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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文 속에 감춰진 野球의 언어②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이승엽 못지않은 이대호, 은퇴 투어는 당연하다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할 당시 이대호는 투수였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 탓에 글러브를 벗고 방망이를 잡았다.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한 건 이대호 인생에서 최대 변곡점이었다. 사진은 만 19세의 롯데 신인 투수 이대호가 포토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중앙포토
프로야구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관중 감소는 물론이고, 시청률 저하에 프로야구 관련 디지털 콘텐트 접속도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후반기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은 0.5%까지 하락했습니다. 2020년에는 0.8%대, 3~4년 전에는 2~3%가 기본이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후반기에는 ‘도쿄올림픽 4강 바람’을 탄 여자 프로배구에 밀려 프로야구가 녹화 중계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대호와 이승엽은 각각 경남고와 경북고를 졸업했다. 이대호는 2001년, 이승엽은 1995년 입단했으니 이승엽이 6년 선배다. 둘 사이에는 투수로 입단했다가 팔꿈치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앙포토
프로야구 시청률 0.5%까지 하락

이유가 뭘까요?

우선 유추해볼 수 있는 건 프로야구 콘텐트 질 저하를 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질’이 예전만 못하다고 할 수 있겠죠. 소비자에게 재미없는 콘텐트 소비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MZ세대(2030세대)가 한국 야구 싫어서 메이저리그로 갈아타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서너 시간 동안 지켜봐야 할 만큼 야구라는 콘텐트 자체가 매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콘텐트의 매력 중 가장 중요한 건 스타일 겁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그 종목을 이끌어나갈 스타가 있어야 붐업도 이뤄집니다.

남자 프로농구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가 농구대잔치 세대의 퇴장 후 대안 부재였다는 진단을 새겨들을 만합니다. 지금도 농구 스타를 떠올리면 허재·문경은·이상민·전희철·서장훈·현주엽이 먼저 생각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10개 구단과 의논한 끝에 올 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예고한 롯데 이대호(40)의 은퇴 투어를 진행한다고 3월 14일 밝혔습니다. 은퇴 투어는 2017년 삼성 이승엽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스타 마케팅을 통한 종목의 위상(位相) 제고(提高)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입니다. 이대호는 한국 선수(타자) 중 유일하게 한·미·일 프로야구를 경험한 대선수입니다. 2015년 일본시리즈 MVP에도 올랐습니다.


▎2016년 이대호는 만 34세의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왼손 투수만 주로 상대해야 하는 제한적 출전 기회 속에서도 이대호는 14홈런을 뿜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앙포토
한·미·일 통산 2716안타 463홈런 생산

이대호의 KBO리그 16시즌 통산 성적은 1829경기 2020안타 351홈런 타율 0.307입니다(※이대호는 16시즌 통산 도루와 관련해서는 11번 성공에 11번 실패를 기록했다. 도루[盜壘]는 보루[堡壘]를 훔친다는 뜻으로, 보루는 작은 성[城]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베이스는 평면이 아니고 그라운드 위로 툭 튀어나와 있는 것이다. 반면 홈플레이트는 평평하다. 이처럼 야구 용어 중 상당수는 전쟁과 관련이 깊다).

일본 프로야구 성적은 4시즌 통산 570경기 622안타 98홈런 타율 0.293, 메이저리그 성적은 104경기 74안타 14홈런 타율 0.253입니다. 그는 한·미·일 통산 2716안타 463홈런 타율 0.302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올해 초 처음 이대호 은퇴 투어 의견이 제시됐을 때 반대 목소리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승엽(46) 못지않은 대스타이자 한국 야구의 기둥입니다. 이승엽도 서보지 못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1년 동안 당당히 활약했습니다.

‘빅 보이’ 이대호의 은퇴 투어, 당연하고 당연한 일입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필자 소개: 10년 경력의 전직 야구 담당 기자로 현재 월간중앙(jmagazine.joins.com/monthly)에 재직 중. 2010년 SBS 스포츠 [베이스볼터치] 2012년 SBS 스포츠 [베이스볼크레이지] 2003~2011년 CBS 전남방송 [시사포커스 전남] 등에 출연. 2020년 2월, 2021년 3월 ‘네이버 이달의 블로그(blog.naver.com/hardstuff) 선정. 2021년 7월 네이버 인플루언서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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