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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인구절벽·국가부채 3대 시한폭탄 대점검 | 특별기고]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온다 

기업의 창업·투자 촉진하고 4차 산업혁명에 속도 내라 

포퓰리즘 정책 달성하기 위해 국채 발행하면 국가부도 위기 가중
정책 전환하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 넘어 ‘퍼펙트 스톰’ 수렁에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1월 24일 설 자금이 방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가부채가 과도하면 경제 부도로 이어지고 국민의 삶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었던 정부부채가 올해 1075조원까지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채무 비율이 50.1%로 역대 최고치가 된다. 본예산이 매년 평균 8.7%씩 증가해 올해 608조원 규모다. 여기에 총 10차례에 걸쳐 총 154조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1862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도 올해 2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현 정부 5년간 증가액이 520조원이다. 기업들도 부채가 많아 경영난이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제조업 상장기업의 39.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0.4%보다도 높다.

문제는 국가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경제성장률은 뒷걸음질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각각 평균 3.34%와 3.03%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이 문재인 정부 때 평균 2.22%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정부의 세수감소, 가계의 소득감소, 기업의 손실 발생이 동시에 발생해 국가부도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국가부채를 계속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각국은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 무제한적으로 돈 풀기에 나섰다. 나라마다 기준금리를 낮춰 통화공급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예산을 늘려 재정지출을 확대해 코로나19 사태에 맞섰다.

국제 추세에 맞춰 정부와 한국은행은 위기 극복에 노력을 집중했다. 정부는 연속적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긴급지원을 했다. 특히 코로나19의 타격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하고 신용보증기금이 채무를 보증해줬다. 전 국민을 상대로 가구당 일률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도 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추고 통화공급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목적기구(SPV, Special Purpose Vehicle)를 세워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사들였다. 그럼에도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진행형이다. 코로나19 지원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가부채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모른다.

부채 폭탄을 안은 경제


▎ 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역대 최악의 포퓰리즘 선거였다. 주요 후보들이 경제를 인질로 잡는 선심정책을 남발하며 매표 경쟁을 했다. 기본소득, 기본금융, 아동수당, 재난지원 등 무조건 돈을 풀겠다는 인기 영합정책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부동산 정책도 선심의 대상이었다. 현 정부의 최대 실정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민심이 악화하자 여야 후보들은 부동산 포퓰리즘을 선거 무기로 꺼내 들었다. 재원마련은 물론 주택건설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수백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세금은 깎아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코로나19 손실보상금까지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삼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선심공약을 남발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심공약의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해 그대로 실천에 옮길 경우 경제는 부채 폭탄을 안는다. 정부가 재원조달을 위해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지고 국가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유출하면 국가가 부도 위기에 휩싸인다.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탓이 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이념의 지배를 받아 시장논리를 배제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정부가 시장 기능을 대신해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을 기본 경제정책 기조로 했다.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분배 중심의 정치적인 정책 기조였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국가부채만 최대 규모로 증가시켰다.

소득주도성장의 논리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소득을 지원해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지원하면 국민의 구매력이 높아져 소비가 증가한다. 소비가 증가하면 시장이 활성화하고 기업들 매출이 증가한다. 그러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 다시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리하여 소비→투자→고용의 선순환이 나타나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이때 정부가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복지정책을 확대하면 누구나 잘사는 포용경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펴면 효과를 발휘하지만, 시장이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을 펴면 거꾸로 역습하는 속성이 있다. 이는 마치 아무리 좋은 보약을 환자에게 먹여도 환자가 약을 소화할 능력이 없으면 약이 독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시장의 역습이 경제적 약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자 일차적으로 경영상태가 취약한 자영업과 소상공인부터 쓰러지고 이어 중소기업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연쇄반응이 나타났다.

