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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우리 시대 최고 지성’의 시선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내 마지막 동행을 스캔한 영혼의 동반자.” 2022년 2월, 침대에 누워 〈우리 문화 박물지〉의 최종 교정쇄를 펼쳐 보던 이어령 선생이 첫 장에 적어 넣은 말이다. 그렇게 〈우리 문화 박물지〉는 평생을 우리 문화의 원형 연구에 쏟아 온 이어령 선생이 살아생전 남긴 마지막 책이 됐다.

K팝, K푸드, 그리고 K콘텐트는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름잡는 주류로 부상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선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게임에 바탕을 둔 2차 창작물들이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 시상식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어령 선생은 보따리를 풀어 독자들 앞에 63개의 전통 사물을 내어놓았다. K콘텐트의 자부심 한 쪽에 자리한 전통문화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옛것을 잘 알지 못하는 청년들에겐 우리 문화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K콘텐트를 만드는 창작자들에겐 새로운 생명력을 다시금 불어넣는다.

이어령 선생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융합과 생명, 융통성이라는 키워드에 도달한다. 대립과 모순을 중화시키는 융합, 성심과 포용의 산물인 생명,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융통성까지 각각의 사물에 들어있는 메시지가 모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어령 선생은 책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만약 우리가 시선을 멈추고 어떤 물건이든 단 1분 동안만이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어김없이 먼지를 털고 고개를 치켜들 것이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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