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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슈] 최태원의 뚝심… 바이오 사업 결실 맺은 SK(주)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 탄력 속 독자 개발 신약도 쾌속 질주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SK(주), SK바이오팜·SK팜테코 양 날개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
내년 몸값 6조원 SK팜테코 상장… 바이오·제약 사업 그룹의 중심축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 6월 SK바이오팜을 방문해 신약 후보 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SK(주)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바이오·제약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SK(주)의 신약 개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주)의 글로벌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통합 법인이자 100% 자회사인 SK팜테코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SK(주)는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를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매출 4186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1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2395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호실적의 1등 공신은 뇌전증 치료용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판매명 엑스코프리)’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20여 년 연구 끝에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한 제품이다. 한국 기업이 독자 개발한 신약을 기술 수출하지 않고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 최초의 의약품이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중국 등 글로벌 4대 시장에 모두 진출한 상태다.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뒤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오랜 기간에 걸친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 바이오·제약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으로 세운다’는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SK바이오팜을 지원해왔다. 최소 10년 이상 기간에 수천억원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신약 개발 과정을 고려해 단기 실적에 휘둘리지 않도록 직속 지주사의 자회사로 두는 한편 미국 법인 설립과 함께 현지 최고의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을 채용하며 힘을 실어줬다.

증권가 등은 올해도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미국 매출 목표를 전 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잡았다. 세노바메이트의 최대 장점인 ‘발작 완전 소실률(발작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완치에 가까운 효과)’을 내세워 현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내 여러 학회와 협업해 세노바메이트의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 발표 중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은 향후 견조하게 성장해 5~6년 안에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약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후속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의 상용화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1월 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용 신약 ‘카리스바메이트’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다. 같은 달 첫 표적 항암 신약 ‘SKL27969’의 미국 임상 1상에도 돌입했다. 세노바메이트 등을 통해 확보한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 연구 전문성을 항암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은 최근 리보핵산(RNA) 기반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와 손잡고 중추신경계 분야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시동을 걸었다.

과감한 투자로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시장도 선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의 SK팜테코 본사. / 사진:SK(주)
SK(주) 바이오·제약 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인 SK팜테코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주)가 내년을 목표로 SK팜테코의 상장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주)는 올해 SK팜테코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를 진행하기 위한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했다. IB업계는 SK팜테코의 기업 가치를 6조원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여전히 지속 성장하고 있는 합성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기준 글로벌 톱 5 수준으로 도약한 데다 항체의약품에 이어 가장 큰 바이오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CDMO로 사업 영역을 넓혔기 때문이다.


SK팜테코는 2019년 SK(주)의 CDMO 글로벌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SK(주)가 지난 5년간 진행한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미국 앰팩, 프랑스 이포스케시 등 3건의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SK바이오텍 한국)에 사업장 8곳과 연구·개발(R&D)센터 5곳을 보유한 글로벌 CDMO로 성장했다.

SK(주)가 지난해 1월 인수한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이포스케시는 내년 제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5000㎡ 규모의 제2공장이 완공되면 이포스케시는 현재의 2배이자 유럽 최대 수준인 1만㎡ 규모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주)는 최근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인 CBM에 4200억원을 투자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혁신 신약으로 부상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진출한 만큼 SK팜테코의 기업 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이 향후 SK팜테코의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슬람 말릭(Aslam Malik) SK팜테코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21년 7억4000만 달러(약 8830억원)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오는 2025년 연매출을 3배 가까이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주)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 외에도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차별화된 신약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테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SK(주)가 주력하는 분야는 치료적 접근 방법을 달리해 새로운 의약품 시장을 창출하거나 신약 개발 과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신약 개발의 기반이 되는 고부가가치 플랫폼 기술이다.

SK(주)는 2020년 미국 바이오테크 로이반트(Roivant Sciences)에 2억 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표적 단백질 분해 신약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SK(주)의 투자를 받아 로이반트의 자회사로 설립된 프로테오반트(Proteovant Therapeutics)는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자로 통하는 샤오밍 왕(Shaomeng Wang) 미시건대 교수의 회사를 인수해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항암제 개발사인 타베다 테라퓨틱스(Tarveda Therapeutics)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미국 제약업계에서 30여 년 경력을 보유한 드류 프롬킨(Drew Fromkin)을 수장으로 선임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R&D 인력을 대거 보강하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주) 관계자는 “SK의 신약, CDMO 부문의 두 자회사는 지속적 실적 성장을 보이며 순항 중”이라며 “SK(주)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더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과 혁신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테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eunseok@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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