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기업소식] 중대재해 대비책 내놔 주목받는 ‘마엇’ 오동식 대표 

“인간 중심 기술 개발로 산재 제로 이끈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21년 현장 경험 토대로 ‘스마트 건설·안전 통합 플랫폼’ 구축
70개 모듈, 고객사 커스터마이징 구현해 현장 디지털화 선도


▎오동식 마엇(MAOT) 대표는 2월 23일 서소문 중앙일보 J빌딩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서 작업화에 치중된 아날로그적 안전관리를 디지털 환경으로 바꿔 좀 더 쉽고 정확하게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용균씨 사망 사고로 불붙은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부로 시행됐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는 이 법을 시행함으로써 일터에서의 사망사고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만연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중대재해 사망자가 42명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사망자는 줄었지만, 중대재해 사고가 났던 곳에서 다시 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은 끊지 못했다.

㈜마엇(MAOT)은 21년간 국내 대기업 건설·토목 현장에서 관리자로 일한 오동식 대표가 세운 회사다. 이 기간 산재 사망 사고만 세 차례 목격했다는 오 대표는 2월 23일 서소문 중앙빌딩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되풀이되는 중대재해 사고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마엇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근로자 안전 확보에 힘써”


▎마엇(MAOT)은 안전·보건 관리 방식의 디지털화로 산업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건설·안전 기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IT업체다. / 사진:마엇
마엇은 어떤 뜻인가?

“‘Make All Of Technology’의 약자인데,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가능한 모든 기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여러 사회적 가치 가운데 우리는 사람 중심의 근로자 안전 확보에 힘쓰고 있다.”

어떤 계기로 마엇을 설립하게 됐나?

“21년간 건설 현장에 있으면서 중대재해 사망 사고를 세 차례 목격했다. ‘왜 산업현장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2018년 세 번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고, 제가 본 사로 찾아가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지만, 그 뒤로 실제 변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산재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각 기업에 제공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IT 전문가들을 영입해 창업하게 됐다.”

오 대표는 2019년부터 준비에 들어가 2020년 6월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마엇에는 기획과 개발 경험이 풍부한 각 분야 전문가 12명이 일하고 있다. 울산대 건설공학과 석사를 마친 오 대표 역시 다수의 IT 융합 프로젝트 추진 경험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분야 전문가들이 마엇과 함께하고 있나.

“스마트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디바이스, 생체 기반 디바이스, 전산 공학 등 다양하다. 시스템 개발에 유기적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구성원들이 마엇의 핵심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28명, 이 가운데 절반인 417명이 건설현장에서 숨졌다. 죽음의 공포는 여전히 현장에 드리워져 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되풀이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관리 담당자가 현장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안전관리 담당자 1명이 매일 작성해야 하는 행정문서가 38개, 관리해야 할 안전 시스템이 70개에 이른다. 이는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의 문서 위주로 관리된다. 산재 사고 예방은 이러한 비효율성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안전관리는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안전관리 분야에서 영국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데, 영국은 현장 근로자와 노동조합이 안전관리 업무에 직접 참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직 사용자 측과 안전관리 담당자에게만 관련 업무가 집중돼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사고를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이 아니라 사고 발생이 났을 때 서류 제출을 통해 피해를 경감하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산업재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었나.

“공통적으로 업무 분류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업무 분류는 R&R(Roll &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과 직결된다. 안전관리자는 지도·조언, 관리감독자는 관리·의무, 파트너사들은 그 업종과 규모에 맞는 업무만 충실히 이행해도 사고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 한 명이 어떤 날은 건축 자재를, 또 어떤 날은 현장 인원을 관리한다. 이렇게 분류가 안 돼 있다 보니 ‘내 일이냐, 남의 일이냐’를 놓고 혼선을 빚고 결국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나.

