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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슈] 40주년 맞은 KBO리그, 7가지 관전 포인트 

박병호 가세한 KT 2연패 성사될까, 김광현 돌아온 SSG 초고속 우승일까 

배중현 일간스포츠 기자
역대 최고 돈 잔치로 전력 보강 활발, 확대된 S존과 항저우 AG 시즌 변수로
롯데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 슈퍼 루키와 괴물 용병의 활약도 관전 포인트


▎2022년 프로야구는 코로나19의 종식과 맞물려 관중 입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고 인기스포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연합뉴스
마침내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가 4월 2일 잠실(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 고척(키움 히어로즈-롯데 자이언츠) 광주(KIA 타이거즈-LG 트윈스) 수원(KT위즈-삼성 라이온즈) 창원(NC 다이노스-SSG 랜더스)에서 일제히 개막, 팀당 144경기 대장정에 돌입한다.

스프링캠프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0개 구단 모두 2년 연속 국내 캠프를 소화했다. 이동 거리가 짧아진 장점이 있지만, 들쭉날쭉한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마다 확진자가 나와 격리와 훈련 재개를 반복했다. 연습경기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출퇴근이 많은) 국내 캠프는 일반인들과 접촉을 막는 게 쉽지 않다. 구단마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1982년 첫발을 내디딘 프로야구는 올해로 마흔살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의미를 더하기 위해 개막에 앞서 리뉴얼한 KBO 로고와 KBO리그 40주년 기념 로고를 함께 공개해 분위기를 띄웠다. 서울 주요 도심 버스 노선에 40주년 기념 메시지를 싣기도 했다. 아울러 올 시즌에는 100% 관중 입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KBO리그는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구장마다 무관중 혹은 부분적 입장만 허용됐다. 하지만 최근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중단된 정부 지침 완화 움직임에 발맞춰 프로야구도 이를 적용해 더 폭넓게 관중을 수용할 계획이다. 야구장 내 취식 불가로 사라졌던 ‘치맥(치킨+맥주)’도 다시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관전 포인트 (1) | 더 커진 스트라이크존


▎창단 2년 차인 SSG는 추신수(왼쪽부터), 최정, 김광현의 결합으로 단숨에 우승 전력에 근접했다. / 사진:SSG 랜더스
2022시즌 KBO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스트라이크존이다. KBO는 2016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스트라이크존을 데이터로 분석해 ‘좁은 형태로 변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은 투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역대 최다인 5892개의 볼넷이 쏟아졌다. 이는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도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 중 하나로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거론되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스트라이크존 상하로 약간씩 넓어진다.

투수들에게는 희소식이다. SSG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반겼다. 두산 사이드암스로 최원준도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 나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외야수 추신수(SSG)는 “스트라이크와 볼은 야구의 시작점이다. 공 판정 하나에 한 타석, 한 경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실전에서 쓰기 전에 2군에서부터 준비하고 보완해야 하는데 이렇게 단시간 만에 (새 존을) 적용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같은 팀 최정도 “높은 공에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다 보면 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 (2) | KT의 연속 우승 가능할까?

2021시즌 KBO리그 우승팀은 KT였다. KT는 창단 7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 막내 구단의 반란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외국인 투수(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가 모두 재계약했고 내부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던 내야수 황재균과 포수 장성우가 잔류했다. KT는 두 선수에게 각각 최대 60억원과 42억원을 투자했다. 토종 에이스 사이드암스로 고영표, 타선의 중심인 강백호도 모두 건재하다.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지켜냈다.

베테랑 유한준이 은퇴했지만, 박병호를 영입했다. 박병호는 홈런왕을 무려 다섯 번이나 차지한 거포다. 통산 홈런만 327개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개인 성적이 크게 하락해 원소속팀 키움과 FA 계약이 불발됐다. “선수 가치가 여전하다”고 판단한 KT는 계약 기간 3년, 총액 30억원에 박병호와 계약했다. KT는 지난해 팀 홈런이 리그 7위, 팀 내 최다 홈런도 16개(강백호)에 불과했다. 성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즌 2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박병호가 가세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더 묵직해졌다.

관전 포인트 (3) | 우승,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이번 겨울 프로야구에선 대형 계약이 연이어 터졌다. FA 최대어 나성범이 NC를 떠나 계약 기간 6년, 최대 150억원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 외야수 박해민도 LG와 계약 기간 4년, 최대 60억원에 계약,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KIA에 간판 외야수를 뺏긴 NC는 외부 FA 박건우(전 두산)와 손아섭(전 롯데)을 영입해 전력 약화를 최소화했다. 특히 박건우는 역대 여섯 번째 총액 100억원 계약을 따내 돈방석에 앉았다. 포수 최재훈(한화·5년 54억) 외야수 김현수(LG·4+2년 115억원)와 김재환(두산·4년 115억원)이 메가톤급 FA 계약으로 원소속 팀에 남았다.

