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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대전(大戰) 시작됐다 | 지방 대통령 도전자들] ‘민심의 바로미터’ 경기·인천 판세 분석 

이재명 효과? 경기도는 대선 잠룡들의 ‘군웅할거장’ 

김태성 경인일보 정치부장
경기지사, 몸값 높아지면서 안철수·원희룡·유승민·김동연 등 거론
민주당은 안민석·조정식 출마 채비, 인천은 박남춘 재선 도전 준비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통해 대선의 관문으로 확인된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여야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들의 전략적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5선의 안민석·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차기 대권을 위해 차출설이 나오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아래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함진규 전 의원과 김은혜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와 인천시의 민심은 역대급 선거로 불린 3·9 대선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이 예상된다. 경인 지역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역대 대선에서 경인 지역이 택한 후보가 곧 당선인이 됐고, 대선과 이어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바람’이 승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만 해도 경인 지역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연달아 지방선거에서 연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선이 역대 최소 차이의 박빙 승부로 끝난 데다 경인 지역 표심의 예측도 최종 결과와 어긋나면서 다가오는 지방선거 결과를 더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4년 전 결과지만 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권력 재창출’과 ‘지방권력 심판’의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경인 지역은 전국에서 인구가 유입돼 정치적 성향과 지역 정서가 다양하다. 또 도시와 농어촌, 접경지역 등이 지리적 특성이 다양하게 혼재해 대한민국의 축소판으로도 불린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1987년 시작된 대통령 직선제 이후 경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하는 기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같은 공식이 깨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국에서 이겼지만, 경인 지역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윤 당선인의 인천 득표율은 47.05%(87만8560표)로, 이 후보의 득표율 48.91%(91만3320표)보다 낮았다. 경기지역 득표율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됐다. 윤 당선인이 경기에서 45.62%(396만5341표) 득표율을 기록해 이 후보(50.94%, 442만8151표)에게 뒤졌다.

이번 결과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조직력이 영향을 줬다는 의견에 지역 정치권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경인 지역의 경우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어서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 당 조직력이 표 결집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경인 1위가 대통령 당선’ 공식 깨진 뒤 첫 선거


▎경기지역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비롯해 31개 시·군 단체장을 민주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당시 지방선거 참패 후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침통하다.
그렇다면 대선의 결과는 지방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지방선거 전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은 비록 경인 지역에서 윤 당선인의 득표율이 낮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인 만큼 힘을 실어주자는 표심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선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유권자들도 동의하지 않겠느냐. 대선 승리 바람이 지방선거에도 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경인 지역에서만큼은 대선 승리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경인 지역을 각 선거구로 나눴을 때 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강세 모습이 나타났다. 게다가 단체장과 지방의회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다. 현역 프리미엄도 있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이 받을 기호도 지방선거 변수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지위를 5년 만에 되찾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지선)는 ‘기호 2번’을 달고 치르기 때문이다. 기호 배정은 국회 의석수로 결정되는데, 현재 여당 의석이 야당보다 적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인천시당 관계자는 “기호 2번으로 대통령 당선도 이뤄낸 만큼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대선 때와 같이 기호 2번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등 주어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접근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민주당으로서는 현재 구도를 지키는 게 최대 목표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필두로 31개 시·군 기초단체장 가운데 민주당이 무려 29곳을 승리했다.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은 접경지역인 연천과 가평, 고작 2곳을 얻는 데 그쳤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열풍이 식지 않은 상황에 치러진 선거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민주당은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뿐 아니라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진 경기 북부와 도농복합지역인 남부권에서도 승리했다. 단 한 번도 진보 진영에 마음을 열지 않았던 포천마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다수의 3선 시장이 배출됐고, 새로운 얼굴들도 단체장으로 대거 등장했다. 2014년 제6대 지방선거 때 새정치민주연합 17곳, 새누리당 13곳, 무소속 1곳으로 비교적 균형 있게 배분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결과다. 광역 의회와 기초의회도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인천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10개 군·구 중 9곳을 민주당이 휩쓸었다.

민주당은 현역 기초단체장 및 의원들과 당내 도전자 간의 경쟁구도를 통해 최대한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역들을 중용할 경우 공천 혁신에 대한 이미지는 상쇄될 수 있다는 게 딜레마다. 게다가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천 심사 일정 등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 민주당에서 출마 의사를 표시한 정치신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 지원 등으로 예비후보 등록이 지연된데다 당의 절차까지 늦춰지면서 신인들이 설 자리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내에 현역 단체장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 신인들은 신인 가점 상향 등 대책을 요구 중이다. 경기도에서 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출마예정자는 “대선 내내 찬 바람 맞으며 현장을 뛰었는데, 그 시간 경쟁자인 현역 단체장은 따뜻한 안방에서 선거 문자를 보내고 출판기념회를 치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도와 주요 시·군 싹쓸이한 민주당, 수성 고심


