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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패트롤] 한국 최대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의 반도체 신화’ 달성 위해 잰걸음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美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마무리 단계
CMO(의약품 위탁 생산) 기술력 글로벌 톱 수준, ‘초격차’ 위해 상반기 5공장 착공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바이오리액터 홀.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국 최대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연결 대상 회사)가 된다. 연매출 약 3조원 규모인 바이오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28일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를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15% 지분을 투자했고 2018년 6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체 주식의 절반(50%-1주)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사 간 거래는 오는 4월 30일 마무리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부터 재무제표상 지분법 이익으로 인식되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손익을 연결 기준으로 합산(양사 간 내부 거래는 제외)하게 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양수 금액 중 최대 5000만 달러의 언아웃(계약 후 미래 이익 배분)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2년간 분할 납부할 예정”이라며 “10억 달러는 거래 종결일인 4월 30일, 8억1200만 달러는 거래 종결일부터 1년 되는 날까지, 나머지는 2년 되는 날까지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 영업이익 53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올회계법인의 평가 의견서를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8470억원, 영업이익 192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6.96% 증가한 2조235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9.62% 증가해 76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결 실적이 반영되면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매출은 약 3조원, 영업이익은 약 1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2020년 연매출 첫 1조원 돌파 이후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세 배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삼성의 제조 경쟁력 발판 삼아 CMO 진출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조감도.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은 2011년 2월 글로벌 제약 서비스 기업인 퀸타일즈와 3000억원 규모인 합작사를 설립하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반도체 사업 등에서 제조 경쟁력을 증명해 온 만큼 CMO 분야에서도 이른 시간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2011년 4월 21일 첫 이사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회사명을 정하고 이튿날 공식 출범했다. 다음 달 곧바로 1공장 착공식을 열고 인천 송도에 연간 생산 3만 리터 규모로 바이오의약품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기록이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 담당자들을 공장건설 현장에 수시로 초청해 보여주며 설득했다. 2년 여간의 노력 끝에 첫 기회가 찾아왔다. 2013년 7월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인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의약품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세 달 뒤 스위스 로슈와의 계약을 기점으로 수주 행렬이 시작됐고 업계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9월에는 2공장 착공에 나섰다. 공장 설계 과정에서 당시 업계 최대였던 연산 9만 리터를 넘어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1.8배 이상 큰 15만 리터 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당시 2공장은 규모에서만 세계 최대 수준이 아니었다. 기존 바이오산업에서 쓰지 않던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화제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건설 기간을 동종 업계 대비 9개월(40%) 단축했고 설비 대비 투자비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여러 분야에서 제조 경쟁력을 쌓아온 삼성의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 2공장 수주가 대부분 완료되자 추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 2015년 11월 3공장을 착공했다. 착공 25개월 만인 2017년 11월 기계적 준공을 완료하고 10개월 만에 자체 검증을 마친 뒤 2018년 10월 1일 3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보다 3만 리터를 늘린 18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완성하면서 총 36만4000리터로 글로벌 CMO 기업 중 가장 큰 생산 규모를 갖추며 ‘CMO 챔피언’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11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3공장 기록을 자체 경신하는 4공장(25만6000리터)은 오는 10월 부분 생산, 내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다.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 생산 능력은 총 62만 리터로 글로벌 전체 CMO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4공장 부분 가동에 앞서 글로벌 제약사 세 곳과 5개 제품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선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현재 여러 기업과 30개 이상 제품의 추가 수주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4공장 부분 가동을 통해 보수적으로만 봐도 매출은 전 년 대비 20% 이상, 영업이익률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기술력은 글로벌 톱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기술 이전 속도를 대폭 단축시키는 등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 계약을 체결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의약품 초기 물량 생산을 성공해 화제가 됐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 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3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기록을 세웠다. 촉박한 일정으로 긴급 물량 요청이 발생한 경우에도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생산 일정을 준수해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였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영역 지속 확대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일부 계약의 경우 위탁 물량을 추가 확대할 때에도 생산 설비에 대한 규제기관의 승인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까다로운 요건도 모두 만족시켰다”며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누적 제조 품질 승인 획득 실적 117건을 기록하며 우수한 품질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초격차’ 달성을 위해 올해 상반기 5공장 착공과 제2바이오 캠퍼스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 항체 의약품에 이어 세포·유전자 치료제, 차세대 백신 등 모달리티(새로운 치료 접근법) 기반의 바이오 의약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은 한 공장에서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멀티 모달’ 형태로 설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시 송도 11공구에 현재 사용 중인 부지(27만㎡)보다 규모가 큰 35만㎡ 규모 제2캠퍼스 추가 부지 계약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mRNA 백신 원료 의약품(DS) 생산 역량도 키우고 있다. 올해 안에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에 맞춘 DS 생산 시설을 구축해 미국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임상용 mRNA 백신 DS 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삼성 바이오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독자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및 원료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사업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 강화는 물론 바이오 신약 개발 가능성도 높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신약 개발을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3종과 항암제 2종 등 총 5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황반변성 등의 안과 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SB11’은 지난해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 ‘바이우비즈’라는 제품명으로 조만간 판매될 예정이다. 4개의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3상 진행 단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소화기질환 치료용 신약 파이프라인 1개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채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1년 100억 달러에서 2030년 220억 달러로 연간 8% 이상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력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연간 11% 정도 커지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사인 바이오젠과 오가논이 최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에 따르면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5종은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전년 대비 11% 증가한 12억551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CDMO·바이오시밀러·신약 등 3대 사업을 축으로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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