비FA 다년 계약도 활성화했다. KBO는 지난해 7월 FA가 아닌 선수들의 다년 계약을 허용했고 박종훈과 문승원, 한유섬(이상 SSG)이 차례로 비FA 다년 계약을 완료했다. 세 선수 모두 2022시즌 뒤 FA 시장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1년 앞서 계약을 마무리했다. 삼성 구자욱도 계약 기간 5년, 최대 120억원을 받는 조건에 ‘종신 삼성맨’을 선언했다. 2022년 KBO리그 선수단 평균 연봉은 1억5259만원으로 2019년 1억5065만원을 넘어 역대 최고액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3월 8일 SSG는 메이저리거 김광현과 4년 총액 151억원에 계약을 발표해 대미를 장식했다. 보장 연봉만 131억원이고, 옵션이 2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김광현은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를 넘어 KBO리그 최고액 계약을 끌어내게 됐다. 김광현 연봉을 제외하더라도 SSG의 팀 평균 연봉은 2억7044만원으로 1위다. 또 한유섬은 연봉이 1233.3%(1억8000만원→22억2000만원) 올라 이 부문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관전 포인트 (4) | 뜨거운 신인 열전

2022시즌 프로야구는 유독 대형 신인들이 눈에 띈다. 고교 시절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떨친 김도영(KIA)과 문동주(한화)가 대표적이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통하는 천재 유격수로 타격의 정확성, 수비, 주루, 강한 어깨를 모두 갖췄다는 극찬을 들었다. 오른손 투수 문동주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트레이드 마크다. 워낙 체격 조건(키 1m88㎝·몸무게 98㎏)이 좋아 발전 가능성도 크다. 프로에서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선수 모두 광주 출신으로 연고지 1차 지명 권리를 갖고 있던 KIA가 김도영을 지명했고, 문동주는 차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캠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선배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유격수 이재현도 될 성부른 떡잎이다. 캠프 첫 평가전부터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을 몰아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KT 1 차지명 오른손 투수 박영현은 캠프 기간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으로부터 ‘국보급 슬라이더’를 전수받아 화제였다. 선 전 감독은 박영현에게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삼성)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 밖에 롯데 외야진에 도전장을 낸 조세진, SSG 잠수함 계보를 잇는 윤태현 등도 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으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관전 포인트 (5) | 항저우 아시안게임 변수

시즌 막판 리그 순위를 뒤흔들 변수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KBO는 대회 기간 리그를 중단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리그를 잠정 중단하고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졸전 끝에 노메달에 그치자 비판 여론이 거셌다. 만약 주전급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차출된다면 주축 없이 정규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해당 구단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KBO는 지난해 9월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대한 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협의해 프로선수의 경우 유망주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한다’고 확정했다. 아마추어 선수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류중일 전 LG 트윈스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됐고 선수단은 24세 이하로 꾸려질 게 유력하다. 병역을 해결해야 하는 젊은 선수들은 의욕적이다. 1973년부터 적용된 병역특례법에 따르면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4주간 기초 군사훈련만 마치면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간주한다. 지난해 9승을 따낸 신민혁(NC)은 “청소년 대표 경험도 없다. 뽑아주면 무조건 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현일(LA 다저스)도 “자신 있다”며 출전을 희망했다.

관전 포인트 (6) | 누가 잘 뽑았나, 외국인 선수

올 시즌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과 선수노조가 노사단체협약(CBA) 개정 만료 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해 31년 만에 직장 폐쇄(lockout)에 돌입했다. MLB 40인 로스터 내 선수 이동이 막혀 외국인 선수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사이에서도 “데려올 선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NPB)와 도미니카 윈터리그 등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았다.

키움과 계약한 야시엘 푸이그는 역대급 KBO리그 외국인 선수다. 푸이그는 MLB 통산 홈런이 132개에 달한다. 2013년 데뷔해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2017년부터 3년 연속 홈런 23개를 넘기기도 했다. LA 다저스 시절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팀 동료여서 국내 야구팬에게도 익숙하다. 최근 2년 동안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전전했지만,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 중 최고 경력이라는 평가다. 키움은 신규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12억원)로 푸이그를 품었다.

SSG가 영입한 이바 노바는 MLB 통산 성적이 90승 77패 평균자책점 4.38이다. 2010년 빅리그에 데뷔, 이듬해인 2011년 CC 사바시아, A.J 버넷과 양키스 선발진을 이끌며 16승 4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을 거치며 11년 동안 빅리거로 활동했다. 이밖에 션 놀린(KIA) 알버트 수아레즈(삼성) 케빈 크론(SSG) 글렌 스파크먼(롯데) 등 일본을 거쳐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가 유독 많다. 한 외국인 스카우트는 “NPB에서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리그 수준을 고려하면 KBO리그에서 반등할 수 있는 선수가 꽤 많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 (7) |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


▎이대호가 롯데의 우승이라는 비원을 이루고 현역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롯데)가 현역 마지막 시즌을 앞뒀다. 이대호는 2021시즌을 앞두고 FA 2년 계약을 하며 “2022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프로야구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남다르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KBO리그에 데뷔, 2006년 타격 트리플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세계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NPB에 진출한 2015년에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한국인 사상 첫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2016년에는 MLB(시애틀 매리너스)까지 진출해 1년간 뛰었다.

이런 그가 이루지 못한 단 하나의 꿈은 롯데의 우승이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KS) 우승은 1992년이었다. KS 무대를 밟은 것도 1999년이 마지막이다. 줄곧 “롯데의 우승”을 외쳤던 이대호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배중현 일간스포츠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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