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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특집] 성공한 대통령을 위한 조건 (1)정치개혁 

만기친람 ‘청와대 정부’ 경계하고 ‘우리 편’ 챙기는 함정 빠지지 말아야 

대통령은 핵심 어젠다에 집중하고, 실력 갖춘 인재 발탁해 권한 위임하라
여성가족부 폐지 넘어 시대정신 맞게 정부 개편돼야, 선거법 개정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 윤석열’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구별되는 통합 정치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 야당, 언론과의 적극적 소통이 절실하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언제나 그렇듯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변화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는다. 더욱이 이번처럼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변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당선인 역시 선거 과정을 통해 표출된 국민의 요구를 집권 후 정책으로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마련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성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제대로 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매번 대선이 끝날 때마다 국민의 높은 기대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되돌아보면 5년 임기를 보낸 후 대다수 대통령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패’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단정적이거나 야박한 평가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매번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만족스럽지 못한 형태로 임기를 마무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실패’는 본인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겠지만 국민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내가 찍었든 안 찍었든 당선된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

선거에 승리하고 나면 당선인과 그 측근들은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고, 그 권력이 언제까지라도 지속될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짧고, 그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일, 선거 때 가장 중요하게 약속한 일, 국가 미래를 위해 임기 중 꼭 시작해야 하는 일 등 정책 선정의 원칙을 정하고 그에 따라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야 할 몇 가지 핵심 어젠다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대통령의 어젠다를 정하는 일은 임기 초반에 하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

‘윤핵관’에게 의존하려는 유혹 벗어나라

이러한 대통령 어젠다 설정은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모든 정책에 대해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간섭하게 되면, 나랏일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은 우선 청와대 비서실의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부서 장관이나 관계자를 일일이 불러서 내용을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청와대 비서실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정보와 자료 수집과 정리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해석과 대안’에 대해서도 비서실의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이 사안마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행정부서의 관료들이 알게 되면 스스로 정책을 판단하기보다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다시 청와대 비서실의 영향이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정보와 자료가 제공될 것이고, 그만큼 대통령은 정책 판단에 도움이 될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갖지 못하게 된다.

대통령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몇몇 핵심 어젠다에 집중하고, 나머지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를 이끄는 장관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헌법에서 국무(國務)를 다루도록 한 국무위원이 대통령의 비서보다 국정 운영에서 뒤로 밀리고, 국무를 심의하는 국무회의가 비서들과의 회의보다 무게감이 낮아져서는 효과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대참사로 끝이 난 것이나 탈원전 정책 관련해서 사달이 난 것도 각 부서가 스스로 합리적 판단을 하기보다 해당 사안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에 맞춰 일처리를 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따라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행정 부서를 이끄는 장관에게 충분히 권한을 위임해 스스로 책임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무직을 제외한 부서 내 장관의 인사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개입하게 되면 부서 내에서 장관의 영(令)이 서지 않고 정책 추진력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무회의가 형식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처럼 ‘받아 쓰기’식으로 지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대통령이 직접 정책 사안을 체크하고 부서 간 업무 조정이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무위원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 앞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효과적으로 ‘주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의 증언이다. “회의 때면 박 대통령은 사전에 관련 안건을 읽고 그 내용을 숙지한 후 회의에 나왔다. 주무장관의 설명을 듣고 난 후 박 대통령은 참석자의 의견을 물었다. 참석자가 의견을 개진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그 내용을 메모했다. 참석자들의 발언이 끝나면 박 대통령은 다시 주무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그 과정에서 대개 문제 해결 방안이 나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회의가 자유토론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차례로 지명해서 발언하게 했다.”

이처럼 국무 전반과 관련된 일은 국무회의를 활성화해서 처리하고, 대통령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어젠다, 그리고 외교·국방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 각부를 제대로 활용하고 국무위원들과의 집단적 협의에 기초하는 방식은 소수의 ‘윤핵관’ 의존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폐쇄성과 정보 왜곡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인재 등용 협소하고 편향되지 않도록 개방적으로


▎2021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부패청산’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청와대 주도의 보여주기·갈라치기식 정치는 부동산 정책의 참사를 빚었다.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진다. 당에서도 도움을 받고 선거 캠프에서도 많은 이들의 조력을 얻는다. 하지만 당선된 후 대통령은 그러한 ‘신세 진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성공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는 역량 있는 인재를 발탁해서 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라도 대통령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모셔다 써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이 없어야 한다.

