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최고 지도자로…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기록도
■ 다음 주 인수위 출범 예상, 코로나19 극복·집값 안정 대책 우선 추진 전망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정계 입문 8개월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오전 1639만4815표(48.56%)를 받으며 당선을 최종 확정지었다. 1614만7738표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와의 득표율 차이는 0.73%p(24만7077표)에 불과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2.37%.윤 당선인은 이날 새벽 4시 20분 국회도서관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을 찾아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윤 당선인은 한국 헌정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자 첫 정치 신인 대통령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가 갈등을 빚고 정치에 뛰어든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40분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당선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윤 당선인은 참배 뒤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적폐 수사 ‘칼잡이’에서 정권 교체 주역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
윤 당선인은 1960년 12월 18일 서울 연희동에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정자 이화여대 교수 부부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윤 당선인은 실용적 학문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당시 법대 선배들은 1980년 대학 축제를 맞아 모의재판을 기획했다. 윤 당선인은 5·18 광주민주화 항쟁 열흘 전인 1980년 5월 8일 열린 모의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무기 징역을 선고했다. 이 일이 문제가 돼 3개월 동안 강원도 친척 집으로 피신해야 했다.윤 당선인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해는 1991년이다. 평소 주변 사람 챙기는 것과 술자리를 좋아해 사법고시 2차에 번번이 미끄러졌다고 한다. 9수 끝에 빛을 봤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조윤선 전 장관, 강용석 변호사 등이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윤 당선인은 34세가 되던 1994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첫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굵직한 수사를 맡으며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를 맡아 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등 대형 정·관계 비리 수사를 도맡았다.박근혜 정부 말기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정치사는 물론 윤 당선인의 검사 경력에도 크게 작용했다. 지방 검찰청을 돌던 그는 2016년 말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구속 수감되면서 주목받았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에 기여한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를 다섯 단계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문재인 정부는 윤 당선인이 ‘검찰 개혁’을 이끌어주기를 바랐다. ‘개혁 파트너’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며 문재인 정부와 맞섰다. 조 전 장관 후임으로 법무부 장관을 맡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와도 갈등을 빚었다.윤 당선인은 결국 지난해 3월 5일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걸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총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지난해 6월 29일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한 달 뒤 국민의힘에 입당해 5개월이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동산 세제 대폭 개편 전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윤 당선인은 대통령 공식 취임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회복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기간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재정을 확보해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긴급구조 플랜’을 가동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금 만기를 충분히 연장해주겠다고도 했다.윤 당선인은 ‘정권 교체’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도 손을 댈 전망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수요 억제에 주력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그는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고 공약해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할 계획이다. 주택 취득세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면제 또는 1%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낮출 예정이다.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조였던 탈원전 정책도 돌려세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 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세계 최고 원전 기술력 복원을 통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윤 당선인은 연금 개혁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합리적 연금 개혁 방안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젊은 층에게 연금 부담이 과중되지 않도록 세대가 공평하게 연금을 부담하고 수급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윤석열 정부 구성을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후반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장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력한 가운데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 등도 거론된다. 당선인 비서실장에는 장제원 의원이, 국무총리로는 안철수 대표와 정운천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