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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대선 5가지 결정적 장면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검찰총장직 내려놓은 지 370일 만에 대통령 당선된 윤석열
■ 대선 6일 전인 3월 3일 새벽 안철수와 극적 단일화에 성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역대로 이런 대선은 없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대선 레이스가 3월 9일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소수점 차이(0.73%p)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370일 만이다. 초박빙의 대선 레이스는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진행됐다. 월간중앙은 역대 가장 치열했던 이번 대선의 5가지 변곡점을 추렸다.


▎지난해 7월 30일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①검찰총장에서 제1야당 대선후보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상징하는 수식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을 했던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했고, 이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며 “살아 있는 권력을 엄정하게 수사해왔으니 지금부터도 정부든 청와대든 살아있는 권력에 개의치 말고 엄정하게 비리를 척결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건 역설적이게도 문 정부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하면서 정권과의 갈등이 시작되더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20년 말 추 전 장관이 윤 당선인을 직무 배제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정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입법하자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검찰총장직을 내려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12월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②당내 갈등 봉합하며 ‘원팀’ 이뤄내

사퇴 후 정치 참여를 선언한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출발 선언이었다.

하지만 초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경쟁자로부터 견제와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120시간 근로’, ‘부정식품 허용’ 등 설익은 발언을 내놔 “불안한 정치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 당선인은 경선 승리를 기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반전을 이뤄냈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지방으로 잠행하자 윤 당선인이 이 대표가 있는 울산을 찾아 상처를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윤석열 후보 말만 따르겠다”는 조수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과의 공개 설전을 계기로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하자 윤 당선인은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며 이 대표와의 ‘원팀’을 선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대장동 게이트 특검 추진 천막투쟁본부를 찾아 박완수(왼쪽) 의원과 대화를 나눈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③대선 시작부터 끝까지 ‘대장동 몸통’ 공방

지난해 8월 말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불거진 후 민주당은 윤 당선인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몸통으로 지목하며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아닌 대장동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측의 공방은 팽팽했다.

먼저 몸통으로 지목받은 사람은 이 전 후보였다. 국민의힘은 이 전 후보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점, 또 대장동 개발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업적”이라고 평가한 점을 내세우며 해당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 몸통은 윤석열’이라며 반격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화천대유·천하동인으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선 막판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돼 파문을 낳았다.

여야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자기 진영에 유리한 녹취록 내용을 들이밀며 상대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은 대장동으로 시작해 대장동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④김건희 ‘허위 경력’, 김혜경 ‘소고기 법카’ 대국민 사과

윤 당선인, 이 전 후보 모두 ‘배우자 리스크’로 대선 기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먼저 지난해 12월 윤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이 불거졌다. 윤 당선인은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비판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씨가 직접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무속 의존설,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 일부 공개 등이 거듭되며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전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시작은 과잉 의전 의혹이었다. 이 전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청에서 근무했던 전직 별정직 공무원 A씨는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가 자신에게 약 대리 처방, 음식배달 등 김씨의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법인카드로 구매해 김씨에게 반찬 등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소고기 법인카드’ 의혹도 불거졌다. 논란이 퍼지자 김씨는 2월 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⑤尹-安 사전투표 하루 전 극적 단일화

윤 당선인, 이 전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까지 백중세를 보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쳤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동률로 나오기도 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양쪽 진영이 결집하며 대선은 안갯속을 향해 달려갔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정권교체를 외쳐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가 절실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측은 서로에게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물으며 대립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열린 3월 2일, 반전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만나 상대방의 단일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TV토론을 마친 뒤 곧바로 안 전 후보와 새벽에 만나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던진 승부수였다.

윤 당선인은 안 전 후보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공동정부를 운영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앞으로 2~3주간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과 인수위 구성이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국회 국민의힘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인사를 전한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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