시장 기능을 무시하는 정부정책의 부작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대출규제와 증세정책을 펴자 거꾸로 부동산 시장이 발작을 일으켜 사상 최악의 가격 급등 현상을 낳았다. 전·월세까지 규제로 억제하다가 오히려 가격이 급등해 무주택자들의 주거난까지 일으켰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쓰러뜨리고, 서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주며 양극화를 확대했다. 모두가 잘사는 포용경제가 아니라 모두가 못사는 갈등경제로 만든 셈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가 반시장, 친노동 성격을 띠어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경영이 불안해 기업발전→경제성장→세수증가의 선순환 기능도 약해졌다. 따라서 기업부채, 가계부채, 정부부채가 함께 증가하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예산을 대규모로 팽창해 공공일자리 창출, 임금지원, 복지확대 등 선심성 지출을 대규모로 했다. 그리하여 정책부실→경제불안→세원감소의 악순환을 만들었다. 정부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구조다. 여기에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줄고 부채가 늘고 있다.

정치와 이념의 덫


▎정부가 3월 6일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의 확대를 향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30%까지 유류세 인하율을 올린다면 소비자들은 휘발유 리터(L)당 305원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가계도 소득이 줄고 실업자가 늘면서 부채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국가경제가 부채가 계속 늘어 부도 위험에 빠지는 경로에 들어섰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을 때 기업부채는 많았지만, 가계부채가 적어 공적자금을 조성해 국가부도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을 때는 정부부채가 적어 구조조정이 용이하고 높은 국가신인도를 바탕으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은 다르다. 앞으로 정부, 기업, 가계 모든 부문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대응이 어렵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인해 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규모 자금지원 정책을 폈다. 외형적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은 피했으나 내면적으로 산업이 부실화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경제의 기저질환은 계속 악화했다. 더욱이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물가가 불안했다.

여기에 국제 공급망의 훼손으로 인해 원유 및 원자재 공급의 차질과 가격상승이 빚어지자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불안이 야기됐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경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팽창정책을 펴면 물가만 더 오르고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 경기만 더 침체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을 펴도 상황이 악화하는 자기모순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를 방치하면 경제 스스로 목을 죄는 악의 메커니즘이 나타난다.

문제는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기가 겹쳐 추락하는 ‘퍼펙트 스톰’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자산시장의 붕괴 위기가 퍼팩트 스톰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최고 3300선까지 상승했던 주가 종합지수가 최근 2600선으로 떨어졌다. 증권시장의 하락과 함께 부동산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시장도 점차 침체로 돌아서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자산시장이 무너지면 단순하게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자금시장이 정상적인 작동을 멈춰 경제가 혼란에 빠진다. 상황이 악화하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경제가 부도 위험에 처한다.

최근 자산시장의 불안은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유동성 거품의 붕괴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공급 증가로 2020년 3월 3000조원 규모였던 총 통화량(M2)이 지난해 말 3600조원으로 증가했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 증권과 부동산 투기가 늘고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금리 인상 정책을 단행, 지난 1월 금리를 1.25%까지 올렸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물가안정과 함께 부동산시장 안정, 가계부채 감소, 해외자본 이탈 방지 등을 목적으로 했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상 정책을 선언하자 외국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래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거꾸로 퍼펙트 스톰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준금리의 과도한 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연쇄부도 위험을 높이고 자산시장의 붕괴를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물가안정을 위해 돈을 직접 풀던 양적완화조치를 3월까지 끝내고 이후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와중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정세 불안이 세계 경제 위기의 최대 뇌관으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이 금융결제 차단, 수출통제, 항공운항 중단 등의 대러 제재조치를 취하자 국제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에너지 파동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화할 경우 통제 불능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동시에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해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혼란에 빠진다. 이와 더불어 각국의 증권시장이 하락하고 국제자본이 이탈해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다. 그러면 세계 경제가 퍼팩트 스톰의 불안에 휩싸인다.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는 퍼팩트 스톰의 최전선에 선다.

퍼팩트 스톰의 위기


향후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등장한 것이 대선 때 공약한 포퓰리즘이다. 차기 정부가 포퓰리즘을 중단하고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남미나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추락을 답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적어 부채를 늘려도 괜찮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부채비율 50% 수준은 미국 130%, 일본 250% 등에 비하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가신인도가 떨어져 부도위기에 처하는 것은 국가부채의 수준보다는 경제성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면 해외 자금 차입의 길이 막혀 속수무책이 된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6.8% 수준이었다. 외화보유액이 4600억 달러를 넘어 외환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낮다. 아무리 저수지의 둑이 높아도 밑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면 쉽게 무너진다.