“아날로그 문서 위주인 안전관리를 모두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디지털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디지털화의 장점이 간편화도 있지만,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남겨 선배가 은퇴하더라도 후배가 곧바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사고 재발을 막아줄뿐더러 후임자가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70개 모듈(전체 시스템 가운데 독립적인 하나의 구성 요소)과 기능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기에 고객사의 업종과 규모, 그리고 특성에 따라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자체 개발한 MIRAS(MAOT Risk Assessment System)를 활용해 위험성 평가와 협의체 회의, 일일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 작업허가서 작성과 발행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화로 사고 재발률 크게 낮춰


▎2월 1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경기 광명시와 마엇(MAOT) 간의 ‘디지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 협약식’에서 박승원(오른쪽 넷째) 광명시장과 오동식(왼쪽 넷째) 마엇 대표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70개 모듈 가운데 고객사가 취사선택하면 되는 건가?

“그렇다. 사업장에서 필요한 것만 추려 사용하면 훨씬 손쉽게 안전·보건 관리를 할 수 있다.”

구현까지 꽤 힘든 작업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관마다 사용하는 안전 관련 서식이 모두 다른 점이 최대 난제였다. 하지만 우리 개발자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이를 해결해냈다. 현재 우리 시스템에는 서로 다른 서식 600여 개가 구현돼 있다. 안전관리 서식만 300개, 기타 서식이 360개 정도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서식을 구현했다고 보면 된다.”

마엇은 지난해 11월 25일 5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쳐 ‘조달청 벤처나라’에 디지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 상품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 외에도 마엇은 고객사에 ▷스마트 안전 시스템 ▷생산성 향상 에코시스템 ▷디지털 트윈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안전 시스템은 기업에 어떤 도움을 제공하나.

“한 번의 로그인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외 파트너사들이 가진 수많은 센서나 사물인터넷(IoT) 장비가 이 시스템에 들어와 고객사가 한 번의 로그인으로 이 시스템을 모두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여러 번 로그인·로그아웃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또 고객사는 실시간 생체 정보 분석 기술을 활용해 근로자의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 에코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쉽게 말해 고객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기업은 법과 제도의 강화, 그리고 기술자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건설정보모델링(BIM) 등을 활용해 재작업 발생을 최소화해 기업의 원가 관리에 도움을 준다.”

디지털 트윈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구현을 위한 장비 조달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현업에 있으면서 인연을 맺었던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미국 2개사, 영국 1개사, 독일 1개사). 그 기업들이 마엇에 맞춤형 디바이스를 제공하면 우리나라 법과 제도, 그리고 고객사가 원하는 형식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해 제공하는 식이다.”

최종 목표? “정부부처에 안전 데이터 제공”


▎오동식 마엇(MAOT) 대표는 “마엇은 근로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사와 함께 궁극적으로 사고 없는 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령자나 외국인이 마엇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무리는 없는지.

“안전관리자와 관리감독자가 여태껏 사용했던 서식을 우리가 시스템화해 제공하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고령자나 외국인 근로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적 SNS인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기능을 탑재해 접근성을 높였다.”

마엇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산재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핀셋 마케팅을 해나갈 생각이다. 또 우리가 조달청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공공기관 대상으로도 마엇 시스템의 우수성을 계속 알려나갈 것이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도 마엇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산업현장 내 유해 위험요인의 정확한 분류와 식별을 통해 안전관리 수준을 향상시켜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함이다. 2월만 해도 광주시 남구, 부산진구, 경기 광명시, 울산 울주군 등이 마엇과 손을 잡았다. 지난달 25일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마엇과의 협약식에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위험요소를 사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방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마엇의 다음 스텝은?

“제품 개발에 직접 투자해 시스템 고도화를 이루고 싶다. 더 나아가 마엇의 최종 목표는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산업체의 월별 산업재해 현황이라든지 그 요인을 분석 및 제공해 똑같은 산재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끔 데이터 활용 사업을 하는 것이다.”

정부에 안전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을 의미하나?

“그렇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등 안전·보건 관련 부처 또는 그 산하 기관에 우리가 축적해온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그런 사업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엇식(式) 경영의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 중심 경영이다. 그간 사업장에는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보다 사고가 났을 때 손해 배상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서도 어물쩍 넘어간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면서 더는 사업장 안전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도래했다. 마엇은 근로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사와 함께 궁극적으로 사고 없는 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가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나가고, 근로자들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며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하는 선순환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202204호 (2022.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