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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패트롤] ‘지방자치 행정의 달인’ 이시종 충북지사의 제언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위해 국회를 지역 대표형 양원제로 개편하자”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현행 인구 기준으로 책정된 단원제 국회에선 ‘수도권 공화국’ 불가피
4대 법률 개정과 6개 제도 개선 통해 중앙 위주의 지방 규제 철폐해야


▎지난 1월 세종시청에서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20대 대선후보에게 14개 공약을 건의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둘째가 이시종 충북지사. / 사진:연합뉴스
2022년 1월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20대 대선후보에게 건의할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공통 핵심 과제로 ‘지방분권을 위한 국회 양원제 개편(상원제 도입) 및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20대 대선을 맞아 더 강력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의지가 대선 공약에 반영되고 국정 과제로 구체화하길 바라는 560만 충청인의 뜻을 모았다”며 핵심 과제로 지정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시종(75) 충북도지사는 “진정한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은 지방자치법 개정과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밖에 없다”고 일관된 메시지를 주장해왔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지방자치법 개정과 국회 양원제를 건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헌법 개정을 건의했고, 같은 해 2차례 국회 주관 토론회를 열어 자치분권 및 양원제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충북에서만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을 27년간 역임하며 지방자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는 민선 1기부터 3기까지 충주시장을 역임한 뒤 국회의원 2선(지역구 충북 충주)을 지냈다. 이후 다시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충북지사로 일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도 그의 오랜 시·도정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지사는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현행 단원제 국회와 지방자치법을 꼽는다. “인구수 중심으로 지역구를 배정하는 단원제 국회는 각종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서 지방을 소외시키고 수도권 중심으로 사고하는, 이른바 ‘수도권 공화국’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국회의원 수 비율은 지역구 기준 121:132로 수도권이 47.8%에 달한다. 이는 1대 국회의 39:161(수도권 19.5%)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이다. 이로 인해 국회 내 지역 대표성이 결여되며, 지방 소외가 심화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지적이다.

또한 이 지사는 현행 지방자치법이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가로막는다”고 보고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권한 배분 등을 다루는 ‘주민자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주민자치만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지방자치(분권)는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내용을 보면 주민자치 부문은 반영됐지만 지방분권 부문은 반영된 것이 극히 미미했다. 개정안은 주민자치와 지방의회 기능 강화 등의 지방자치단체 내부에 대한 내용이 많았고, 국가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이양하는 내용 등의 개정은 미흡했다. 도리어 국가의 지도·감독 기능이 강화됐다. 내용적으로는 지방자치가 퇴보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법에서 규정돼야 할 사항이고, 주민자치는 지방자치법에서 포괄적인 자치조직권만 보장해준다면 지방 조례만으로도 규정할 수 있다”며 “그동안 주민자치를 조례가 아닌 법에서 정하다 보니 지방 실정에 맞는 다양한 주민자치가 실현되지 못했고, 천편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헌법에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분권) 보완·개선책으로 4대 법률 개정과 6대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무엇보다 지역 대표형 상원제(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상원제에 대해 “지역 소외를 막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 균등하게 3명씩 상원의원을 둬야 한다”며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상원에 지방자치분권, 균형발전, 정부 예산 등의 업무 권한을 부여하면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원제 도입에 따르는 예산 충원 문제는 신규 예산 증액 없이 기존 국회의원 보좌관 감축·조정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개정하려면 개헌이라는 국민적 합의 필요


▎이 지사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헌법에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 사진:충북도청
4대 법률 개정은 ▷지방자치법 개정 ▷지방대육성법 개정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에 따른 국비지원 확대가 골자다. 6대 제도 개선으로는 ▷국고보조금의 현행 개별보조를 포괄보조제도로 전환 ▷공모사업 규모 50% 감축 ▷예타제도 심사 시 지역균형 발전 비중 확대 ▷지방재정 확충 ▷교육행정의 지방 이관 ▷지방자치단체와 기능 중복에 따른 국가특별지방행정기관의 시도 통폐합 및 이관을 말한다.

이 지사가 제시한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위한 지역 대표형 상원제(양원제) 도입과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해서는 개헌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6월 국회의장실과 SBS, 한국갤럽이 공동 진행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6.4%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포괄적 관점에서 개헌에 대한 지지일 뿐, 이 지사가 강조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입법 가결과 국민투표 등 절차적 문제도 남아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에 지역균형발전 TF를 설치했다. 산적한 국정 과제 중 ‘지역균형발전’을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지사가 재소환한 지역균형발전 의제를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담론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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