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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페셜] 세계 2위 러시아 막아낸 ‘가성비 무기’ 셋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수십억 원짜리 탱크 잡는 대전차미사일 재블린·NLAW
■ 하늘에선 값싼 드론이 공격… 우크라 총사령관도 반해


▎우-러 전쟁이 1개월을 넘기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몰아붙일 것이란 예측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재블린‧NLAW‧TB2 드론 등을 십분 활용하며 버티는 중이다. 사진은 러시아군의 공습 후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우크라이나군. 인스타그램 캡처
2월 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개전 초기 예측과 달리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 기업인 GFP(Global Firepower)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군사력 2위로, 22위인 우크라이나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필두로 한 강력한 항전 의지와 서방 국가의 개인화기 지원이 맞물리면서 우크라이나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선전은 우크라이나군의 ‘가성비 무기’ 3종 덕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차미사일인 'FGM-148 재블린’과 ‘NLAW(Next generation LAW)'가 러시아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상대로 큰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터키제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도 대전차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군의 보급로와 기갑부대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대전차미사일인 재블린을 발사하는 미군. 레이시온 제공
우크라이나를 구한 영웅, ‘FGM-148 재블린’

우-러 전쟁에서 가장 주목받은 무기는 단연 재블린이다. 재블린은 미국의 레이시온(Raytheon)과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에서 공동 생산하는 대전차미사일이다. 길이 1.2m, 무게는 미사일이 들어 있는 발사관과 조준기를 합쳐 22.3kg이다. 무게가 상당하지만 발사관과 조준기 분리가 가능해 작전 시 무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일선에선 2~3인이 한 조를 구성해 재블린을 운용 중인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재블린의 가장 큰 장점은 탑-어택(Top-Attack) 공격 방식이다. 통상적인 미사일이 발사 후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것과 달리, 재블린은 발사 시 하늘로 솟구친다. 높이 솟구친 탄두는 목표물 근처에서 급격하게 지상으로 내리꽂으며 목표 전차의 상부를 그대로 뚫는다. 중량 문제로 대부분의 전차가 상부 장갑을 상대적으로 얇게 만든다는 점을 정확히 노린 설계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재블린 300발 중 280여 발이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며 파괴 성공률이 93%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재블린이 전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자 우크라이나에선 키이우 주의 문장인 마리아 막달레나 이콘과 재블린을 합성해 ‘성 재블린(St. Javelin)’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4000m에 달하는 긴 사거리도 강점이다. 소규모 병력이 먼 거리에서 전차를 발견할 경우, 근처에 매복해 재블린을 발사할 수 있다.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시스템을 채택해, 미사일을 쏜 뒤 빠르게 후퇴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블린의 가격은 미 국방성에 따르면 17만8000달러, 원화로 환산 시 2억원 내외다. 우-러전쟁 이전까진 대전차미사일치고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이 대세였으나,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전차를 연이어 격파하면서 ‘가성비 무기’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군 주력 전차인 T-80U의 대당 가격이 300만 달러, 원화로 36억6000만원 수준인 만큼 재블린은 ‘돈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블린의 성과가 전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라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엔 키이우 주의 문장인 마리아 마그달레나 이콘이 재블린을 들고 있는 ‘성 재블린(St. Javelin)’ 이미지가 널리 퍼지고 있다.


▎NLAW를 휴대 중인 우크라이나군. 트위터 캡처
원거리에 재블린 있다면 근거리엔 'NLAW'

원거리에서 높은 수준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재블린이지만, 20kg이 넘는 무게와 숙련도에 대한 요구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선에서 분명한 약점이다. 숙련된 사수를 기준으로 해도 조준 후 발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미사일 무게가 무거워 재장전하는 데만 20초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단점을 메우는 무기가 바로 대전차미사일 NLAW다. NLAW의 공식 명칭은 MBT-LAW로,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에서 개발해 2008년 12월부터 일선에 배치됐다.

NLAW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이다. 재블린의 경우 조준기 무게만 5kg에 달하나 NLAW는 소총에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조준경을 사용한다. 재블린처럼 목표의 테두리를 포착해 지정하는 첨단 기능은 없지만, 복잡한 시스템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반영된 것이다.


▎영국으로부터 NLAW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 국민은 감사의 뜻을 담아 비틀즈의 유명곡 ‘All You Need Is Love’와 NLAW를 합성한 콘텐트를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전체 무게도 12.4kg으로 재블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대 유효사거리는 800m로 재블린의 4000m에 못 미치지만, 가벼운 무게 덕에 근거리에서 적과 만났을 경우 빠르게 발사한 뒤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다. 근거리 대응에 취약한 재블린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셈이다.

가벼운 무게와 단순한 설계처럼 가격도 저렴하다. NLAW의 가격은 2만 파운드 내외로, 원화로 환산 시 3200만원가량이다. 1발당 가격이 2억원을 호가하는 재블린의 6분의 1 수준이다.

NLAW도 재블린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SNS 이용자들은 영국이 NLAW를 지원해준 점에 착안해 비틀즈의 유명곡 ‘All You Need Is Love’와 NLAW를 합성한 ‘All You Need Is NLAW’라는 2차 창작물을 유튜브에 공유했다. 영국은 현재까지 NLAW 3600여 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날개 하단에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하고 비행 중인 TB2. 바이카르 제공
가격 싸지만 쓸 만한 ‘바이락타르 TB2'

육지에서 NLAW와 재블린의 맹활약이 펼쳐질 때, 하늘에선 드론이 러시아 기갑부대의 숨통을 조여든다. 주인공은 터키 바이카르(Baykar Tech.)에서 제작하는 중고도 전술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다. 개발자인 셀추크 바이락타르(Selçuk Bayraktar)의 이름을 딴 TB2는 2007년 개발을 시작한 뒤 2014년 첫 양산기가 터키군에 배치됐다.

TB2는 공격용 드론의 대표 기종인 미국의 ‘MQ-1C 그레이 이글’과 비교했을 때 크기와 무장 탑재량 모두 뒤떨어진다. 그레이 이글은 최대 360kg의 대전차미사일·폭탄을 탑재할 수 있으나 TB2는 150kg에 불과하다.


▎TB2가 러시아 열차 호송 행렬에 폭격을 가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상대적으로 아쉬운 공격력이지만, 가격이 모든 단점을 상쇄한다. 그레이 이글의 가격이 1기당 2100만 달러로 대당 241억원인 반면, TB2의 가격은 전용 무장, 레이더, 훈련용 시뮬레이터 및 예비 부품을 합쳐 1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실전 운용은 2019년 시리아 내전과 리비아 내전이었다. 2020년 에티오피아 내전에서도 실전 경험을 쌓았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당시엔 터키와 가까운 관계였던 아제르바이잔 측에서 다수를 도입해 운용하며 아르메니아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도 TB2의 ‘가성비’를 한껏 누리고 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개전 이후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TB2의 폭격 영상을 수차례 업로드하고 있다. 영상 속에선 길게 늘어선 러시아군의 차량 행렬에 미사일이 떨어지며 큰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담겨있다. 3월 1일엔 키이우 인근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지대공 미사일 ‘Buk’를 정확히 타격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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