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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전방위 감세·규제완화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취임 전부터 집값 ‘들썩’…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기대심리↑
■ 전문가들 “금리 인상, 집값 상승 피로감으로 보합세 유지할 것”


▎지난해 8월 29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9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세를 멈췄고,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매수자 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17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강남·송파구의 아파트값이 6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시세가 거의 변동 없이 계속되는 일) 전환했다. 서초구는 3주 연속 보합을 유지했다. 부동산원은 “매수세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이나 한강변 인기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감소하고 호가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3월 18일 한국부동산원 3월 둘째 주 아파트 매매수급 동향(3월 14일 조사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5로 나타났다. 지난주(87.0)와 비교해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대선을 이틀 앞둔 3월 7일 86.8에서 87.0 으로 오르더니 이번 주 87.5까지 상승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수급지수는 지난주 85.7에서 86.5로, 서남권(양천·영등포·구로구 등)은 지난주 89.7에서 90.1로 상승했다. 종로·용산구 등 도심권(85.9),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서북권(86.8), 성동·광진·노원·도봉·강북구 등 동북권(86.5) 역시 전주 대비 지수가 올랐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부동산 공약. 중앙포토
부동산 시장 소비자, 가격 상승·거래 증가를 예상

반년 가까이 하락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 매매심리 역시 최근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2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8.5로 조사됐다. 1월 대비 2.7p 오른 수치다. 소비심리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여 왔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부동산 시장 소비자가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그간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부동산 세제와 대출규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의 완화를 공약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의 이번 조사 결과가 비록 3·9 대선이 실시되기 전에 나왔지만, 이러한 여야 대선후보의 공약에 따른 기대심리가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여론 앱(App) 크라토스가 3월 10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설문에서 참여자 1만1060명 가운데 40.75%가 ‘부동산 규제 완화’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 설명을 들은 뒤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원갑 “윤석열 정부 5년 테마는 재건축”

특히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목동과 1기 신도시 등에서 매물량 감소, 호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재건축 안전진단과 초과이익환수제 개선, 용적률 상향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조합원이 한 명당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가져갈 경우 이익의 최대 50%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3월 16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 매물 물량은 3월 9일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는 4.0%p, 용산구 1.9%p, 양천구 목동 1.5%p 감소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매물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대선 직후 최대 1억원 가까이 호가가 올랐고, 최근 정비 계획안이 통과된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말 25억원에서 30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1기 신도시에는 재정비 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윤 당선인 공약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에 대기하던 매수자들이 행동에 나서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린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테마는 재건축”이라며 “윤 당선인의 재건축 활성화 공약에 따른 기대심리가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과 건축자잿값·인건비 상승은 시장 불안요인

복수의 전문가는 “정책 변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몇몇 지역에 국지적 집값 상승은 일어날 수 있지만, 가격 급등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 특히 윤 당선인이 집값 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한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값은 안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썬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박 위원은 “시장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대감으로 하락세보다는 강보합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대출 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 장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 주택시장 주력 세대로 떠오른 30대들이 지난해처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은 규제완화 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자금이 대거 풀렸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라며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고, 건축자잿값과 인건비가 상승했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의 가격 불안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을 완화하려면 공급이 충분해야 한다. 양도세 완화 등이 기존 건물들이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과도한 규제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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