▎인천시장 선거에는 현역인 박남춘(가운데) 시장이 재선 도전을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유정복(왼쪽), 이학재(오른쪽) 전 의원이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는 바로미터다. 정국 흐름과 주요 사업을 선도할 행정권을 쥐고 있어 그 어떤 선거보다 상징성이 강하다. 특히 경기지사의 경우 대선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경기지사 자리가 ‘대선 잠룡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재명 전 지사가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

과거에도 주로 대선주자급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는 게 관행적인 루트였다. 4년 전 남경필 대 이재명의 선거도 대선급 경기지사 선거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올해도 양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다. 민주당에서는 당내 중진인 5선의 안민석·조정식 의원이 출마를 결심했다. 두 의원 모두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당직을 사퇴한 상황이다. 도내에서만 5선을 했기에 경기지역 사정을 잘 알고,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도 중요 직책을 맡아 활동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로 상처 입은 당의 정상화를 위해 국회 출신 경기지사 후보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최재성 의원의 경기지사 도전설도 흘러 나온다. 원외에서는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있다.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수원시장직을 일찌감치 내려놨고, 조직을 꾸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시흥에서 재선을 지낸 함진규 전 의원이 이달 13일 출마 선언을 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인수위 대변인인 김은혜 의원도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거론된다. 광명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이언주 전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경기지사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거물들의 격돌도 점쳐진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경기지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차기 대선을 위해 행정 경험을 갖추려면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를 이끄는 경기지사가 맞춤이라는 추천도 있다. 경기도의 산하기관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을 지낸 경험으로 어느 정도 연고도 있다. 경기지사가 국민의힘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격전지라는 점에서 대선주자급인 유승민 전 의원 출마설도 나온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꼽힌다. 차기를 도모하기 위해서 경기도가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에서도 이 상황을 고려할 경우 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아주대 총장 등을 역임하며 김 부총리 역시 연고가 있다.

인천시장은 잔뼈가 굵은 인사들의 대결이다. 민주당 소속 박남춘 시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천에서 3선을 지낸 이학재 전 의원과 유정복 전 시장,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안상수 전 시장 등이 출마를 결심하거나 희망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현역 시장·광역의원·공무원 출신 각축

경인 지역만의 특성이 담긴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가 있다. 광역의원들의 기초단체장 출마 러시다. 경기지역에서는 현직 경기도의원 30여 명이 급수를 높여 시장·군수 출마를 준비 중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도내 31개 시·군 중 무려 8곳에서 도의원 출신이 단체장에 당선됐는데, 당시의 ‘도의원 열풍’이 재현될지가 관심사 중 하나다. 당시 선거를 통해 도의원 출신인 민주당 소속의 김상돈 의왕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최종환 파주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윤화섭 안산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박승원 광명시장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김광철 연천군수 등이 당선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안산시장 선거에는 도의원 출신인 윤화섭 시장이 재선에 도전하고 송한준·천영미·장동일·김현삼·원미정 등 도의원 5명이 민주당 내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하고 있다. 수원·성남·의정부·오산 시장도 복수의 도의원들이 내부 공천 경쟁을 시작했다.

반면 경기도 공무원 출신 후보들에게 지방선거는 혹독한 단련의 장이나 다름없다. 4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출신 인사 10여 명이 출마 하마평에 올랐고 실제 예비후보나 후보로 등록해 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기도 했지만, 당선사례는 전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공직자 출신들의 포부가 남다르다. 경기도 행정1·2부지사·경제부지사를 모두 거친 유일한 인물인 김희겸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전 지사 시절 부지사로 이 지사와 직접 호흡을 맞춘 그는 지난해 8월 공직에서 물러난 후 민주당에 입당해 유력한 수원시장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다. 또 민주당에선 경기도와 화성시에서 공직생활을 한 정명근 전 권칠승 국회의원 보좌관이 화성시장에, 최현덕 전 남양주 부시장이 남양주에서 재도전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공무원 출신 출마 예상자가 더 많다. 용인시 부시장을 역임한 황성태 전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용인시장 출마를, 김동근 전 경기도 행정2 부지사가 4년 전에 이어 의정부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이재철 전 고양시 부시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자신의 고향인 오산시에서 시장에 출마한다. 여주시장에는 일찌감치 국민의힘에 입당해 지역을 공략 중인 이대직 전 여주시 부시장이, 과천시장에는 김기세 전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이 도전장을 냈다. 이 밖에 국민의힘 인재영입 케이스인 서강호 전 평택시 부시장도 평택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 김태성 경인일보 정치부장 mrkim@kyeongin.com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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