버 인플루언서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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