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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기업] 미래 농업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는 대동 

‘농기계의 대명사’ 정밀 농업 리딩 기업으로 도약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스마트팜·농기계·모빌리티 3대 핵심사업
북미권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드라이브


▎대동 서울사무소 (서초구 남부순환로)의 스마트팜에서 연구원이 로봇으로 토마토의 생육 상태를 촬영하고 있다. / 사진:대동
대동이 ‘농기계의 대명사’에서 정밀 농업 리딩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한다. 70여 년간 ‘농기계 한우물’을 고수해온 대동은 2017년 3세 경영인 김준식 회장 취임 이후 미래 농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대동은 농민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존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밀 농업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인구 증가, 기후 변화, 경지 감소 등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최소 자원으로 최대 수확을 거두는 것이 정밀 농업의 핵심이다. 대동은 이를 위해 KT 출신의 경영 전략 전문가 원유현 대표를 영입해 기존 농기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동은 1947년 경남 진주에서 ‘농업 기계화를 통한 사업보국(事業輔國)’을 기치로 창업주 고(故) 김삼만 회장이 설립했다. 1962년 업계 최초로 동력 경운기 생산·보급을 시작하고 1960~1970년대 트랙터·콤바인·이앙기 등을 최초로 보급하는 등 한국의 농업 기계화를 선도하며 이 분야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980년대 들어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농기계 회사로 거듭났다.

김 회장은 2020년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미래농업 리딩 기업’ 비전을 선포했다. 스마트 농기계는 물론 새로운 이동·운송 수단인 스마트 모빌리티, 정밀 농업 솔루션 기반의 스마트팜을 미래 농업 3대 비전으로 정하고 연관 사업 분야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은 우선 회사의 핵심 사업인 농기계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기계 스마트화’를 추진 중이다. 대동은 2019년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 이앙기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자율주행 트랙터와 함께 모바일로 농기계 원격 관리와 점검이 가능한 텔레메틱스 기반의 ‘대동 커넥트’를 론칭하며 스마트 농기계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폭발적 해외 성장

김 회장은 미래 농업에 필요한 조직의 체질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도 중점 추진하고 있다. DT추진단을 만들어 일하는 방식부터 생산, 물류, 판매, A/S, 경영 지원 등 대동의 전체 사업 밸류 체인에 DT가 내재화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폭발적 해외 성장을 이룬 기반이 됐다.

코로나19 발생 전 대동의 해외 거점 시장인 북미에서는 도심 외곽의 주택이나 농장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하비팜’ 계층이 증가하며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60마력 이하의 중소형 트랙터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북미 시장 내 글로벌 농기계 업체들은 팬데믹으로 하비팜이 줄면서 시장도 쪼그라들 것으로 보고 중소형 트랙터의 생산을 중단했다. 영업과 마케팅 활동도 줄였다. 그러나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오히려 탈도심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동 한국 본사와 북미 법인은 제품과 부품의 현지 공급을 늘리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김 회장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60마력 이하 북미 트랙터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8% 성장했다. 대동의 현지 트랙터 및 운반차 판매량도 지난해 2만2000대로 전년보다 약 33% 늘었다.

대동은 유럽과 호주 등의 해외 시장에서도 매출이 증가하며 지난해 한국 농기계 업계 최초로 ‘3억 달러 수출의 탑’을 들어올렸다. 대동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798억원, 영업이익 37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 전망도 밝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대동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40.31% 증가한 519억원이다. 매출은 12.40% 증가해 1조32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동은 지난해 글로벌 사업의 성장을 위해 GBD(Global Business Development)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GBD본부는 농기계, 모빌리티, 산업 장비 등 대동의 현재 제품은 물론 미래 사업으로 선보일 상품과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모델과 방식을 접목해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조직이다. 신규 시장에서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확대·강화해 북미와 같은 핵심 거점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동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동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 사업은 가드닝 모빌리티(승용 잔디깎기·다목적 운반차), 레저 모빌리티(골프 카트), 퍼스널 모빌리티(스마트 로봇 체어·E-바이크) 등으로 구분된다. 대동그룹 계열사인 대동모빌리티는 대구국가산업단지(대구시 달성군)내 앵커 부지에 10만2265㎡(3만935평) 규모의 E-모빌리티 신공장을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대동은 2026년까지 2234억원을 투자해 신규 일자리를 800여 개 창출하고 신공장에서 모빌리티 제품 누적 18만 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현대오토에버와 합작해 ‘대동애그테크’ 설립하기도

김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10년 전 농기계만으로는 회사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농기계 기술을 활용해 레저 목적의 골프 카트와 다목적 운반차 등을 선보이며 모빌리티 사업에 발을 들였다. 2019년 승용 잔디깎기 장비를 북미에서 론칭하는 등 가드닝 모빌리티 시장에도 진출했다. 대동의 골프 카트는 한국 시장점유율 25%에 육박하며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승용 잔디깎기는 북미 시장 출시 첫해인 2019년 대비 지난해 판매량이 약 420% 증가했다.

대동은 최근 현대오토에버와 미래 농업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합작 회사 대동애그테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동애그테크는 AI, ICT, 농업 빅데이터 기반의 자율주행 농기계, 농작업 로봇, 정밀농업 솔루션 등을 활용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농업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대동애그테크는 이를 기반으로 e-바이크, 스마트 로봇 체어 등 개인형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의 완성도도 높일 예정이다. 또한 대동 생산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초개인화된 고객 관리(CRM) 서비스 등 그룹 전체 사업 밸류체인에 DT를 내재화한다는 목표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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