국가의 일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에게 달린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인물을 쓰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우리 편, 우리 당, 같은 이념, 운동권’ 등과 같이 매우 편협하고 폐쇄적인 풀(pool)에서 인재를 찾으려고 한 데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동질적인 인적 구성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거나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없다. 또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 믿고 있는 이들끼리 모여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중요한 지적이라고 해도 외부의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중요 정책을 다루는 자리를 전리품 나누듯이 논공행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 운동에 유능한 사람이 통치 과정에서도 유능한 것은 아니다. 인재 등용이 협소하고 편향되지 않도록 개방적 자세를 갖고 적재적소에 가장 알맞은 인재를 골라 일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인재가 좋은 정책성과를 이끌게 마련이고 그것은 결국 대통령의 공으로 이어진다. 노태우 대통령은 훌륭한 참모들을 폭넓게 등용했고 그들을 믿고 권한을 맡겼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 발전이나 국제적 위상 제고에 커다란 기여를 한 북방정책은 인재 중용과 권한 위임에서 비롯된 결과다.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천공항이나 KTX 고속철도, 서해안 고속도로, 새만금 사업 등은 모두 노태우 때 추진된 사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능한 인재를 쓰고 좋은 조언을 구하는 일은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말한 대로, “현명하지 못한 군주는 적절한 조언을 받지 못할 것이며, 좋은 조언이란, 어느 누가 하든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군주의 지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로 널리 인재를 구해 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은 특히 0.73%로 승패가 갈린 이번 대선 결과를 볼 때 더욱 중요하다. 이번 대선 결과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선 초기 새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는 인사(人事)를 통해 제시된다. 과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유시민(유명 대학·시민단체·민주당)’ 등으로 대통령의 초기 인사가 비판받았다. 이는 반대 세력의 과도한 정치적 프레이밍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주요 직책에 대한 대통령의 인재 풀이 제한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임기 초반 불필요한 잡음으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영과 캠프를 넘어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여의도 정치’ 모르는 게 더는 자랑 아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양날의 검이다. 너무 멀어지면 정국 운영 주도권을 상실하고, 너무 가까우면 야당과의 협치가 어려워진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선거가 끝난 만큼 이제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이 사안에 대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2016년 촛불 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던 ‘박정희 시대의 유산’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회가 격한 방식으로 박정희 시대와 이별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은 이념적 속성만 달랐을 뿐 강한 국가, 관(官) 주도라는 박정희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권위주의 세력과 그에 대한 저항 세력은 결국 그 시대가 낳은 쌍생아였던 셈이다. 이제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가 대 사회’의 관계가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끌던 때와는 그 규모나 역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게 성장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설계해 주도하고 국민은 거기에 그저 따르라는 식의 국가 운영은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됐다. 국가는 전지전능하지 않고 민간 영역보다 효율적이지도 않다. 시장에 맞서려고 한 문재인 정부의 재앙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가 그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더욱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 혁신, 창조, 발전은 민간 영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이렇게 변화했지만 우리의 행정 시스템은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성가족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행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조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지카 등 3~4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 추세에서 보건 행정이 복지 행정과 계속해서 결합해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에 관한 비전 수립이나 중장기 정책 방향 수립을 담당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7월 정식 발족한다. 각 지역의 교육청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일선 교육 실행을 담당하는 교육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교육부가 문교부 시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기능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요즘같이 기술 변화가 급격한 시대에는 교육과 고용을 결합해 대학 졸업 이후라도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처럼 행정 시스템의 개혁은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분명한 지향점과 목표를 갖고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여가부 폐지 주장과 같은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대책은 적절하지 않다. 행정 시스템의 개혁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국가가 통제하고 규제하고 개입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대학, 기업, 연구소, 스타트업 등 민간 영역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말하자면 국가의 역량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믿음에서 벗어나 민간 영역의 활력과 창의로부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5년 만에 행정 권력의 교체가 이뤄졌지만 입법 권력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의 수중에 놓여 있다. 그것을 교체해볼 수 있는 기회는 2024년에나 온다. 적어도 2년간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인 정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 유세 중 “여의도 정치 셈법, 정치를 모르는 윤석열을 여기까지 오게 한 건 국민”이라고 말했다. 후보자 시절까지는 여의도 정치 셈법이나 정치를 몰라도 될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정치를 몰라서는 절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여당과의 협력을 대통령의 간섭이나 개입으로 생각하면서 이른바 ‘당정분리’를 선언했지만, 임기 말에는 당정분리가 국정 운영 실패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토로한 바 있다.

