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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대전(大戰) 시작됐다 | 지방 대통령 도전자들] ‘대선 족집게’ 충청, 보수색 짙은 강원의 선택은 

민주당 현역 프리미엄 속 윤석열 정부 새 바람 관심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민주당, 대통령 복심·거물급 인사·현역 단체장으로 수성 전략
국민의힘, 尹 최측근 출격·대선 승리 기세 몰아 3곳 탈환 노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노영민(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혜훈(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박경국(오른쪽) 전 안전행정부 차관. / 사진:연합뉴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지역은 충청과 강원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긴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한 도지사가 버티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물러설 수 없는 민주당과 향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이 되찾아 와야 하는 지역인 만큼 대대적 공세와 치열한 수성전이 예상된다.

특히 충청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첫 출범과 동시에 찾은 지역이다. 윤 당선인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인 점도 있었지만 ‘충청 대망론’에 기대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대선 투표 결과, 윤 당선인이 충북과 충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앞서는 득표를 받은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간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이시종 충북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이 3선에 성공했으며 양승조 충남지사가 첫 선택을 받은 지역이다. 대선 결과로 비춰볼 때 불리한 상황이지만 어느 한 곳도 놓칠 수 없는 터라 지역 민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특히 다수의 현역 지자체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도정, 시정 활동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현안 문제 해결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현역 프리미엄’ 차원에서 민주당에도 승산은 있다.

충북, 文 복심 노영민에 이혜훈 대결 성사 관심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왼쪽부터) 충남지사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황명선 전 논산시장도 출마하기 위해 올해 논산시장에서 사퇴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동완 전 의원과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충북의 선택을 받으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이 이번 대선에서도 입증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8번 치러진 대선(13~20대)에서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됐다. 전체 유권자의 3%에 불과하지만 충북의 표심이 민심의 바로미터란 뜻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충북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 민심은 윤 당선인을 선택했지만 도지사 선거는 간단치 않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복도지사가 지난 2010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3선 연임 제한 탓에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대선 패배 이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지역이다.

