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터키, ‘러·우크라 정상회담 추진’… 전쟁 중재국 역할 동참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러시아와 공동 평화유지군 경험, 우크라와 방산 협력
■ 국익 증진과 국제사회 영향력 증대 ‘두 마리 토끼’ 목표


▎2017년 12월 11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사태를 중재하려는 주변국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프랑스·이스라엘 등에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와 인연이 깊은 터키도 중재국 역할에 동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영국과 함께 터키가 참여하는 안전 보장 방안을 제의했다. 사태를 수습하는 데 터키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에도 양국 정상은 푸틴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중재자로 떠오른 것이 터키다. 3월 17일 터키 대통령실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러·우크라 외무장관 회담이 성사된 후 14일부터 양국은 화상회의로 평화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양국 사이 중재자로 나선 것은 방위산업이라는 터키 국익과 평화 유지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증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중재를 통해 역내 주축 국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정학 이점과 외교력 활용해 양국 중재 이점”

실제 터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과 교류가 깊다. 러시아와 터키는 근래 유라시아·중동 문제에 개입해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두 나라는 10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 2020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 관여하며 공동 평화유지군을 결성한 경험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터키제 무인항공기 바이락타르 TB2를 도입하며 양국은 군사적 협력관계로 발전했다. 양국은 지난달 3일, 우크라이나 내 TB2 공장을 설치하며 무인항공기(드론) 공동생산에 합의했다. 현재 TB2가 러시아와의 교전에서 전황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며 터키의 입지가 또 한 번 굳건해졌다. NATO 가입국이자 준EU 회원국이라는 전통적인 터키의 외교적 지위가 터키·우크라이나 정상 간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특히 3월 17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메블뤼트 차우쇼울로 터키 외무장관과 회담 후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터키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 중 하나가 돼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우쇼울로 장관도 우크라이나가 유엔 상임이사국과 독일, 터키에게 집단 안전 보장을 제공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히며 “러시아도 이의가 없고,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종진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교수는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교는 서방에서 말하는 진영논리에 편입돼 있지 않다. 항상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선택해왔고, 필요하다면 러시아와도 손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터키는 그런 지정학적 이점과 외교력을 활용해 러·우크라 양국을 중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