여소야대일수록 대통령 지지율 관리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열렬히 지지한 유권자 중 상당수는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투표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당은 끊임없이 대통령을 피곤하게 만들겠지만, 야당을 ‘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영어로 ‘the opposition’이다. 즉 반대가 그들에게 제도적으로 주어진 역할이다. 달갑지 않더라도 야당을 국정 운영의 또 다른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172석인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야당과의 관계를 여당에게만 전적으로 맡겨둬서는 안 된다. 윤 당선자가 정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대야당 소통을 담당하고 정무적 판단을 도울 조력자의 존재는 중요하다. 정치적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사를 등용해서 대통령과 여당, 야당 간 소통의 창구로 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야당은 기본적으로 여당보다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비판자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포함해 대통령이 스스로 적극적인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김영삼, 김대중과 같이 오랜 정치 경험을 갖춘 대통령들은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은 그렇지 못했다. 최근 들어 ‘정치의 질’이 예전보다 나빠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는 야당을 대하는 대통령의 정치력과도 관련이 깊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여당을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지만, 중요한 국정 과제나 대통령의 주요 어젠다를 처리해야 할 때 당과 행정부 간의 긴밀한 사전협의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제3공화국 이래 당정협의회가 관행으로 자리 잡아오고 있다. 하지만 당정협의회는 그것을 활용하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운영됐다. ‘여의도 정치’를 모르는 대통령이라면 당정협의회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와의 정례적 협의 등 당정 간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임기 중 대통령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즉, 여론에서의 높은 지지율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 어젠다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극복하는 데는 여론의 높은 지지가 효과적이다. 임기 초반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그것이 그 이후에도 저절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은 대통령이 ‘관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임기 막판까지 거의 40%라는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모두 취임 후 반년이 되지 않아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지지율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측근과 인척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 자신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들과의 소통에 직접 나서야 한다. 선거 운동 기간 중 윤 당선인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사람이 밥을 같이 나누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라며 절대로 ‘혼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자세가 임기 내내 유지돼야 한다. 그리고 기자회견도 자주 갖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검토되지 않은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임기 5년은 짧고, 역사의 평가는 길다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특이한 선거였다. 주요 정당의 두 후보가 모두 중앙 정치의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였고, 또 선거 과정에서도 미래지향적 거대 담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는 끝났고 승자가 결정되었지만, 투표장에서 표를 던져야 하는 유권자의 심정은 복잡했다. ‘이런 대통령제를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갖게 됐다. 굳이 이번 대선이 아니더라도 ‘87년 체제’의 한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이나 국민의힘 모두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정치개혁에 대해 단 한 가지도 공약하지 않았다. 청와대 축소가 유일한 정치 관련 공약이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새로운 정치를 향한 변화가 모색돼야 한다.

즉 정치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은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예전의 ‘구태’에서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못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는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도 5년 뒤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신뢰받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려면 정치적 기득권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때 ‘새 정치’의 상징이었던 안철수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려면 퇴색된 그 구호를 다시 되살릴 수 있어야 한다.

당장 권력 구조 개편이 어렵더라도 그에 앞서 선거제도 개정의 기회는 열려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선거법 개정과 꼼수 정당 창당에 대한 문제는 2024년 총선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 다당제로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면 기존에 덧씌워진 기득권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거대한 하나의 야당에 맞서기보다 몇 개로 분리된 야당들을 대하는 것이 정치적 교착이나 대립을 피할 수 있고 연합 정치를 행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앞에 다가올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굳이 거대 야당이 아니더라도, 권력을 가져다준 민심은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고, 5년 후 다시 정권교체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항상 민심을 돌아볼 줄 아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임기 5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오랜 역사의 시간 동안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역사의 평가는 언제나 냉정하고 가혹했다. ‘역사가 나의 시대를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두려움을 임기 중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kangwt@snu.ac.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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