대표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으로 위태로워진 나라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두 나라가 포퓰리즘에 치중하다 결국 국가가 부도위기를 수시로 맞으며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유럽 국가 중 포퓰리즘으로 추락한 대표적인 나라가 그리스다.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Andreas Papandreou, 1919~1996) 총리가 집권한 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고 선언했다. 60세 은퇴한 근로자에게 퇴직 전 임금의 80%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공무원 수를 두 배로 늘리는 등의 정책을 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해 유럽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유럽의 4대 경제 대국이었던 이탈리아도 같은 범주에 속해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나라가 됐다가 2010년대 들어 아예 부도 국가의 함정에 빠졌다.

포퓰리즘의 재앙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앞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의 달성 여부에 따라 경제의 명운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유사한 전철을 밟았다. 1990년대 들어 잃어버린 20년을 겪자 일본은 경제구조조정과 신산업 발전 대신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팽창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상품권까지 무상으로 나눠주는 정책까지 폈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막지 못하고 추락의 길을 걸었다.

이에 반해 독일은 정부가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정부부채가 증가하면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중시하고 재정 건전성 유지를 기본 정책 기조로 했다. 헌법에 신규 국채발행시 발행 규모를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하는 조항도 넣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슈뢰더 총리는 하르츠 개혁정책을 펴 연금과 노동개혁을 통해 재정의 건전도를 높이기도 했다.

독일은 1990년 동독과 통일 후 체제가 다른 두 나라의 통합으로 경제가 혼란에 빠져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까지 들었다. 그러나 독일은 통일비용으로 2600조원의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강력한 재정 건전성 유지정책을 폈다. 재정정책을 경제통일과 산업발전에 집중했다. 놀랍게도 독일경제는 유럽의 최강경제로 다시 부상하여 2008년 80% 수준이었던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이 2019년 이후 60% 수준으로 떨어지는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코로나 위기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필요하다. 국가부채의 증가를 막고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의 인상정책 기조는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들이 통화 긴축정책을 펴고 있어 이에 역행할 경우 외국자본의 유출을 유발해 퍼펙트 스톰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무분별한 재정지출은 국가부채 위험을 불필요하게 높일 수 있다.

코로나 사태의 경제적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르게 살리는 지원대책을 펴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고용창출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 이익이 증가해 부채를 줄이고 국민소득이 늘어 가계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두어 부채를 줄이고 재정정책을 원활하게 펼 수 있다.

경제가 성장동력과 고용창출능력을 되찾으려면 기업투자와 산업발전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촉진해 시중 자금이 산업발전으로 흐르면 물가상승 압박이 감소하고 자산시장의 안정도 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려 국민의 삶을 향상하는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지난 1월 우리 경제는 무역적자 48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치로는 무역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6년 이후 최대다. 2월 들어 8억4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무역적자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역수지가 불안한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져 무역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버티는 것은 수출증가와 무역흑자 덕분이다. 자칫하면 산업현장이 무너지고 성장동력이 꺼지는 위험을 맞을 수 있다.

경제혁신과 성장동력 회복

코로나19사태를 겪은 이후 반등세를 보였던 세계 경제가 둔화세로 돌아섰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전보다 0.5%p 정도 낮춰 4.4%로 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성장세는 더욱 둔화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넘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화폐가치가 떨어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대외환경의 악화로 환율과 관계없이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반해 환율상승으로 인해 수입금액은 늘고 있다. 따라서 무역적자와 환율상승이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제혁신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의 달성 여부에 따라 경제의 명운이 달라진다. 미국과 중국은 미래기술과 산업발전을 놓고 치열한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는 미·중 간 기술과 경제전쟁의 포로 상태다. 우리 경제가 4차 산업혁명에 뒤지면 양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희생당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해 양국이 압박 대신 도움을 청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도약할 기회가 된다. 4차 산업혁명을 먼저 달성하는 나라가 경제에서 승리하는 나라가 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조기 달성과 경제의 혁신을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규제를 혁파해 통제 일변도의 산업정책에서 탈피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제고해 기업 경영의 자율성도 높여야 한다.

-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phillee@snu.ac.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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