민주당에서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노 전 실장은 2020년 12월 다주택 처분 문제로 사임한 이후 최근 SNS 활동을 재개하고 거리인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노 전 실장은 3선 국회의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주중대사와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노 전 실장의 충북도지사 후보 확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앞서 KBS청주방송총국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2월 26~27일 충북도민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조사 결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24.8%, 노 전 실장 24.6%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나 전 의원은 3월 1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나 충북지사 후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의향이 어떻나’라는 질문에 “이번에 지원 유세를 80번을 넘게 했다. 좀 쉬고 싶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틈에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3월 10일 충북 언론에 배포한 ‘공정경제특별도 충북을 꿈꾸며’라는 글에서 “충북 곳곳을 누비며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수도권의 발전 상과는 달리 충북의 발전 시계는 아주 느리고 소외돼왔음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충북의 발전을 위한 길에 이혜훈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제천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선거대책본부에서 총괄기획특보단장을 맡은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이 종료된 다음 날인 3월 10일, 국민의힘 소속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전 충북행정부지사)이 첫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오제세 전 의원도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 4선인 오 전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기업인, 학자 50~100명이 참여하는 ‘충북발전포럼’(가칭)을 구성해 충북 관련 정책들을 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3선인 이종배 의원과 경대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충남 양승조 재선 도전, 대전 허태정·박성효 리턴매치?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대전광역시장에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허태정(왼쪽) 현 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박성효 전 대전시장의 리턴매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 사진:연합뉴스
충남 지역은 지난 2018년 6월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곳이었다. 양승조 충남지사를 비롯해 15개 시장·군수 선거 중 11곳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에게 51.08%(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44.96%) 지지를 보내줬다. 새로운 정부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도 있기에 지키고자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승조 충남지사는 재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양 지사는 올해 송년 기자회견에서 “도민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받고, 이제 막 시작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황명선 전 논산시장도 적극적이다. 황 전 시장은 지난 1월 도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도지사에 대한 요구가 많이 있었다”며 “3선 시장으로 고민이 있었는데 주변의 요구와 뜻을 받드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복기왕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강훈식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2월 15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 및 민생을 지키는 일,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국민의힘 후보로는 4선 이명수, 홍문표 의원과 3선 김태흠 의원, 박찬주 전 육군대장, 김동완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월 출마를 선언했다. 19대 국회의원이었던 김 전 의원은 충남 행정부지사 출신으로 충남지사 예비후보로 중앙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상태다. 김 전 의원은 1월 6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의 중심, 으뜸 충남의 성공을 만들어내고자 도지사 출마를 결심했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전 육군 대장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1월 충남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본격적인 행보는 대선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지사 선거와 맞물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차출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원창묵 전 원주시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이명수 의원은 지난해 12월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지역 정가에서는 사실상 출마를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3선 국회의원의 정치력과 충남 행정부지사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3월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일 “늘 ‘(도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지지자들과 협의해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은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 성사 여부가 관심을 끈다. 민주당 소속 허태정 시장의 재선 도전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박성효 전 시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허 시장이 56%의 압도적 지지로 박 전 시장(32%)을 이겼다. 정권과 상황이 바뀐 탓에 박 전 시장을 포함해 정용기·이장우 등 전 국회의원과 장동혁 유성구갑 당협위원장,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 등이 여당의 깃발 아래 후보 자리를 둘러싼 당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당은 허 시장을 비롯해 장종태 전 서구청장과 정기현 대전시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세종은 민주당 소속 이춘희 세종시장의 3선 도전이 유력시된다. 충북·충남·대전 대다수 지역에서 윤 당선인 손을 들어준 것과 반대로 세종은 이재명 대선후보가 51.91%로 44.14%의 윤 당선인을 앞섰다. 민주당이 내심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선관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장천규 세종발전연구소 소장과 국민의힘 소속 성선제 세종미래포럼 이사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강원, 민주당 거물급 차출론에 국힘도 ‘윤핵관’ 권성동 거론


▎국민의힘에서는 강원도지사 선거 승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최측근으로 불리는 권성동(왼쪽부터)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으며 황상무 전 KBS 9시 뉴스 아나운서·기자와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지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원도는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탈환해야 하는 지역이다.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가 3선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도 내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최 지사는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56.44% 득표율로 당선된 이후 6회 지방선거에서 49.76%로 최홍집 새누리당 후보(48.17%)를 가까스로 이겼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64.73%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최 지사가 그동안 닦아온 탄탄한 지지기반을 물려받고 도민이 신뢰할 만한 후보 물색이 민주당의 최대 과제다. ‘거물급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만큼 ‘이광재 차출론’이 탄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광재 의원은 8월 당권 도전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차출설이 제기되는 인물이다. 홍 부총리가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기 사퇴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인지도와 당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민주당으로서는 고려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민주당 출신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표밭을 갈고 있는 인사는 원창묵 전 원주시장이 꼽힌다. 원주에서만 내리 3선에 성공한 원 전 시장은 1월 24일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 그는 “당내 공천은 경선이 바람직하다”며 민주당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도시설계 전문가로서 12년간 이뤄낸 원주 발전성과가 경쟁력으로,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김정우 조달청장, 언론인 출신 정만호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김우영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분류되는 권성동·이철규·이양수 의원이 물망에 오른다. 4선인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3선인 최 지사에 견줄 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권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도 차출론의 대상이 될 뻔했다. 다만 당시 정창수 전 국토부 차관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강원도지사 선거에 뛰어들며 차출론은 힘을 잃었다. 권 의원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선에서 우리가 이기면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인사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발빠르게 행보를 시작한 인물은 평창 출신인 황상무 전 KBS 9시 뉴스 앵커와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언론전략기획단장과 건설지원본부장 자리를 맡았다. 황 전 단장은 3월 11일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진태 전 의원과 선대본부 공보수석부단장이었던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이강후 전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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