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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천’ 내홍 조짐…주도권 잡으려는 이준석 그립 강해지는 윤석열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공천 감점률·후보자 검증 시험에 당 안팎 반발 조짐
■ 정진석 위원장 “(현재 룰) 공정성 시비 잘 알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천 관련, 국민의힘의 내홍 조짐이 포착된다. 이준석 당대표가 발표한 후보자 검증 시험 도입과 후보자 감점 요인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공천 규정 재논의를 시사했다.

앞선 3월 2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에 공천을 신청할 경우 10%, 5년 이내 무소속 출마 이력이 있을 경우 15%를 각각 감점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공직 후보자 역량 강화 시험을 이번 지방선거 기초의원·광역의원 비례대표 공천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 공천 감점 규정을 홍 의원에게 적용할 경우 현역 의원 10% 감점에다 2020년 총선 당시 탈당 후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로 인한 15%의 추가 감점을 받는다. 홍 의원은 3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판이 자기한테 유리한 룰 정해놓고 선수로 뛰면 승복할 선수가 세상 어디에 있나”라며 “참 당 운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적었다.

당 지도부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월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준석) 당대표가 가지고 온 초안이 13페이지 정도 된다”며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당원 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 이런 내용으로 초안을 갖고 왔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홍 의원 등과 함께 대구시장 예비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중 하나다.

이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말을 정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현역 출마에 대한 페널티, 무소속 출마 경력 페널티를 다 반대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공교롭게도 김 최고위원이 방송에서 제가 35%를 (적용)하자고 (주장)했는데 본인이 25%로 줄였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회의록도 다 남아 있고, 회의 참석한 배석자들이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이 본인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려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했다.


▎2021년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정진석 의원 및 내빈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서고 있다. 연합뉴스
尹 vs 李 직접 충돌 가능성은 낮을 거란 전망도

이번 지방선거가 이 대표에게는 ‘리더십 시험대’인 만큼 그로서는 선거 승리와 원활한 공천 관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3월 24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지만, 이 대표의 기여도에 대한 평가와 불만이 국민의힘 당 안팎에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이 대표 정치적 입지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천관리위원장에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임명됐다. 인재영입위원장에는 권성동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후보자 영입과 전략공천 결정 등 최종 후보자 결정 권한을 윤 당선인의 ‘복심들’이 맡은 것이다.

정 위원장은 3월 22일 [중앙일보] 전화 통화에서 “(문제의 룰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관위 소식통도 “공정한 공천 관리가 공관위의 사명인 만큼 문제의 룰이 의제(논의 대상)가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재 영입은 당에 새로운 인물을 넣겠다는 의미로 대규모 ‘물갈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공천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의 그립을 세게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주요 선거에서 공천에는 당대표의 의중과 권한이 막강하게 반영돼왔다. 당대표는 자신의 측근 또는 세력을 대거 공천함으로써 당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 전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당대표 자리를 굳게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공천 국면에 접어들면 윤 당선인과 이 대표가 직접 충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 임기 시작을 앞둔 당선인, 그리고 대선 과정에서 입지가 흔들린 당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직접 충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정진석 부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 권성동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이 대표로서는 자신의 권한인 공천권을 사실상 빼앗기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살아 있는 권력’인 윤 당선인과 부딪칠 만큼 당내 입지가 탄탄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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